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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Apr 14. 2016

발산형 디자이너와 수렴형 디자이너

두 종류의 디자이너가 있더라

일을 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디자이너를 만났는데,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발산형 디자이너와 수렴형 디자이너. 디자인 프로세스에서는 발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가 반복적으로 요구된다. 발산적 사고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등 ‘일을 벌리는’ 생각들이다. 수렴적 사고는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기고 실행 가능하도록 추진하는 등 ‘일을 수습하는’ 생각들이다. 디자인 프로젝트를 할 때 각 디자이너들의 역할을 보면 발산의 과정에서 빛을 내는 디자이너와 수렴의 과정에서 활약하는 디자이너가 달랐다.


IDEO Design Thinking





발산형 디자이너의 특징


- 큰 그림을 그린다.

- 비전을 제시한다.

- 아이디어를 낸다.

- 기존의 관념을 벗어난 해결 방법을 찾는다.

-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발산형 디자이너가 욕먹는 포인트


“쟤 또 헛소리하네."

야구 선수 중에 정말 훌륭한 타자의 타율이 3할을 겨우 넘는다. 10번 중에 3번 맞추면 잘 맞춘다는 거다. 발산형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10개의 황당한 아이디어 중에 몇 개 정도 쓸만한걸 건질 수 있으면 꽤 쓸만한 디자이너다. 다시 말하면 발산형 디자이너가 얘기하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헛소리다. 어쩌다 나오는 괜찮은 아이디어를 기다려줄 인내심이 있는 환경이 안되면 발산형 디자이너는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발산형 디자이너가 내놓는 ‘황당한’ 아이디어 중에는 실행 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막 던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관련 지식이 없어서, 개발에 대해 개뿔 몰라서, 현장 경험이 없어서 등 ‘잘 알지 못해서’ 욕을 먹는다.




수렴형 디자이너의 특징


- 여러 아이디어 중에 쓸만한 아이디어를 알아본다.

- 좋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 실행한다.

- 정리한다.

-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수렴형 디자이너가 욕먹는 포인트


“뻔해."

예측 가능한 뻔한 결과물을 내놓을 때가 있다.


"해보지도 않고 맨날 안된대."

실행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몸을 사린다. 안될것 같은 일에 모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발산형 디자이너와 수렴형 디자이너가 함께 잘 섞여 있어야 한다. 발산형 디자이너만 모여 있으면 프로젝트가 산으로 간다. 좋은 아이디어는 계속 휘발되고 방향을 잃고 어느새 엉뚱한 곳에 다다른다. 프로젝트는 계속 질질 끌고 결과가 안 나온다. 수렴형 디자이너만 모였을 때가 차라리 낫다. 적어도 완성은 되고 손에 잡히는 결과물은 나오니까. 하지만 결과물이 재미 없다. 매력 없고 뻔하다.





이런 반박을 할 수도 있다.


발산형도 수렴형도 아닌 ‘똥멍청이'들이 있다?

그건 2개의 축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발산형 디자이너 중에서도 역량이 뛰어난 발산형 디자이너가 있고 역량이 떨어지는 발산형 디자이너가 있다. 똥멍청이 발산형 디자이너는 타율이 너무 낮아 늘 헛소리만 한다. 경험상 애매한 역량의 발산형 디자이너보다 애매한 역량의 수렴형 디자이너가 훨씬 낫다. 그래도 일이 진행은 되니까. 발산형 디자이너의 역량을 파악하려면 인내가 필요하기에 많은 기업에서는 수렴형 인재를 선호하는 것 같다. 양쪽 역량이 다 부족한 똥멍청이는 수렴형 인재로 훈련시키는 게 편할 거다.




발산형과 수렴형 디자이너는 직급에 따라 나뉠 뿐이다?

많은 조직에서 상급자가 발산형이고 밑에 사람들이 수렴한다. 위에서 알쏭달쏭한 키워드를 하나 던져주면 밑에서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막 해석해내고 꾸역꾸역 실행한다. 전형적인 탑다운 방식이다. 이런 조직에 많이들 익숙하다 보니 아랫사람들은 수렴적 사고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바텀업을 잘하는 조직에서는 아래에서 펼치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들어주고 그중에 쓸만한 아이디어를 선별해서 실행을 결정한다.

나는 체질적으로는 발산형 디자이너지만 회사에서는 수렴형의 일을 주로 한다. 그래서 일이 재미없다. 관리자는 함께 일하는 직원의 성향과 역량을 잘 파악하면 더 잘 써먹을 수 있고 직원도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다.


디자이너만 발산형/수렴형으로 나뉘는 건 아니다?

맞다. 크리에이티브를 요구하는 직군 어디서든 발산형과 수렴형 인재를 나눌 수 있다. 다만 디자인 프로세스는 발산과 수렴의 과정이 특히 역동적으로 반복되기에 그 구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발산(diverge)과 수렴(converge)의 반복






쏘왓. 그래서 어쩌라고.


다들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어차피 완벽한 디자이너와 일할 수 없다. 나 자신도 완벽하지 않으니까. 함께 일하는 사람을 잘 파악해야 잘 써먹을(?) 수 있다. 쟤 나랑 완전 안맞아, 라고 좌절하지 말고 어느 단계에서 더 잘 활용할지를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신입 디자이너는 어느 쪽으로 테크트리를 탈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둘 다 잘해야 되긴 하지만 어느 쪽을 더 계발할지는 좀 고민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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