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다.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2023년 9월 1일, 30명의 학생들을 제주시에 있는 어느 학교 교실에서 만났다. 1명은 9월에 전학을 갔다. 처음 만난 날, 1학기가 지났건만 학생들은 학급 친구들의 이름을 거의 모르고 있었다. "야"라고 불렀고, 오히려 나에게 "저 애 이름이 뭐예요?"라고 묻는 학생도 있었다. 서로 관심 있는 학생들끼리만 이름을 불러주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나는 2학기 담임교사로 학급 학생들과 5개월을 생활해야 한다.
이를 어쩌나, 서로에게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교실이라는 좁은 공간에 29명이 촘촘하게 앉아있다. 책상과 책상 사이 지나다닐 수 있는 길이 좁게 열려 있을 뿐이다. 교실 안에서 지나다니다가 서로 부딪치는 일은 허다하다. "야, 네가 나 쳤잖아.", "내가 언제." 서로 말다툼이 쉬는 시간마다 끊이질 않았다.
무언가 해야 했다. 이름을 불러주기로 했다. 매일 아침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급 학생 모두가 한 친구의 이름을 불러준다. 그렇게 29명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 주고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불러준다. 한 학생의 이름을 부르고 박수 두 번 치고, 또 한 학생의 이름을 부르고 박수 두 번 치고. 축 늘어진 아침에 박수를 치며 큰 소리로 다른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주니 학생들이 더 생생한 모습이다.
이름을 다 부르고 나면, '오늘의 주인공' 소개 시간이다. 하루에 한 명의 학생이 오늘의 주인공이 된다. 나는 오늘의 주인공 학생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소중한지 다른 학생들에게 말해 준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소중하다고, 그러니 '오늘의 주인공'에게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안 된다고. 친구들 앞에 서 있는 '오늘의 주인공'학생은 자리에 앉아있는 28명의 학생들로부터 칭찬을 받는다.
학생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를 탓하고 지적하는 말이 습관 되어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었지만, 교실 전체 분위기는 테이블 가장자리에 놓인 유리잔이 언제 넘어져 깨질지 모르는 상황처럼 아슬아슬했다. '나 전달법', '마음신호등'을 알려 주었다. 처음 몇 개월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갈등 상황을 안고 나에게 왔다. 서로 잘못했다며 상대방을 쳐다보고 화를 냈다. '나 전달법'과 '마음 신호등'을 연습시켰다. "네가 잘못했어"라고 말하기보다 "네가 그렇게 행동해서 내 기분이 지금 이래."말하도록 연습시켰다. 아니 나 자신도 연습했다. 나 자신도 내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해 왔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고 하지만 동시에 나 자신도 스스로 지도받는다.
"얘들아, 선생님도 항상 연습하고 있단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좋은 말과 행동을 하기 위해 연습해야 해."라고 말한다.
9월, 10월, 11월, 12월, 1월. 시간이 지나갈수록 교실 분위기가 안정되어 갔다. 매일 서로의 이름 불러주는 것을 학생들은 정말 좋아했다. 내가 좀 바빠서 빠뜨리고 지나가려 하는 날에는 학생들이 말한다."선생님 이름 불러주어야지요.". '오늘의 주인공'은 한 학생이 5개월 동안 세 번 경험했다. 마지막 한 달은 한 명씩 하면 날수가 부족하여 두 명의 학생이 하루의 주인공이 되었다. 두 명의 학생이 동시에 앞에 서 있고 칭찬을 받는다. "여기 나 온 00과 00은 서로 다르지요, 그런데 무언가 공통적인 좋은 점을 찾아보아요." 나는 이렇게 말하고 다른 학생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정말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살짝 긴장했는데, 정확하게 찾아 주었다. 한 명은 장난기가 심하고, 다른 한 명은 '욱' 하는 일이 많은데 그 두 학생을 이렇게 칭찬했다. "에너지가 많아요.", "열정적이에요.", "호기심이 많아요." 얼마나 놀라운가!
이제 학생들은 긍정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방학이 다가올수록 학생들은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서로를 챙기기에 바빴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처음 만났을 때에는 서로 친밀했던 몇몇의 친구들끼리만 놀던 모습이었는데, 모두가 친구가 된 행복한 교실이 되었다.
마지막날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5개월 동안 우리는 해냈다.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10년 후에도 살아있으면 다시 만나자." "네, 선생님. 꼭, 만나요."
"우리 고품격으로 살자. 그러려면 말도 행동도 고품격으로 해야 해."
나는 학생들에게 하는 말을 내가 가장 먼저 듣는다. 그 말은 나에게 가장 먼저 하는 말이다. 나는 학생들과 함께 매일 배운다. 인생을. 학생들은 나의 인생 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