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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e Oct 30. 2024

나만의 여행지 독서 위시리스트

책 한 권을 꼭 갖고 집을 나서는 편이다. 버스를 타고 편도 한 시간이 걸리는 회사에 갈 때는 물론, 긴 대기가 예상되는 병원에 갈 때도 그렇다. 특히 여행을 갈 때는 가서 읽을 책을 고민하는 게 여행 계획을 짜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재밌다.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이 더 즐겁다면서, 책을 고르는 것도 계획의 한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떤 나라나 지역을 떠올리면 먼저 떠오르는 책이 있다. 광주에 갈 땐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다시 읽고 싶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최진영의 <단 한 사람>과 <오로라>를 읽고 싶다. 요즘엔 중국에 유독 가고 싶은데, 천안문 광장이 있는 베이징에서 위화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고 싶다. (겁이 많아서 아마 e-book으로, 호텔 안에서만 읽지 않을까 싶다.) 언제 어디든지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일본에서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으면 흔한 일본 여행의 가벼움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를 여행할 땐 큰 캐리어와 긴 일정이 필요하겠다. 벽돌책의 매력을 알려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꼭 다시 읽고 싶으니까. 러시아를 넘어 유럽에 가는 길엔 나혜석의 <조선 여성 첫 세계 일주기>를 읽고 싶다. 100년 전 조선 여성의 여행과 21세기 대한민국 여성(나)의 여행을 비교하면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재미없다고 유명한 나라 독일에 가면 읽을 책이 또 얼마나 많을까. 이름부터 괴랄한 괴테의 책을 들고 첫 장을 펼칠 때 느낄 두근거림이 기대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의 나라, 노르웨이에 가면 꼭 뭉크의 생애를 다룬 책을 들고 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 목적지가 어디이든, 나의 몸을 흔들리는 기차와 비행기에 실을 때면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을 읽고 싶다. 


이렇게 떠나서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야, 여행 작가가 아닌 여행 독서가를 직업으로 삼아도 365일이 꽉 차겠다. 365일에서 비행기 티켓이 비싼 연휴를 제외하고, 휴가를 쓰기 힘든 대부분의 평일을 제외하면 나에게 남는 시간은 얼마나 되려나. 장수해야겠다. 세상엔 못 읽은 책도, 못 가본 곳도 너무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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