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01(토) 장마기간 중이다. 아침에 살짝 비가 올듯한 구름을 보았다. 날씨예보를 보니 비가 안 온단다. 지금 낮의 하늘은 푸르다.
고장 난 에어팟을 수리하려고 수리센터를 검색했더니 집에서 버스로 한 시간 거리다. 2주 전쯤 다른 동료 선생님들과 제주도서관에 교사 연수를 오게 되었다. 그때 주변에 있던 카페 화장실에서 에어팟을 변기통에 빠뜨렸다. 나는 가방을 변기통 위에 놓고 볼일을 보았다. 일이 다 끝나고 일어서는데 가방이 살짝 기울어지면서 안에 있던 에어팟이 변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더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찌하랴. 바로 손으로 꺼내 물로 씻은 후 햇빛에 말렸지만, 그 이후 작동이 되지 않았다. 가방을 걸어 놓을 수 있는 고리에 걸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아들과 딸이 생일 선물로 사 준 것이라 더 속상했다. 잘 챙기지 못한 내가 살짝 밉기도 했다.
에어팟 수리를 하기 위해 아침 10시쯤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초록색으로 덮인 자연이 펼쳐져 있다. 고장 난 에어팟이지만 덕분에 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찾은 애플 서비스센터는 시내 중심가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애플 에어팟 수리하러 왔는데요."
나는 직원을 바라보며 인사를 한 후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에어팟 수리는 건너편 하이마트 건물 2층에 있어요. 거기로 가 보시면 되세요." 점원은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었다. 이제는 에어팟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건너편 하이마트 건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에어팟을 수리하러 왔는데요. " "예. 저 앞에 있는 컴퓨터로 접수를 해주시면 되세요."
이곳에서 일하는 점원분도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셨다. 컴퓨터로 접수를 마치고 나니 바로 이름을 불렀다.
점원분은 에어팟을 받은 후 이것저것 점검하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 이 제품 어디에서 구입하셨어요? 정품인가요?" "네 아들딸이 사 준 건데요. 정품이에요. 서울에서 샀을 거예요. 제가 전화를 해볼게요. 어디에서 샀는지 물어볼게요." 나는 살짝 긴장된 마음을 안고 딸에게 전화했다.
"딸, 엄마 에어팟 수리하러 왔는데 이거 어디에서 샀어?"라고 내가 묻자, 딸은 바로 대답했다. "오빠가 샀는데 인터넷에서 샀어." 인터넷에서 샀다는 딸의 말을 듣고 순간 속았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점원분이 '어디에서'라고 물어본 것은 서울이나 제주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으리라. "엄마, 그거 오빠가 정품이라고 한 것 샀어." 딸의 대답을 듣고 나서 '그럼 뭐가 문제가 된 거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점원분은 딸과의 대화 내용을 듣고 나서 "혹시 최근에 수리받은 적 있으세요?"라고 다시 물었다.. "아니에요. 지금 처음 수리받는 거예요." 나는 의아해하면서 대답했다.
"이 자료를 보여드리면 안 되는데 보여드릴게요. 여기 보시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수리받은 기록이 이렇게 여러 번 있습니다. " 점원분은 노트북을 나에게로 보여주시며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내가 한 번도 수리받은 적이 없는데 내 기기 번호로 된 에어팟이 여러 번 수리한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정품이라고 속이고 정품이 아닌 것을 팔았다. 가격은 정품과 비슷한 가격이다. 누군가가 가짜를 정품처럼 속여서 팔았기에 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된 것이다.
다시 사야 하나 하는 생각에 에어팟 구입 관련해서 점원분께 물어보았다. "에어팟 보험에 7만 원으로 가입을 하면 2년간 어떤 경우에도 4만 원만 내면 새것으로 받을 수 있어요. 횟수에 상관없이 몇 번도 가능해요." 점원의 말에 솔깃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덜렁댐이 있기 때문이다. 핸드폰이든 뭐든지 손에 들었거나 가방에 넣었거나 잘 떨어뜨린다. "엄마에게는 그 보험이 괜찮다. 엄마가 잘 사용하게 될지 생각해 보고 결정하면 되지." 딸과 통화를 하고 난 후에 그냥 줄 이어폰으로 듣기로 했다. 딸이 이번에 제주도에 올 때 줄 이어폰을 갖다주기로 했다.
누군가는 에어팟을 가짜로 만들어 팔았다. 가짜가 정품인 줄 알고 산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속이는 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음을 뉴스를 통해 본다. 그 목적은 돈일 것이다. 남은 인생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가려 한다. 속이는 자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돈 때문에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도 하지 않기 위해서다. 물론 변기통 위에 가방을 놓기보다는 안전한 곳을 선택하는 내 주변 관리부터 시작한다. 오늘 제주도서관 화장실에서 화장실 문에 있는 고리에 가방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