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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블리 Jun 14. 2023

기록에 관한 글

- '기록'과 '그리움'에 관하여

(BGM- Kings of convinence 'Homesick' / 장기하와 얼굴들- 별거 아니라고)

*수기로 쓴 일기글을 옮겨 적느라 펜/글 등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음 (23/05/10의 기록).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 않나.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의 내가 딱 인간 그 자체-다르게 말하면 망각의 동물 그 자체-인 듯하다

속상한 일, 슬픈 일을 망각하는 건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즐겁고 기쁜 것도 잘 잊어버리는 것은

조금은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그만큼 즐겁고 기쁜 일이 없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시 스쳐가지만 애써 외면해본다

그래서 오늘은 망각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겨보고자 펜을 들어(지금은 노트북을 켜) '기록'하려한다


시작은 그랬다.

고등학교 시절 나의 열정을 바쳤던 방송부.

나보다 두 학년 선배님의 남편분의(이것도 신기) 인스타로부터 선배님이 작가로서 출판사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상하게 내가 가슴이 콩닥거렸다


늘 멋진 분이었다.

공무원 일을 하다가 꿈을 찾겠노라고 퇴사한 모습에서도

퇴사한 이후 그 시간들을 불안과 여유 속에서 지내는 모습들도

그리고 끝내 또 다른 꿈을 이뤄가는 모습도


지금 생각하면 난 선배님의 글을 좋아했다.

싸이월드에 남겨놓은 글 중에서 맘에 드는 글을 따로 간직해두기도 하고,

선배님의 브런치스토리를 몰래 구독해 가끔 글을 꺼내 읽기도 하고.


그래서였을까. 진짜 작가님이 되었다는 그 소식이 나 또한 반가웠던 건.


그러면서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됐다.


꿈 많던, 사실 그리 꿈이 많지는 않았던 17살의 나는 어느덧 33살이 되었고

선생님, 라디오 PD, MC, 상담사의 직업을 그려왔던 나는 어느덧 7년차 심리상담사가 되었으며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17살의 내가 33살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았다

그 사이 내가 경험한 것들은 그리 적지 않았다 (굳이 그리 많지도 않았다는 말은 적고싶지 않다)

하지만 무언가 조금은 애닯고 공허한 건 무엇 때문일까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고,

내 대학생활은 노래와 사람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한 나날이었다

그리고 대학원은 성취, 졸업, 논문, 그리고 사람, 사랑.


사람과 사랑은 나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


결혼을 하고 지금 일을 시작하면서 물리적으로 조금은 (내)사람들과 떨어진 생활을 한 지 어느덧 5년-

남편과 나의 관계는 사랑은 더할 나위 없이 너무 좋다

하지만 가끔은, 아니 어쩌면 조금은 자주, 상황이 주는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어떨땐 그냥 툭 털어버리기도, 그마저 잘 안될 땐 괜히 전활 걸어 수다 떨고 싶기도,

그러다 그냥 누군가 만나면 내 얘기를 툭 해버리기도-

그리고 결국 마지막은 나약한 것 같은 나를 좀 나무라고 탓하는 걸로.



유퀴즈 이금희 자기님의 띵언. 그래서 내가 견디기 힘들고, 견디는 이유이지 않나하고 마음 속 울림을 준 -


사람 속에 있을 때 유독 빛이 난다고 말해주던 남편 모습이 생각난다.

남편도 외로울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 서로가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찾아온다.


외로움을 나는 이제 '그리움'으로 이름 붙여보려한다.

'외로움'은 어찌할 도리 없이, 꼼짝없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느껴야하는 마음 같아

하지만 '그리움'은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을 나 스스로 꺼내보는 느낌.

적고 보니 조금은 더 그런 듯하다.


그래서 외로운 내가 아닌 그리움을, 그리운 것을 떠올리는 나는

내가 그리운 것들을 외로움이 아닌 그리움으로 느껴보고자

오늘을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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