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디 Feb 19. 2017

카카오는 사용자 인터뷰를 어떻게 할까

브런치팀 사용자 인터뷰 후기

얼마 전에 브런치팀에서 메일을 받았다. 제목부터 시선을 끌었다.

브런치팀과의 1:1 티타임에 흔디 작가님을 초대합니다!




특정 주제로 꾸준히 글을 발행하는 인기 작가 중 일부를 1:1 티타임에 초대한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글을 쓰며 어려웠던 점, 글쓰기의 동력 등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아니 잠깐, 이거 그냥 사용자 인터뷰잖아?


다시 문맥을 뜯어보니 헤비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1시간 30분짜리 사용자 인터뷰였다. 포장이 그럴싸한데? 사용자 인터뷰해달라고 요청하면 대체로 귀찮아서 '안읽씹'이다. 사용자를 판교까지 오게 하고 한 시간 반의 시간을 내달라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근데 메일의 표면만 보면, 마치 그 많은 작가들 중에 나를 특별히 선정해서, 나의 고충을 들어주고, 나의 고견(!)을 귀담아 들어, 나를 위해 서비스를 더 좋게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썼다. 게다가 '사용자 인터뷰'라는 표현 대신 '1:1 티타임'이라니... 무릎을 탁 치는 표현이다.


작가님을 만나 뵐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봄을 맞는 따듯한 기분으로 브런치 팀과 차 한 잔 어떠신가요? ^^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겠는가.


브런치팀의 사용자 인터뷰에 기꺼이 참석하게 된 건 브런치 작가로서의 호기심뿐 아니라 UX 디자이너로서의 호기심도 한몫했다. 그간 다니던 회사들에서 여러 차례 사용자 인터뷰를 직접 진행해보며 늘 설명하기 어려운 '갈증'을 느꼈다. 사용자 조사는 책에서 보던 전문적인 프로세스가 아니었다. 늘 급하게, 결과물 다 나온 후, 고칠 수도 없는 시점에서, 설득 자료로 쓰였다. 그리고 적합한 시점이 아니었기에 조사 결과는 늘 서비스에 반영하기 어려웠다. 제대로 된 사용자 조사를 하고 싶다는 욕구는 계속 있었다. 그래서 다른 회사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첫인상

약속한 시간에 카카오 판교 사무실에 도착했다. 인터뷰는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메일 내용은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지만 역시 내가 생각했던 건조한 사용자 인터뷰가 맞았다. 그래도 나름 음료와 다과를 준비해주었다. 디자이너와 기획자를 포함한 3명의 담당자와 함께 했다. 1:1이라고 메일에는 쓰여있었지만 역시.. 타이핑을 할 사람도 필요하고 직군 별 백업 질문도 필요한 법. 브런치팀(정식 부서명은 ‘브런치셀’이었다)에는 20명 정도의 직원들이 있고 기획, 디자인, 개발, 운영 등이 모두 한 부서에 있다고 했다. 젊은 부서 같았다.


10명 정도의 작가와 인터뷰를 잡아 두었다고 했다. 메일에 쓴 것처럼 한 주제로 꾸준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중에서 참석 가능한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낸 거라고 얘기해주었다.



사전 준비

담당자들이 인터뷰에 앞서 나에 대한 뒷조사(?)를 해둔 걸 알고 적잖이 놀랐다. 내가 쓴 브런치 글들은 미리 읽었을 거 같다고 예상 했지만 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까지 찾아볼줄은. 부끄러운 마음이 좀 들긴 했지만 준비는 철저해 보였다. 어떤 맥락에서 질문할지 고민하느라 미리 파악해둔 거 같다. 인터뷰 중간중간 내가 썼던 특정 글들을 예시로 들어 질문하기도 했었다. 기억에 남는 얘기는 내가 연말에 소개했던 '브런치의 주옥같은 UX 작가들 20162015’ 글을 브런치팀에서 관심 있게 봤고, 글에 언급되었던 작가들이 실제로 구독자 수가 많이 늘었다는 지표를 들었을 때. 왠지 뿌듯했다.



인터뷰

미리 준비한 질문들을 쭉 훑으며 이야기를 진행했다. 시간이 안돼서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설문조사를 보낸다는 얘기가 메일에 있었는데 그 설문을 인터뷰로 하는 거 같았다. (어려운 질문에는 보기까지 있었다.) 질문의 흐름을 보면 브런치에서 고민하는 방향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작가들의 동기부여, 글을 쓰는 원동력, 글 쓸 때의 어려움, 작가들에게 어떤 베네핏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출판사와 작가를 연결하는 방법, 매거진을 잘 활용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는 것 같았다.


평소에 작가로서, UX 디자이너로서 브런치에 아쉬웠던 점들을 만난 김에 풀어놓았다. 까먹을까 봐 미리 메모까지 해두었다. 기능적으로 얘기하면 의도했던 사용자 인터뷰와는 방향이 달라질 거 같아서 큰 방향 위주로 얘기했다. 근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유관부서 회의하는 느낌이 들긴 했다. 인터뷰 진행자도 컨설팅받는 느낌이라고 얘기하시고… 그래도 문제점만 얘기해도 돼서 편했다. 내 일이면 문제점을 얘기하면서 해결 방안도 같이 내놓아야 하는데 그냥 불편하고 아쉬운 점만 얘기했다. 그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에게 되물으면, 그건 담당자가 좋은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난 지적질이 천직인가 보다.



프로토타입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을 보여주었다. 와이어프레임으로 된 Lo-Fi 프로토타입이었다. 대충의 윤곽과 플로우flow까지만 나온 상태 같다. 카카오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프로토타이핑 툴 ‘오븐’을 썼다고 했다. 오븐 얘긴 들어봤는데 정말로 카카오에서 그걸 쓰는 줄은 몰랐다. 화면을 보여주며 구체적으로 의견을 물어보았다. 말로만 설명해주는 것보다 와이어프레임이라도 이미지를 보여주니 이해는 더 쉬웠다. 인터뷰는 프로토타입을 보여주는 게 더 머리에 잘 그려지는 건 맞는 거 같은데, 다른 일반 사용자들도 와이어프레임 상태를 잘 이해할 수 있을지는 궁금하다.


카카오에서 만든 프로토타이핑 툴 '오븐'



프로젝트는 아직 오픈되지 않았으니 내용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미공개 프로젝트를 미리 볼 수 있었던 건 영광이었다. 입이 근질근질 하지만 상도가 있으니 조용히 하기로.





브런치는 런칭 초기부터 애정을 가지고 사용해서 왠지 친근하고 담당자들도 궁금했는데 사용자 인터뷰로 그간의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었다. 재밌게 일하고 화기 애애한 분위기의 좋은 팀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작가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도 고마웠다. 한동안 글쓰기를 게을리했는데,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다시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로서의 내 이야기를 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나의 글쓰기에 대해서도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왜 글을 쓰는지 까먹고 있었는데.


덕분에 카카오 구경도 해보고 라이언 쿠션도 선물 받고 좋은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 앞으로 나올 브런치 새 서비스 기대된다. 그때 연재할 주제를 지금부터 좀 생각해둬야겠다.


새식구 라상무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의 주옥같은 UX 작가들 (201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