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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칠 수 있는 용기

by 수수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23명의 아이. 우리 반에는 자폐아가 한 명 있다. 심한 자폐다. 중증 자폐라고 한다. 그 아이는 아이들과 할 수 있는 활동이 없다. 색칠이나 가위질, 접기, 글씨 쓰기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 아이 옆에는 실무 선생님이 항상 같이 있다. 그 아이의 손이 되어 다른 아이들이 하는 학습을 도와주신다. 내가 어떻게 해야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지 고민한다. 하루에 몇 시간은 특수반 교실로 가서 따로 학습하고 온다. 체육활동을 할 때 함께 어울려 한다. 그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체육활동이나 게임 학습을 더 찾아야겠다. 수업 중에 그 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울 때는 교실 전체가 붕 뜨는 느낌이 든다. 그 아이를 그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계속 수업에 집중한다.

나는 마음이 차갑다. 따뜻하게 다가가는 것을 잘 못한다. 교사이기에 노력할 뿐이다. 신으로부터 받은 사랑의 힘으로 용기 내 다가갈 뿐이다. 나에게는 사랑이 없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아이들과 보내며 사랑하는 방법을 찾고 키워간다.

어느 때는 내가 무언가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마음이 오늘 또 있었다. 나는 매일 학교 급식 시간에 학급 아이들이 점심으로 나온 밥과 반찬을 다 먹도록 지도하고 있다. 밥과 반찬이 조금씩 밖에 안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다 버리고 있었다. 밥을 몇 숟가락도 안 먹고 그냥 버리고, 반찬은 거의 다 안 먹었다. 잘 안 먹는 아이들은 키도 작고 몸도 왜소하다. 자주 아프다 하고 기운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밥과 반찬을 다 먹도록 도와준다. 입을 꼭 다물고 밥 먹을 생각이 없는 것처럼 앉아 있는 아이 곁에 다가가 밥을 숟가락으로 떠서 그 위에 반찬을 올려놓아주기도 한다.

오늘 이 광경을 보시고 교장선생님이 물으셨다. 아이들이 밥을 못 먹나요?라고. 아이들이 밥을 먹으려고 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천천히 다 먹도록 지도하고 있어요.라고 말씀드렸다. 교장선생님은 걱정이 되셨나 보다. 강제로 아이들이 먹기 싫은 반찬과 밥을 다 먹게 해서 학부모님들로부터 항의가 올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아이 두 명과 식당을 나와 학교 뜰을 걸었다.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손잡는다. 아이들이 잡아 준 손이 순간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교실로 돌아와 교장선생님께 메시지를 썼다.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점심시간에 걱정되셨지요. 사실 저도 걱정이 되어서 부모님들께 동의를 구했습니다. 부모님들께서 동의해 주시고 좋아하셨습니다. 그래도 제가 조심스럽게 잘 지도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말 휴일 잘 보내세요.'라고. 아차 내일은 주말 휴일이 아니라 수요일이다.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내가 너무 심한 걸까? 조심해야겠다. 나는 점심시간 이후 아이들에게 물었다. 한 명 한 명 점심을 잘 먹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점심을 다 먹기 싫은데 선생님이 다 먹게 해서 속상하냐고. 그랬더니 아니란다. 혹시 다 먹지 않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말하라고 말했다. 아니란다. 다 먹기 위해 계속 도전하겠단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 좀 더 깊이 생각했다. 아이들이 다 먹지 않겠다고 말하면 그 아이 생각에 나로부터 미움받을까 봐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구나. 아이들에게는 내가 아무리 상냥하고 친절한 교사라도 교사이기에 다 들어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지 않을까?

학부모님들께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급식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다 먹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자녀와 상의하시고 혹시라도 의견이 다르시면 언제든지 연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더 조심스럽게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식사법 지도를 해야겠다.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묻고 듣고 또 묻고 듣고. 욕심부리지 말자. 아이들은 매일 성장한다. 하루하루 다른 모습으로 성장한다. 이 아이들과 만났다. 나에게 특별한 기회다. 내가 받은 사랑을 전하는 기회다. 나는 사랑이 부족한 자다. 그러기에 늘 겸손해야 하고 아이들의 말과 생각을 들어야 한다. 화를 내기보다 타일러야 하고 위로해 주고 알려 주어야 한다. 나를 다듬어 가고 더 겸손한 자로 세워가는 시간이다. 교만하고 거만한 나를 내가 안다. 나는 수시로 교만해지고 거만해진다. 욕심을 부린다.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닌데 말이다. 내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이 자리에 있을 텐데 그 자리에 내가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아이들이 고맙고, 부모님들께 감사하고, 동료 교사들이 있어 위로된다.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하고 손잡아 주고 일으켜 주는 교사가 되겠다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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