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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모습으로 나이 들기 위해

by 수수

나는 아름답기 위해 미소 짓는다. 수영을 배운다. 집에서 맨손 운동을 한다. 책을 읽는다. 성경 말씀을 읽고 듣는다. 다른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려 한다. 좋은 영화를 본다. 사랑의 마음을 품는다. 예쁜 꽃을 보고 감탄한다. 새 소리에 귀를 쫑긋하며 반갑게 반응한다. 하늘을 보고 수시로 변하는 하늘 색을 감상한다. 출퇴근 길에 한라산을 본다. 한라산 모습이 매일 다르다. 하얀 구름으로 덮여 있기도 하고, 비구름으로 감싸고 있을 때도 있다. 한라산 그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 경이로운 감탄을 자아내게도 한다. 바다를 본다. 비바람으로 파도가 심한 날도 있다. 햇살 가득한 잔잔한 바다, 서핑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바다, 바다는 매일 매일 다른 모습이다. 도두봉 산책로를 걸으며 나무를 본다. 산새 소리를 듣는다. 나는 자연을 찾아간다. 자연은 내 표정을 환하게 해준다. 서울 도심 속에서 생활할 때는 쉽지 않았다. 강릉, 포항, 제주도에서 살면서 자연을 가까이한다. 그 덕분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는다. 내 표정도 예뻐진다.

나는 예쁜 모습을 그대로 갖고 싶다. 나이가 들어서도 예쁘고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싶다. 얼굴 윤곽이 예쁜 것과 다른 예쁨이다. 얼굴 윤곽이 예쁜 것은 그저 생물학적으로 갖고 태어난 그 모습이다. 그것과 달리 표정에서 나오는 개성적인 아름다움과 예쁨은 마음과 환한 미소가 배인 모습이다. 나는 후자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다. 나이 40이 넘어서 표정은 자신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표정은 마음에서 나온다. 나는 습관적으로 마음을 관리한다. 표정을 만들어 간다. 혼자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책을 읽을 때도 누구를 만날 때도 나는 미소를 짓는다. 환하게 웃는다. 내 승용차에도 고맙다고 말한다. 내 물건에도 잘했다고 칭찬한다. 감사한 생각을 하고 걱정을 내려놓고 희망을 품는다. 거울 앞에서 미소 짓는 연습 하며 표정을 만들어 간다. 셀카를 찍으며 예쁜 미소를 연습한다. 어떻게 미소를 지어야 예쁜지 확인한다.

얼마 전 2월에 치앙라이에 다녀왔다. 단기선교 팀 일원으로 치앙라이 아이들을 위한 교육봉사를 하고 왔다. 그 기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했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버겁다. 표정이 경직되곤 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 의견을 들을 때 내 표정이 흔들린다. 환한 표정 대신 불안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변한다. 이번 치앙라이 선교활동 중에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갔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표정을 간직하리라 마음먹었다. 환한 표정, 신나고 즐거운 표정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애썼다. 내 마음을 다스렸다. 불편한 일들과 사람들에게 내 평안한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 했다. 불편한 것은 그냥 불편한 대로 인정하고 내 마음을 내려놓았다. 인정받지 못하는 듯한 상황에서도 나는 감사함으로 대했다. 혼자 셀카를 찍으며 많이 웃었다.

나는 환하게 웃을 때 그때 예쁘다. 젊었을 때는 모습 자체가 예쁜 듯했다. 나이가 들어 거울을 보는 일이 더 잦다. 표정을 본다. 표정이 굳어 있거나 일그러져 있을 때 내 얼굴을 마주하기 싫다. 다시 환하게 웃으며 예쁜 얼굴로 만든다. 그때 내 얼굴이 예쁘구나 라고 생각한다. 화를 내면 표정도 화로 변한다. 우울한 생각을 하면 표정도 늘어진다. 미워하는 마음을 갖는 순간 표정도 미움으로 변한다. 욕심을 부리면 긴장과 함께 표정이 굳는다. 실수한 대로, 되는대로 인정하며 그게 나임을 받아들인다. 그 위에 다음 할 일을 준비한다. 실수를 묻으려 애쓰다 보면 불안하다. 그대로 표정에 나타난다. 내 노트북 바탕 화면은 환하게 웃는 내 얼굴로 가득하다. 컴퓨터를 켤 때마다 그 표정을 지으며 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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