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s of Our Lives
내 안에 묶여있던 오래된 매듭 같은 것이 ‘탁’하고 풀렸다.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은 ‘시간’을 살아가고, 월급을 받는 직장인은 ‘월’을 살아간다. 오랜 해외축구 팬인 나는 매년 9월에서 5월까지만 완전히 살아있고, 나머지 3개월은 반쯤 죽어지낸다. 우리가 모두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이 ‘시간’이라는 것은 사실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1초부터 한 세기, 흔히 시대라고 부르는 것을 우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해가 떠오르고 지고, 꽃이 피고 지고, 또 사람이 태어나고 떠나는 일련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분절하여 구획해 낸 결과일 뿐이다.
그리고 사람은 그 변화를 보며 시간 단위를 유추할 뿐(‘세 시간이 지났겠구나’), 시간을 실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는 없다.
2025년 5월 22일 새벽. 2024-25 유로파리그 결승은 토트넘 핫스퍼의 승리로 끝났다. 클럽에게는 17년 만의, 손흥민 선수 개인에게는 커리어 말년에 힘겹게 일구어 낸 첫 우승이었다. 뛰어난 선수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지만, 우승컵이 없다는 것만이 유일한 흠이던 그가, 그 마지막 흠결을 지워내기를 오랜 시간 함께 염원해 왔다.
마침내 손 선수가 주장으로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셀러브레이션을 하는 순간, 내 안에 묶여있던 오래된 매듭 같은 것이 ‘탁’하고 풀렸다. 순간, ‘이렇게 한 시대가 끝나는구나’라고 느꼈다. 분명 이 순간은 한 시대를 구분 짓는 분기점이고, 이 순간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세상은 어딘가 달라졌다. (가슴속에 있던 그 매듭을 증거로 제시하고 싶지만, 탁 하고 풀리고서는 온 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니까 시간은 사실은 실체적이고 감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바라던 일을 염원하던 나와 성공한 나. 소중한 사람이 생기기 전과 생기고 난 후의 나.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하던 나와 혼자 남겨진 나는 각기 어딘지 다른 사람이다. 그렇게 우리는 매듭을 묶고, 또 풀어 나가며 마음속에 하루하루 달력을 그리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