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 젖은 모래 위를 맨발로 걷기 시작한 지 3개월째다. 올해 9월부터 거의 매일 걷는다. 11월이 되면서 낮이 짧아졌기에 어두운 풍경 속에서 걷는다. 퇴근 후 간단하게 준비한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고 10분 정도 도두봉 주변을 산책하다가 수영 강습에 들어간다. 7시 10분 정도에, 수영장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차를 주차한다. 작은 수건을 들고 해수욕장으로 향하다가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수돗가 주변에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그 위에 수건을 올려놓는다. 바닷물이 왔다 갔다 하는 바닷가 젖은 모래밭을 걷기 시작한다.
며칠 전 어느 날, 출장이 있었는데 일이 일찍 끝난 덕분에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모래밭을 걸었다. 요즘, 걸을 때마다 나 스스로 다짐한 것이 있다.
'쓰레기 담을 봉투와 집게를 가지고 와서 걸을 때 보이는 쓰레기 주워야지.'
걸을 때마다 생각하고 마음먹는데 이번에도 또 잊고 그냥 걷고 있었다. 쓰레기를 피해 걸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바다에서 파도가 말하는 듯했다. 아프다고. 살려달라고. 쓰레기 좀 치워달라고.
'담을 봉투도 없고 집게도 없고.'
나는 이것저것 없다는 핑계를 파도에게 말하듯이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주워 담을 봉투라도 있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고 있는데, 누군가 50미터쯤 앞에서 커다란 쓰레기를 손으로 줍고 있었다. 50살이 넘어 보이는 남자분이다. 맨발로 걷다가 쓰레기를 주워 파도와 멀리 떨어진 마른 모래 위에 모아 놓는 모습이다. 금세 쓰레기가 쌓였다. 그러고는 모래밭 밖으로 나가 유유히 사라졌다.
'아,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나는 큰 보물을 찾는 열쇠라도 발견한 듯이 기뻤다.
용기가 생겼다. 허리를 숙여 맨발 아래에 있는 쓰레기를 주웠다. 걸으면서 하나, 둘, 셋, 넷,..... 손에 가득 담았다. 바닷물과 멀리 떨어진 마른 모래밭에 모아 놓고 다시 파도 가까이 다가와 보이는 쓰레기를 줍고, 또 주웠다. 손에 묻으면 더러운 느낌이 들까 봐 긴장했었는데, 오히려 열 손가락이 쓰레기가 손 안에서 떨어질까 봐 꼭 쥐어 잡았다. 아프다고 말하던 파도가 기뻐서 뛰어노는 어린아이로 보였다.
이제 이호테우 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며 쓰레기 줍는 일이 쉽고 행복하다. 파도와 친해졌다.
환하게 웃고 있는 듯한 파도가 나에게 말하는 듯하다.
"고마워요. 내 아픔을 알아줘서 고마워요. 내 말에 귀 기울여줘서 고마워요. 내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줘서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신이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