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천적

2024년 3월 27일, 한화 vs SSG

by 김원

어떻게 해도 넘을 수 없던 벽 앞에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렸다. 이제 그 벽 너머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한화 이글스에게만 유독 강한 투수가 있다. 바로 투수 박종훈 선수다. 땅을 훑으며 훅 올라오는 공을 다른 팀 선수들은 참 잘 치던데, 유독 우리 팀 타자들은 어려워했다. 그래서인지 SSG에서도 (전신 SK일 때부터) 우리와 맞대결이 있는 날만 기다렸다는 듯이 박종훈 선수를 표적등판 시키곤 했다.


그렇게 한화 타선 담당 일진(?)을 수년 째 맡고 있던 박종훈 투수가 올해도 우리를 상대로 등판했다. 하지만 우린 예전의 한화가 아니다. 채은성, 안치홍 등 베테랑을 영입해 타선이 아주 달라졌단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 우리는 박종훈 투수를 조기 강판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방법이 인상적이다. 사실 여전히 박종훈 투수를 상대로 맹타를 휘두르지 못했다. 여전히 종종 헛스윙했고, 득점권 찬스를 익숙하게(?) 살려내지 못했다.


스스로 잘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어깨가 짓눌린 투수 또한 쉽사리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그의 흔들림을 지켜보고, 어쩌다 한 번 1루에 나간 주자는 2루를 훔치며 투수의 멘탈을 흔들었다.


절대 불가능해 보이던 일을 해결해 내는 방법은 정공법만 있는 건 아니다. 항상 굳건해 보이는 투수에겐 자신감도 있지만, 오늘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그 무게를 지켜보고, 빈틈을 파고들어 마침내 넘을 수 없던 벽 너머를 볼 수 있었다.


오늘의 승리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


오늘 경기로 한화는 4전 3승 1패. 승보다 패가 2경기나 더 많다. 세상에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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