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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수신 Nov 17. 2018

How Design Thinking Works

디자인 씽킹이 뭔가요

2018년 11월 16일 울산에 있는 UNIST에서 개최된 DTRS12, 즉 Design Thinking Research Symposium의 Roundtable Discussion session의 chair를 부탁받았는데, 그때 발표한 저의 Design Thinking에 대한 생각입니다.

주제는 How Design Thinking Works (Or Not) In Industry, 즉 디자인 씽킹이 우리 산업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내용입니다. 디자인과 디자인 과정의 변천 과정, 디자인과 타 분야의 융합적인 협업이 필요하게 된 이유, 디자인 씽킹이 등장하게 된 배경, 디자인 씽킹이 가능하게 한 것들, 그리고 그로인해 얻어진 것들과 염려스러운 것들을 저의 시각으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먼저 디자인의 ‘성장 과정’입니다. 제 다른 블로그와 논문에 자주 사용했기 때문에 눈에 익숙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디자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지금의 의미로 사용되기 전입니다. 이걸 저는 Early-Design이라고 부릅니다. 디자인의 목적은 아름답고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을 이러한 “물건”들을 “만드는” 산업의 관점을 가지고 활동을 했구요, 그 활동의 내용은 주로 디자인 하기, 즉 그리고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게 되고 보다 쓸모있는 (useful), 그리고 사용하기 좋은 (usable) 물건이 필요하게 되면서 디자이너들의 관심은 물건보다는 그 물건을 통한 경험으로 옮겨갑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람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된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즉 “공장”의 관점이 아니라, “시장”의 관점이 중요해 진 겁니다. 이러다 보니 사장들의 경험을 이해해서 더 나은 경험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디자이너들이 직접 하게 되고, 디자인 리서치, 디자인 사고 과정이 디자인을 만드는 작업 만큼이나 중요해 졌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더 복잡하게 된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분야가 융합적인 구조로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일이 많아졌고, 디자이너들이 다른 분야와 같이 일을 하기 위해서 연결 “connecting”, 그리고 대화 “communicating”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졌습니다. 즉 예전에는 굳이 요구되지 않았던 자질이 중요하게 된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원래의 기능, 즉 그리고 만드는 것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더 의미있고 (meaningful) 가치있는 (valuable)한 것들을 만들기 위해서, 또 그렇게 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어느 한 분야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디자인이 진화하는 동안 디자인이 다루어야 하는 대상, 즉 design problem들도 진화해 왔습니다.


예전에는 디자이너들이 주로 형태와 기능간의 문제를 다루었다면 (그러다보니 Louis Sullivan 은 Form Follows Function, 즉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라는 이야기를 했지요), 디자인이 본격화된 후로는 기술, 시장, 그리고 조형의 세가지를 동시에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더 복잡해졌습니다. 기술, 시장은 물론이고, 여기에 사회, 환경, 정책, 인간다움 등등이 더해져서 문제의 해결은 커녕, 그 실마리를 찾기조차 쉽지 않아 졌습니다. 그러니 예전의 방법이 통하기 어려워진 겁니다.



예술과 크라프트로서의 디자인을 하던 때에는 타 분야와 굳이 협업을 할 일도 없고, 이야기를 할 필요도 많지 않았습니다. 디자인은 디자이너들이 알아서 하던 시절이었던 거지요. 뭐든지 만들고 판매하려면 다른 분야와 같은 같은 목적을 가지면서도 따로따로 일했던 거지요. 디자이너들도 생각보다는 만드는 일에 몰두하고, 생각을 하더라도 주로 직관에 의한 생각을 주로 했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Bryan Lawson 같은 몇몇 디자인 선각자들이 디자이너들이 제대로 생각하는 방법 등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기도 했습니다.


디자인이 본격화되면서 디자인은 engineering, marketing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됩니다. 디자인 프로세스들이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를 활용하기 시작하고 (analysis-synthesis-evaluation 같은 형태), 인간공학 같은 기법도 활용이 되기 시작했으며, 사용자 프로파일링 등의 마케팅 기법들도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이너들 가운데에도 어떤 사람들은 심미적 관점에서, 어떤 디자이너들은 공학적 관점, 또 어떤 이들은 시장의 관점에서 디자인 문제에 접근하는 차이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어떤 디자인 학교는 예술대학교에, 어떤 학교는 공과대학교에, 또 어떤 경우에는 비지니스 대학교에 소속이 되고, 그에 따라서 디자인 교육도 예술, 공학, 그리고 마케팅 등 다양한 영향을 받은 형태로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디자이너들도 그에 따라 꽤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디자인 프로세스에서도 디자이너의 사고과정이 중요해집니다.


오늘날을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사고과정이 다른 분야에 영향을 주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되면서 디자인 분야와 바 분야의 연결이 훨씬 잘 이루어지고, 또 다른 분야들간의 융합적인 협업이 활발해지게 됩니다. 그야말로 복잡해진 디자인 문제 (complex design problems) 에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융합적 디자인 (integrated design) 이 가능해 진 겁니다.



디자인적인 사고방식이 Design Thinking 이라는 이름으로 타 분야에서 활용되고, 또 비지니스 대학, 공과대학 등에서도 Design Thinking 강의가 이루어지면서 융합적인 디자인 프로세스가 더욱 가능해지게 됩니다. 디자인 씽킹이 위에서 설명한 디자인의 진화 과정에서 대두된 connecting과 communication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한편 디자이너들의 사고방식은 원래부터 디자인 과정의 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굳이 이를 디자인 씽킹이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피아니스트, 마케터, 엔니지니어들이 굳이 자신들의 사고 과정을 각각 피아노 씽킹, 마케팅 씽킹, 또는 엔지니어링 씽킹이라고 부르는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디자인적인 사고방식이 Design Thinkling이라는, 일종의 브랜드 네임처럼 등장해서 다른 분양의 전문가들이 디자이너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더 활발한 협업이 가능해지고, 또 다른 분야에도 창의적인 사고방식이 도입되는 일은 참으로 다행스럽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디자인 씽킹의 등장과 확산에도 좋은 점과 우려되는 점들이 있습니다.


좋은 점은 위에 여러번 이야기 한 것처럼 다른 분야도 디자인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느라 의사소통이 되지 못했던 것들을 해결해 주며, 따라서 협업이 더욱 잘 되도록 되는 겁니다.


걱정스러운 일들도 있습니다.


디자인 씽킹을 비지니스, 엔지니어링 대학등에서 배운 경영자들, 엔지니어들이 때로 자신들이 디자이너가 된 것으로 생각해거나, 디자인의 고유한 역할을 인식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러다 보니 디자이너들을 자신들의 “디자인 씽킹”을 그저 시각화해 주는 사람들로 보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상당히 우려스러운 이유는 의학 기초 수업을 몇 개 듣고 본인이 의료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일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디자인 씽킹이 디자인 프로세스라고 생각하는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B-school과 E-school에서는 디자인 씽킹을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두번째의 우려는 디자이너들 가운데에서도 생각은 더 많이하고 (좋은 일입니다) 대신 디자인 작업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 (아주 나쁜 일입니다) 가 많아진다는 겁니다. 이건 디자이너들 스스로가 디자이너가 아닌 길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즉 - 과장아닌 과장을 좀 하자면 - 디자이너들로서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 됩니다.


세번째 우려는, 두번째의 우려에서 이야기 한 것 같은 일들이 벌어지다 보니 디자이너들 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겁니다.


다음은 저의 발표 이후에 참석자들이 토론을 한 주제들입니다. 물론 여기에 없는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첫번째 주제는 워낙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 씽킹 이야기를 하다보니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도 정작 디자인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 기현상에 대해서 생각을 나누어 본 겁니다.

두번째는 디자인 씽킹에 대한 워낙 다양한 시각이 있다보니 보다 명쾌한 정의가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세번째는 디자이너들이 제품 개발 등의 시스템에서 ‘도구’, ‘작업자’ 또는 ‘타인의 승인을 기다리는 사람’ 등으로 인식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와, 디자이너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주제입니다.

네번째는 주로 B 스쿨에서의 디자인 씽킹 교육이 경영자에게 더 많은 주도권을 주는지, 아니면 디자이너들의 역할을 도와주는지에 대한 이야깁니다.

다섯번째는 디자이너들이 데이터, 기술, 연구 등에 많이 - 때로는 너무 많이 -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러다 보면 디자이너로서 놓치는 것들은 없는지에 대한 주제입니다.



울산 UNIST에서 최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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