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아나 2 리뷰: 도전하기 참 쉽고 어려운 시대

by 김원

<모아나 2>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241030_282%2F1730249661335AfOjV_JPEG%2Fmovie_image.jpg


도전하기 참 쉽고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입사 지원만 해도 그렇다. 정말 먼 과거 같았으면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대장장이였다면 제2대 대장장이가 되었을 것이고, 어머니의 바느질 솜씨가 뛰어났다면 수선집을 물려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무수히 많은 채용 공고 앞에서 클릭 한 번이면 인생을 바꿀 선택을 할 수 있다. 당장 여윳돈을 털어 낯선 나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수도 있다. 당장 사직서를 내는 것도 나의 의지만 충분하다면 저지를 수 있는 일이다.


수백 년 전 많은 이들에게 간절했을 선택의 자유를 당연히 얻은 우리는 왜 그 선택 앞에서 망설이는 것일까? 그 많은 이유에 단순히 공감하고 명쾌히 답하는 영화가 <모아나 2>다. 모아나의 주체적인 도전 정신이 나에게 와닿은 이유는, 그녀의 모습이 어렸을 적 내가 꿈꿨던 거침없는 미래였기 때문인 것 같다.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241030_187%2F1730249633621xD476_JPEG%2Fmovie_image.jpg


모아나는 있는 그대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자랐다. <모아나 2>의 전작 <모아나 1>에서 아버지는 내내 말하셨다. 필요한 것이 모두 안에 있으니, 섬 밖에 나갈 필요 없다고. 하지만 이미 배부르고 등따신 모아나에게 필요한 것은 생선 몇 마리가 아니라 저 먼바다 건너편이었다. 모아나는 역시 이번에도 모험을 떠난다. 하지만 이번에 섬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앞에 망설인다. 그녀에게 지혜로운 어머니는 말한다.


하나,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는 때는 없다.


아직 준비가 안 되었어, 하는 말은 도전을 미루기 가장 좋은 핑계다. 특히 갖고 있는 것에 대한 희생을 어쩔 수 없이 동반하는 도전을 앞둔 때 더욱 그렇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보다 나아 보이는 것은 넘어도 넘어도 끝없이 마주해야 할, 우리 두 눈을 가리는 벽이다. 살다 보면 의외로 완벽주의자들이 시작이 늦고 게을러 보이는 때를 볼 수 있다. 그들은 겉보기에 모든 일을 꼼꼼히 문제없이 처리해 온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만 봤을 때 그렇다는 거다. 유튜브를 통해 배운 그들의 심리는, A부터 Z까지 본인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으면 시작도 못 한다고 한다. 모아나의 어머니가 모아나에게 전한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는 때는 없다"는 충고는 머뭇거리는 완벽주의자들에게 (혹은 완벽주의자도 아니면서 시작을 망설이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깊이 와닿는다.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240213_259%2F1707802692298zcPQu_JPEG%2Fmovie_image.jpg


소중한 가족의 충고, 섬사람들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갖고 모아나는 늘 그랬듯이 모험을 떠난다. 숨겨진 고대 섬을 찾기 위해 넓은 바다를 항해하던 중, 코코넛 전사들의 거대한 해적선을 마주한다. 뾰족뾰족 귀여운 이 코코넛들은 이 바다에서 악명 높은 해적처럼 알려져 있지만, 알고 보니 이들 역시 정체불명의 거대한 조개 입속으로 쓸려가는 중이었다. 모아나 일행은 코코넛 카카모라와 함께 조개를 마비시키는 독을 쏘는 과정에서 그 속으로 휩쓸린다.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241030_251%2F1730249589353gD7rU_JPEG%2Fmovie_image.jpg


둘, 언제나 다른 길이 있다.


길을 잃어 봐야 가는 길을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한 번에 정석적인 길을 찾는 것은 이상에 가깝다. 또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딱 하나만 있으리라는 법칙도 없다. 별자리만을 쫓아 길을 찾던 모아나는 결국 이런저런 파도에 휩쓸려 길을 잃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은 마탕이. 마탕이는 모아나 일행을 방해하는 빌런처럼 등장하지만 결국 다른 길을 찾게 도와주는 유사 조력자 역할을 해낸다. 이 고난과 헤맴 덕에 모아나는 하늘에 밝게 빛나던 별자리만 바라보지 않고서도 목적지에 잘 도착하게 된다. 위기에 빠졌을 때 그 속에서 다른 길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앞이 안 보이는 모험의 매력이다.


common?quality=75&direct=true&src=https%3A%2F%2Fmovie-phinf.pstatic.net%2F20240213_140%2F1707802718694ixSdQ_JPEG%2Fmovie_image.jpg


셋, 우리는 연결되어야 한다.

모아나가 전설의 섬 모투페투를 찾아 저주를 푼다. 곧 어디선가 반가운 고둥소리가 들린다. 이방인의 소리다. 모아나는 감격에 겨워 다른 섬의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이어 다른 고둥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마치 '우리, 내내 여기 있었어.' 하고 건네는 반가운 인사처럼 말이다. 모아나가 찾고, 그 세상에서 필요했던 타인과의 교류가 마침내 이뤄지는 순간이다.


다양한 섬사람들이 배를 타고 다 같이 모투누이섬을 향하는 장면에서 사실 흠칫했다. 존재조차 모르고 각자 살던 사람들이 모여서 좋은 일만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 뻔하다. 떨어져 지낸 만큼 생각하는 방식도 다르고, 원하는 것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모아나 2>에서 모아나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 밝고 명랑하게 갈등을 풀어내는 힘이 다시 한번 증명된 만큼, 이 우려가 곧 기대가 된다. 아마 후속작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생기는 갈등이 다뤄지지 않을까 추측하고 소망한다. 앞으로도 모아나답게, 거침없이 도전하고 부딪히고 성공해 내길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화 김씨표류기 리뷰: 서울에 고립된 모든 김씨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