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퍼다 그대로 자기 블로그에 올린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있을까?라는 궁금함에 검색창에 내가 쓴 글 제목을 썼다. 그 순간 깜짝 놀랐다. 누가 내 글을 퍼다 쓴 것이다. 남편과 힘든 관계에서 벗어 난 이야기로 내 가정에 대한 극히 사적인 이야기다. 엉뚱한 사진들과 섞여 글 전체를 그대로 복사하여 올려놓았다.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진단 말인가?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딸에게 물었다. 딸은 유튜브에서 저작권과 관련된 영상을 찾아 보내 주었다. 그 영상을 보니 분명 저작권 침해다. 그 블로그 주인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야 하는데 연락할 방법을 못 찾고 헤맸다. 밤 9시가 되면 습관적으로 글쓰기를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벌어진 일이다. 글 쓰는 것을 뒤로 미뤘다. 한참을 헤매다 방법을 찾았다. 극히 개인의 이야기를 자기 이야기인 양 그대로 올린 것에 대해 속상한 것과 바로 글을 삭제해 달라고 썼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했다. 글을 내리게 하는 방법을 더 찾아보았다. '신고하기'를 발견했다. 신고하기 내용을 다 기록하고 올렸다. 잠시 뒤, 하루만 기다려보자는 마음에 신고하기를 취소했다. '60살에 우연히 찾아온 남편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이라는 글이다. 남편과의 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두 명의 자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일어 난 일도 들어 있다.
"엄마,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미국에 있는 딸이 카톡으로 한 말이다.
1시간이 그냥 지나갔다. 심호흡을 크게 했다. 불안한 생각을 내려놓고 글을 쓰기 위해서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못했다. 독립 출판하겠다며 책 한 권을 편집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편집을 다 끝내고 인쇄된 책 한 권을 받았다. 독립서점에 입고 문의를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고 망설이고만 있다. 그 시간이 벌써 3개월이 흘렀다. 내 이야기를 누가 읽어 주겠느냐는 생각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내 글을 퍼다 쓴 글을 보니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내 글을 그대로 퍼다 쓸 정도로 이야기가 글로 괜찮게 쓰인 걸까?라는 아주 작은 기대감이다. 또 한 가지는 아무도 읽지 못하게 그저 내 비밀 일기로만 가지고 있어야 하나라는 두려운 마음이다.
내 삶을 도난당한 느낌이 든다. 나보다 더 심한 것들을 빼앗기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들의 고통과 불안이 어떨지 조금이나마 공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