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르치는 일이 참 좋다. 물고기가 제 물을 만나 헤엄치는 격이랄까. 축 처져 있다가도 아이들 앞에 서면 생각이 핑핑 돌아간다. 아이들이 쳐다보는 눈망울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게 한다. 배가 고파도, 배가 아파도, 머리가 지끈거려도, 슬픈 일이 있어도, 우울한 일이 있어도 그렇다. 아이들에겐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오늘 한 여자아이가 말했다. 다음 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점심 먹고 산책하자고. 산책하며 꽃구경하자고. 중앙현관 주변에 꽃들이 있다. 아이들과 몇 번 꽃구경했다. 점심 후에 산책하며 식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아이들이 다가왔다. 아이들과 친해지는 기회다.
"선생님, 여기도 꽃이 있어요."
"선생님, 여기 와 보세요."
아이들은 신났다. 학교 정원에 핀 꽃처럼 예쁜 모습이다.
나는 아침에도 아이와 함께 할 거리를 찾는다. 일찍 등교한 아이와 분리수거를 한다. 아이에게 가벼운 것 하나를 맡긴다. 먼저 앞장서서 걷게 하고 나는 뒤따른다. 그 아이는 환하게 웃는다. 신이 나서 앞장서 간다.
학교 공부가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 나에게 다가와 안아 달라고 하는 아이도 있다. 10년 후, 20년 후, 이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을 상상한다. 그때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의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이들은 꿈을 꾼다. 디자이너, 의사, 교사, 작가, 피아니스트, 경찰, 유튜버, 화가. 오늘도 아이들은 그 꿈을 안고 등교한다. 23명의 아이들은 촘촘히 놓여 있는 책상과 의자 사이 사이를 잘도 다닌다. 교실에서 서로 부대끼며 꿈을 키워간다. 나는 교사다. 이 아이들에게 공부할 힘을 불어 넣어 주어야 하는 교사다. 속상할 때 공감해 주어야 하는 위로자다. 잘못한 말과 행동을 바르게 고치도록 이끌어 주는 지도자다. 아이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매 순간 알게 해주어야 한다. 서로 화해하는 방법,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채 공감하는 힘. 평화롭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아이들.
매일 아침 출석을 부른다. 학급 아이들 모두가 다 같이 한 명씩 불러 준다. 이름을 부르며 그 아이를 바라본다. 우리는 매일 아침마다 이름을 불러준다.
나는 교사다. 아이들은 1년 동안 나와 함께 지낸다. 나의 말과 행동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흘러간다. 아이들 앞에서 좋은 본을 보여야 한다. 아이들은 내 생각과 표정을 닮는다. 나는 교실 분위기를 가꾸어 가는 지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