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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by 수수

2023년 3월 26일 화요일 흐림.

교실 속 풍경이 귀엽다. 23명의 각자 다 다른 아이들이 모인 교실 공간은 동화다. 아침 8시 30분부터 모이기 시작한다. 작은 교실에 책상과 의자가 24개 있다. 짝꿍과 붙어 앉으면 더 불편할까봐 각자 따로 떨어져 앉도록 했다. 아이들이 지나다닐 좁은 통로가 각 분단 사이 사이에 있다. 6분단으로 나누었다. 한 분단에 책상과 의자 4개가 줄 서 있다. 40분씩 5시간 수업이다. 각 공부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 10분과 점심시간 60분이다. 아이들은 40분 수업시간에 해야할 공부를 잘도 해낸다. 1학년을 마치고 바로 2학년이 되었으니 그냥 1학년이나 마찬가지다. 새학년 첫주는 서로를 잘 몰라서인지 말다툼이 잦았다. 4주째가 접어들었다. 벌써 1개월이 지나간다. 이번 주만 지나면 3월 한 달이 훌쩍 가버린 것이다. 한 교실에서 서로가 평화롭게 지내려면 규칙을 알고 지켜야 한다. 한 달 동안은 그 규칙을 공부하고 습관이 되도록 계속 반복하여 말하고 지도한다. 공부 시간에 해야 할 행동, 하지 않아야 할 행동, 복도 통행 방법, 화장실 다녀오는 방법, 점심시간에 지켜야 할 일들, 체육활동 시간에 줄 서는 방법, 친구들과 서로 갈등이 있을 때 대화로 푸는 방법, 친구들과 잘 노는 방법, 바른 자세로 앉기 등.

반복하고 반복해도 아이들은 금방 잊는다. 당연하다. 매일 앵무새처럼 반복해야 한다. 아침 1교시 시작 전에 잠깐 동화를 읽어 주기도 한다. 갑자기 공부를 시작하면 아이들이 버거워할 것 같아서다. 자연스럽게 집중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법이다. 동화책을 커다란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여주고 내가 읽어 준다. 어느 때는 아이들이 읽도록 한다. 동화를 읽으며 궁금한 것과 생각, 감동적인 내용에 관해 묻는다. 수학 공부, 국어 공부, 통합교과로 나를 알아가는 공부. 가르쳐 주는 것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숫자를 쓰고, 책을 읽고, 가위로 오리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한다. 벌써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처음보다 쑥 성장한 느낌이다. 점심 시간에는 밥을 안 먹으려는 아이에게 다가간다. 밥을 숟가락에 뜨고 그 위에 먹지 않으려 한 반찬을 얹는다. 한 숟가락 입에 넣는 모습을 지켜보며 칭찬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밥과 반찬을 다 먹는다.

공부도 그렇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하는 아이 옆에 간다. 살짝 한 가지만 알려주면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다 잘 해낸다. 체육활동 시간은 신나는 시간이다. 우리 반 아이들 모두 다 펄쩍펄쩍 뛴다.

오늘도 우리 반 아이들 23명과 나는 신나는 하루를 좁은 교실 안에서 보냈다. 그 교실은 보물 창고다. 갖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보물 상자다. 이 아이들이 있는 이 보물 상자에 대해 동화를 쓰고 싶다. 교실은 보물 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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