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관한 글
- '기록'과 '그리움'에 관하여
(BGM- Kings of convinence 'Homesick' / 장기하와 얼굴들- 별거 아니라고)
*수기로 쓴 일기글을 옮겨 적느라 펜/글 등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음 (23/05/10의 기록).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 않나.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의 내가 딱 인간 그 자체-다르게 말하면 망각의 동물 그 자체-인 듯하다
속상한 일, 슬픈 일을 망각하는 건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즐겁고 기쁜 것도 잘 잊어버리는 것은
조금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그만큼 즐겁고 기쁜 일이 없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가지만 애써 외면해본다
그래서 오늘은 망각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겨보고자 펜을 들어(지금은 노트북을 켜) '기록'하려한다
시작은 그랬다.
고등학교 시절 나의 열정을 바쳤던 방송부.
나보다 두 학년 선배님의 남편분의(이것도 신기) 인스타로부터 선배님이 작가로서 출판사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상하게 내가 가슴이 콩닥거렸다
늘 멋진 분이었다.
공무원 일을 하다가 꿈을 찾겠노라고 퇴사한 모습에서도
퇴사한 이후 그 시간들을 불안과 여유 속에서 지내는 모습들도
그리고 끝내 또 다른 꿈을 이뤄가는 모습도
지금 생각하면 난 선배님의 글을 좋아했다.
싸이월드에 남겨놓은 글 중에서 맘에 드는 글을 따로 간직해두기도 하고,
선배님의 브런치스토리를 몰래 구독해 가끔 글을 꺼내 읽기도 하고.
그래서였을까. 진짜 작가님이 되었다는 그 소식이 나 또한 반가웠던 건.
그러면서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됐다.
꿈 많던, 사실 그리 꿈이 많지는 않았던 17살의 나는 어느덧 33살이 되었고
선생님, 라디오 PD, MC, 상담사의 직업을 그려왔던 나는 어느덧 7년차 심리상담사가 되었으며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17살의 내가 33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았다
그 사이 내가 경험한 것들은 그리 적지 않았다 (굳이 그리 많지도 않았다는 말은 적고싶지 않다)
하지만 무언가 조금은 애닯고 공허한 건 무엇 때문일까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고,
내 대학생활은 노래와 사람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한 나날이었다
그리고 대학원은 성취, 졸업, 논문, 그리고 사람, 사랑.
사람과 사랑은 나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
결혼을 하고 지금 일을 시작하면서 물리적으로 조금은 (내)사람들과 떨어진 생활을 한 지 어느덧 5년-
남편과 나의 관계는 사랑은 더할 나위 없이 너무 좋다
하지만 가끔은, 아니 어쩌면 조금은 자주, 상황이 주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어떨땐 그냥 툭 털어버리기도, 그마저 잘 안될 땐 괜히 전활 걸어 수다 떨고 싶기도,
그러다 그냥 누군가 만나면 내 얘기를 툭 해버리기도-
그리고 결국 마지막은 나약한 것 같은 나를 좀 나무라고 탓하는 걸로.
유퀴즈 이금희 자기님의 띵언. 그래서 내가 견디기 힘들고, 견디는 이유이지 않나하고 마음 속 울림을 준 -
사람 속에 있을 때 유독 빛이 난다고 말해주던 남편 모습이 생각난다.
남편도 외로울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 서로가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찾아온다.
외로움을 나는 이제 '그리움'으로 이름 붙여보려한다.
'외로움'은 어찌할 도리 없이, 꼼짝없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느껴야하는 마음 같아
하지만 '그리움'은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나 스스로 꺼내보는 느낌.
적고 보니 조금은 더 그런 듯하다.
그래서 외로운 내가 아닌 그리움을, 그리운 것을 떠올리는 나는
내가 그리운 것들을 외로움이 아닌 그리움으로 느껴보고자
오늘을 기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