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일 수요일 비
출퇴근할 때 활짝 핀 벚꽃을 본다. 분홍색 벚꽃도 있다. 벚꽃뿐만 아니라 갖가지 꽃들을 본다. 길가 들판에 풀꽃도 있다.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 키가 큰 나무에 달린 꽃, 키가 작은 나무에 맺힌 꽃, 거름더미 근처에 핀 꽃. 꽃을 보며 걷노라면 내 얼굴도 꽃처럼 활짝 핀다. 신이 난다. 혼자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건강은 저절로 챙겨진다. 나도 사람들에게 미소를 안겨 주는 밝은 사람이 되고 싶다. 학급 아이들에게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
나는 아침 등교 시간부터 하교 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보고 지도한다. 요즘 몇몇 아이들은 나에게 다가와 안긴다. 책가방을 메고 교실 문을 나서기 전에 나를 안아 주는 아이들이 있다. 천사들에게 안기는 기쁨이다. 천사들의 합창. 우리 반 아이들은 천사들이다. 그 합창단 지휘자는 나다. 체육활동 시간에 아이들은 기쁨이 가득하다. 모든 시간마다 열심이다. 나는 해마다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감동한다. 어린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가르쳐 주면 그대로 따라 한다. 그 많은 활동들을 다 해낸다. 수학 공부, 국어 공부, 자신을 알아가는 공부, 체육활동, 책 읽기, 그림그리기, 놀기. 아이들은 바쁘다. 놀이에 몰입하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점심 식사 후, 30분 정도 충분히 논다. 물론 점심 식사를 느리게 하는 아이는 놀 시간이 없다. 아이들은 많이 놀고 싶어서 점심을 다 먹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우리 반은 다 먹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기에 다 먹은 사람만 놀러 나간다. 점심시간 끝날 때까지 먹을 수 있는 만큼 다 먹는다. 2주, 3주 동안은 먹지 않으려 하는 아이들을 먹게 하느라 애썼다. 달래고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먹고 싶은 만큼만 먹게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아이들은 밥 한 숟가락 정도밖에 안 먹는 아이들도 많아진다. 음식을 거의 다 버리는 장면을 봐야만 한다. 3월 한 달 동안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식사 예절 지도를 했다. 국물은 남겨도 되는데 다른 밥이나 반찬은 다 먹어야 한다. 아이들 반찬은 아주 조금이다. 김치 두 조각, 나물 한 젓가락, 생선 한쪽 정도다. 잘 먹지 않으니 아이들의 집중력도 떨어진다. 매번 아픈 아이가 나온다. 아픈 아이들을 보면 식사 시간에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이다. 이제 아프다고 하는 아이들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밥을 다 먹기 때문이다. 숟가락에 밥을 떠서 먹게 하기도 하고, 김치를 잘게 잘라 주기도 한다. 이제 아이들은 밥을 다 먹고 나에게 환한 웃음과 함께 빈 식판을 보여 준다. 밥과 반찬을 정복한 아이들이다. 점심 먹기 전에 다짐한다. 밥과 반찬을 다 정복하기로.
공부 시간에 학습 활동할 내용을 설명하고 이제 하자라고 말하자마자 "어떻게 해요?", " 뭐해요?"라고 묻는 아이들이 몇몇 있다. 진지한 말투와 표정으로 묻는다. 답답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 아이들 곁에 다가가 하나씩 집어 가며 다시 설명을 해준다.
'우리는 모두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하교하기 전 다같이 인사할 때 함께 외친다. 말에는 힘이 있다. 아이들이 매일 자신에게 외치고 학급 안에서 외칠 때, 1년 후 그 외친대로 변해 있다. 나는 오늘도 이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간다. 길가 꽃들을 즐기며 싱그런 아침 길을 걷는다. 하루를 마치고 감사함을 가득 안고 퇴근한다. 활짝 핀 벚꽃. 집으로 걸어가는 길가에 마치 벚꽃 잔치라도 열린 듯하다. 몽실몽실 소담스럽게 핀 벚꽃은 우리 반 아이들의 웃음과 환한 표정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