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3일 금요일 흐리고 바람 붐
점심시간이 지나고 4교시 수업 시작 바로 전, 여자아이가 복도에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몹시 급한 표정과 말투다. "선생님. 00 이가 울고 있어요." 순간, 00 이가 다쳤나 보다 하고 긴장했다. "엄마 보고 싶다며 울고 있어요." 이어서 들려준 말이 나를 안심시켰다. 우는 소리가 뒤이어 들렸다. 복도를 가득 메우는 큰 울음소리였다. 그 아이도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가 점심시간에 00 이를 만나고 가셨단다. 오늘 밤에 집에 들어오지 못하기에 00 이를 만나고 떠나려 했다. 나중에 00이 어머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울게 만들어 놓고 와서 죄송하다고. 00 이의 우는 소리가 모든 상황을 바꿔 놓았다. 차분하게 수업하려던 계획은 사라졌다. 나는 울지 말라고, 엄마 다시 오실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제 2학년이라고, 말하며 울음을 그치게 하려 했다. 그러면 울음을 멈출 줄 알았다.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 알뜰시장 놀이 수업을 하려던 참이었다. 모아 둔 돈도 나누어 주어야 하고, 물건도 주인 찾아 주어야 했다. 물건에 가격을 써 붙이는 시간도 필요했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00에게 다가가 울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다. 수업해야 한다고. 다른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울음을 그치려는 기색이 보이지 않자 다급해진 마음에 화가 났다. 나는 울지 말라고 화를 냈다. 다른 아이들에게 활동에 필요한 자료들을 나누어 주었다. 우는 소리를 들으며 활동 방법을 설명했다. 다른 아이들이 준비하는 동안 00이 옆에 바짝 붙어서 달랬다. 토닥여 주었다. 00 이는, 엄마가 부산에 갔다고, 오늘 밤에 엄마가 없을 거라고, 내일 올 거라며 슬퍼했다. 울음소리는 작아졌다. "그랬구나! " 나는 등을 토닥여 주며 00 이의 마음을 들어주었다. 00 이는 울음을 그쳤다. 00 이는 마음이 여린 아이다. 자주 울곤 한다. 보청기를 낀 아이다. 9월이면 보청기를 뺄 거라고 했다. 울지 말라며 화를 냈던 것이 후회되었다. 수업을 제대로 못 하더라도 처음부터 공감해 줄걸, 토닥여줄걸. 한 아이가 어떤 상황을 만들면 계획했던 수업은 다 뒤집힌다.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수시로 긴장하곤 한다. 알뜰시장 놀이 수업은 완벽하게 이루어졌다. 물건에 가격을 붙이고, 교실 봉사활동으로 모은 쿠폰으로 다른 친구들이 가지고 온 물건을 샀다. 00 이도 물건을 사고, 파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돈이 없는 아이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쿠폰을 기부하기도 했다. 27명의 아이가 좁은 교실 안에서 신나게 움직였다. 재래시장에서 들리는 장터 소리, 손놀림, 바쁘게 움직이는 걸음, 웃고 소리 높여 외치고. 각자 집에서 가지고 온 재활용 물건들을 서로 나누어 갖는 시간이었다. 알뜰 시장 놀이로 가게 주인도 되어 보고, 손님도 되어 보았다. "00아, 괜찮아?!" 모든 아이가 합창했다. 00 이의 마음을 토닥여 주었다. 이야기가 있는 교실. 마음이 자라는 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