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 나의 삶에 힘을 실어 주는 사람이 있다. 오늘 그 지인분들이 제주도에 오셨다. 당일 여행 목적으로 김포에서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아침 7시 40분에 도착하셨다. 토요일 아침, 일상의 뻔한 하루를 버리고 특별한 시간을 시작했다. 6시부터 일찍 서둘러 준비하고 제주 공항으로 나섰다.
'아침 식사는 어디에서 하면 좋을까?'
'어느 곳부터 모시고 갈까?'
'날씨가 너무 추우면 어떻게 하지?'
'비가 오면?, 눈이 오면?'
두 분에게 가이드가 되어야 하기에 이런 걱정과 기대가 며칠 전부터 은근하게 내 마음에 깔리기 시작했다.
나는 올해 1월에 제주도에 내려와 살고 있다. 1개월 후면 1년이 된다. 오늘 여행안내자가 되어 지인 두 분의 당일 제주도 여행을 안내했다. 공항에서 7시 40분에 만나 함덕해수욕장으로 갔다. 제주도에서 내가 가 본 해수욕장 중에서 함덕해수욕장이 가장 아름다웠기에 함덕해수욕장을 자신 있게 추천했다. 차 안에서 당일 여행으로 준비한 내용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꺼냈다. 두 분은 행복해하시며 고마워하셨다.
우선, 함덕해수욕장 주변에서 아침으로 전복 설렁탕을 먹었다. 전복이 들어간 설렁탕, 돌솥밥, 전복죽은 새벽 일찍부터 움직이느라 허기진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데 충분했다. 식사를 마치고 잠깐 소화를 시킬 겸 서우봉 둘레길을 산책했다. 바람도 없고, 비도 안 오고, 춥지도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바람도 불고 겨울이라고 뽐내듯이 추웠던 날씨가 잠시 오늘 하루 뒤로 숨었나 보다.
"제주도 요즘 엄청 추워요. 목도리, 장갑, 겨울 외투, 모자, 단단히 무장하시고 오셔야 해요." 하루 전날 두 지인분께 안내해 드린 말이 거짓말이 되었다. 거짓말이 되어서 행복했다. 두 분이 가뿐하게 산책하시다가 사진도 찍으시고 힐링하시는 모습 그대로 나의 행복이 되었다.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한라산 둘레길 사려니숲, 점심으로 용두암 근처에서 흑돼지구이, 용두암. 그리고 보리빵이 있는 내 집 주변 빵집,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찰보리빵을 사서 내가 살고 있는 집으로 갔다. 오후 4시 30분이다. 제주도 당일 여행 코스는 이렇게 알차게 채워졌다.
두 분은 나에게 찰보리빵 한 박스를 사주셨다. 지인 한 분이 제주도 보리빵이 맛있다고 꼭 사고 싶어 하셨다.
"어! 제가 살고 있는 근처에 보리 빵집이 있어요. 거기로 가요."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건너편에 보리 빵집이 있다. 평소에 먹고 싶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오늘 그 빵을 먹었다.
"공항에 가기 전에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차 마시며 쉬어요."여행 중간에 내가 했던 말이다.
"카페보다 여기가 따뜻하고 편해. 좋아." 두 분은 여행 마지막 코스로 내 집에서 정겹게 대화를 나누었다. 늘 혼자였던 방에 나를 아껴주는 두 지인분이 편안하게 누워 계셨다. 가냘픈 느낌이었던 방이 풍성함으로 다가왔다.
저녁 7시 50분 제주공항 안으로 두 지인 분이 들어가셨다. 내가 가이드가 되어 여행을 안내한 것이 아니었다. 나를 여행시켜 주시기 위해 멀리서 찾아 주신 것이었다. 오늘 여행은 내 마음에 그렇게 담아졌다. 꿈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