[27] 저녁, 야구 대신 영화

2024년 4월 25일, 한화 vs KT

by 김원

야구가 참 안 풀릴 때는 과몰입을 끊어야 한다. 일부러 야구를 안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그런 시기가 종종 온다. 지금이 그 때다.


오늘은 야구 대신 영화를 봤다. 집 근처 도보 10분 거리에 롯데시네마가 있다. 난 영화도 무척 좋아해서 많이 볼 땐 1일 1영화 페이스로 달리기도 한다. 다만 야구 시즌에는 문화비 분배 차원에서... 는 핑계고, 시간이 없어서 잘 못 보는 편이다.


어젯밤, 딱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하는 영화를 예매했다. 1회도 보기 싫고 영화가 끝나면 경기도 끝나있기를 바라면서. 답답한 꼴을 한 순간도 목격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영화가 재밌게 끝났다. 핸드폰 비행기모드를 해제했다. 습관적으로 접속하던 티빙, 들어가지 않았다. 네이버 팬카페로 향하는 손가락을 온 힘을 다해 막았다. 집에 가면 보자. 오늘은 나를 위해 쾌적한 저녁을 선물해 주자. 제발, 딱 하루만.


아, 못 참고 봐버렸다. 근데 오늘도 졌다.


그래도 덜 억울하다. 내 저녁을 지켜냈다.


보는 건 가벼운 노력조차 들지 않지먼 안 보는 게 더 어려운 스포츠, 이게 야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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