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그룹 '작심삼십일' 운영방식 소개
원래는 글쓰기 그룹 작심삼십일을 소개하는 지난 글 이후, 몇 주 내로 이번 편을 쓸 계획이었는데 어느새 연말이네요. 그래도 올해 내로는 이 시리즈를 다시 살려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어 이어서 써봅니다.
까먹었을까 봐 지난 글을 간단히 요약해봅니다. ‘작심삼십일’이라는 30일간 매일 글 쓰는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몇 가지 변화가 있었어요.
1. 글 쓰는 습관
2. '완벽' 대신 '완성'
3. 두려움이 없어진다.
4. 나만의 목소리
이어서, 이번 편은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면서 느꼈던 장점을 이야기하고, 작심삼십일의 운영방식을 소개해드릴게요.
물론 의지만 있었다면 매일 글 쓰는 도전을 혼자 할 수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혼자 완주할 자신이 없었어요. 같이 글을 쓰며 약간의 압박감도 느끼려고 그룹을 만들었어요. 함께 다짐을 했으니,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글도 함께 볼 수 있어 좋았어요.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 교수, CEO, 마케터, 건축가, 서점 직원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같은 주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다 보니 내 글을 쓰는데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와서 보니 가장 좋았던 점은 글 친구가 여럿 생겼다는 점이네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특유의 감성이 있더라구요. 일단 우린 남들 보기엔 지나치게 진지한 사람들이었어요. 별거 아닌 일도 진지하게 사색하고 의미를 찾으려 했고 그 과정을 즐겼어요. 그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우리의 감동 포인트였죠. 만나고 보니 관심사도 비슷했어요. 좋아하는 책, 영화, 음악, 여행 취향 등도 어째서인지 비슷했어요.
보통 사람을 사귈 때, 외향적인 모습과 객관적인 조건 등 ‘껍데기’로 먼저 사람을 파악하고 친해질수록 점점 내면의 이야기를 듣게 되죠. 근데 작심삼십일에서 알게 된 글 친구들은 그 반대의 경험을 했어요. 만나기 전에 글부터 읽게 되니까, 먼저 훅하고 내면의 이야기부터 듣게 되었어요. 30일간 깊은 이야기를 글로 읽고 나니 벌써 친해진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30일 도전이 끝나고 쫑파티를 했을 때 사람들을 직접 만나 외향적인 모습을 매칭해야 했는데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이런 장점들을 굳이 언급하는 건, 매일 글 쓰는 도전을 가급적 여럿이 함께 했으면 해서입니다. 혼자 써도 좋지만, 이렇게 큰 맘먹고 도전할 때는 함께 가면 더 든든하더라구요.
뭔가 대단한 방식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 설명을 보며 따라 해 볼 수 있도록 소개해볼게요.
페이스북에 비공개 그룹을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했어요.
우린 17명이 함께했어요. 지난 글에 소개드린 변유선 님과 저 둘이 시작했어요. 유선님과 제 주변에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몇 명씩 꼬셨고, 그들이 또 다른 친구들을 초대했어요. 네.. 다단계 전법으로 사람을 모았어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원래 계획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었네요.
근데 해보니, 권장은 10명 이하의 규모입니다. 4~8명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요. 글 친구가 많이 생겨 좋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을 다 읽지 못해서 아쉬웠다는 피드백이 많았거든요. 30일간 17명의 글을 빠짐없이 다 읽은 제 입장에서 봤을 때 하루에 5명의 글까지는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람이 너무 많으면 안 쓰는 사람이 눈에 잘 띄지 않아요. 중도탈락자가 생겨도 잘 모르겠구요. (사실 시작은 18명이었는데 중간에 한분이 그만두셨어요. 흑.)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유선님과 저 둘이서 30개의 주제를 미리 만들어 두었어요. 주제에 대해서는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커리어 관련 주제로 좁혀서 시작해보기로 했어요. 너무 포괄적으로 쓰면 산만해지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자신의 전문분야와 커리어를 돌아보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내면 좋은 글쓰기 훈련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어요.
주제를 정해두고 썼던 이유는 초심자들에게 조금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였어요. 많은 초심자들이 글을 쓰고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저에게 했었거든요. 자 이제 오늘부터 씁니다 준비 땅, 하기에는 너무 막막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매일매일 쓸 주제를 정해두었던 거였어요.
대신, 7일마다 자유주제로 글을 썼습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발굴할 수 있는 훈련도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30개의 주제를 채우기 어려워서 쓴 꼼수이기도 해요..)
규칙은 간단했어요.
같은 날 모두 함께 시작했어요.
매일 12시에 페이스북 그룹에 그날의 주제를 공지로 올렸습니다.
멤버들은 그 날 내에 그 주제로 500자 이상의 글을 써서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못 쓰게 되는 날은 그 이유를 남겨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도 읽고, 의견도 남깁니다.
이걸 30일간 반복!
가장 중요한 건, 내용이 별로일까 봐 문법이 틀릴까 봐 걱정하지 말고, 일단 쓰기!
30일간, 30개의 주제로 17명이 총 409개의 글을 작성했습니다. 평균 24개의 글을 썼어요. 그리고 17명 중 7명은 30일의 주제를 모두 완주했습니다.
“퇴근길에 자연스레 글을 쓰는 습관이 만들어졌다.”
“혼자라면 이루어내지 못했을 만족스러운 여정”
“역시 최고의 영감은 마감”
“다른 사람들의 글에서도 많이 배웠다.”
“내가 쓰는 글에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나만의 문체를 만들어갔다.”
30일을 마치고 참여자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각자 좋았던 경험을 그냥 접기는 아쉬워서 또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난번과는 다른 시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소식은 브런치로 알려드릴게요.
새해는 새로운 다짐을 하기에 좋은 시점 같아요. 새해 다짐으로 글쓰기 도전 같이 해봐요.
다음 편은 뭘 쓸지 좀 고민되네요. 30일간 썼던 글을 조금 소개하거나,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