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교사 연수가 있었다. 교육청 안에서 있었다. 교육청 내 주차시설이 부족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출발하여 도착했는데 주차 공간이 없다. 여러 학교 교사들이 함께 받는 연수였다. 이리저리 공간을 찾아 주차장을 돌았다. 먼저 도착하여 주차하고 연수실로 올라가려던 같은 학교 교사 한 분이 한 곳을 가리켰다. 가리킨 곳은 교육청 버스 주차 선 옆이었다. 그곳에 주차했다.
연수받으러 갈 때 동료 교사 두 명이 내 차에 같이 타고 갔다. 연수를 마치고 주차장에 나오니 내 차 앞에 다른 차가 가로막고 있었다. 우선 함께 차를 타고 갔던 두 분 선생님과 같이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 앞에 가로로 세워 놓은 분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다른 차들이 다 빠져나가는데 내 앞을 막은 차 주인은 나오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나 혼자라면 산책하면서 기다려도 됐다. 함께 오신 분들에게 미안해서 속마음이 초조해졌다. 차 주인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주차를 이렇게 하고 왜 안 나오지? 연수생들이 마구 빠져나가는 순간이면 얼른 나와야 하지 않나? 전화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야?" 주저리주저리 말을 쏟아 냈다. 내 차 옆에 주차하던 교육청 버스 기사님이 이 모습을 보고 내 차로 다가왔다. 버스 주차 선 옆에 주차했는데 연수받는 사이 없던 커다란 버스가 놓여 있다. 버스와 다른 승용차 사이 비좁은 공간을 뚫고 나오란다. 아주 가끔 이런 상황에 부딪힌 적이 있다. 좁은 길목에서다. 기사님은 나오라며 주변을 살펴 준다. 도저히 차가 빠져나갈 것 같지 않은 너무도 좁은 공간이다. 내 차가 옆 차를 긁을까 내 차가 긁힐까 잔뜩 긴장된 순간이다. 차에서 울리는 경고음이 내 긴장된 마음이었다. 간신히 나오자마자 그 기사님은 내가 주차 공간이 아닌 곳에 주차했다며 한 마디 말을 툭 던진다. 가로로 주차한 차 주인을 탓하고 있던 나는 갑자기 찬 물을 뒤집어쓴 기분이 됐다. 가로로 주차하고 연락도 안 되는 그 사람에 대해 한 마디 하실 줄 알았는데 말이다. 살짝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차를 빼기 위해 서두른 건 함께 타고 온 분들을 생각해서였다. 내 속마음과는 달리 그분들이 서두르는 내 모습에 불편했을 것 같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와 도로에 들어서자 가로로 주차한 차 주인이 전화를 걸어왔다. 미안하다고 한다. "좀 일찍 전화받지." 나는 전화를 끊고 한마디 했다. 차 안에 있던 두 동료교사가 듣고 있는데 말이다.
그런 상황일 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선생님들 저는 늦어도 괜찮은데 혹시 너무 늦어서 가셔야 하면 그냥 먼저 가셔도 되세요. 저는 천천히 차 주인분이 나오시면 갈게요."라고 말하고 그냥 차 주인을 기다렸으면 됐다. 나 스스로 모든 상황을 책임지려 하지 않아도 됐다. 다른 사람을 너무 의식하는 바람에 내 마음을 지키지 못했다. 조바심 내며 말해봤자 도움 된 것이 하나도 없지 않나.
저녁 시간에 수영하는 날이었지만 시간이 늦어서 가지 못했다. 다행이기도 했다. 몇 주 전부터 얼굴 피부가 빨갛게 상처 난 듯했다. 진정시키려고 화장품을 바꾸기도 했다. 매번 수영하고 나면 따끔따끔했다. 수영을 그만두어야겠다고 결론지었다. 지난주 일요일에 남은 수강료를 환불받을 수 있는지 사무실 선생님께 문의했다. 할인가로 수강료를 냈기에 취소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 상의해 보고 연락을 해준다고 했다.
오늘 화요일 주중 수영장 시작일이다. 연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시 수영장에 전화했다. 수강취소를 해준다고 했다. 위약금 10퍼센트를 내야 한단다. 취소할 수 있다는 말에 위약금 10퍼센트는 가볍게 느껴졌다. 바로 수영장으로 갔다.
사무실 선생님은 나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2주 전에 나에게 할인하는 행사 기간이니 2개월분을 수강 신청하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자신 때문에 더 신청하게 되었다고, 위약금이 더 많아졌다고, 그때 나에게 말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고 진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씀하신다. 나는 나를 위해서 해주시려고 했었던 거 다 안다고, 괜찮다고 오히려 내가 죄송하다고 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주차장 일로 불편했던 마음이 상큼해졌다. 싱글싱글 웃으며 가뿐한 마음으로 집에 왔다. 그래. 수영장에서 그 분과 나눈 말이 내 말이야.
당황스러운 상황일 때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챙기느라 허둥지둥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