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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물연대에 이메일을 보냈다.

by 수수


나는 동물연대에 이메일을 보냈다. 동물들이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고통당하지 않도록 하는 일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겨울과 봄이 지나고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함덕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 도로 옆에 작은 컨테이너가 하나 있다. 그 컨테이너 벽 전체는 꽃마차 체험 비용에 대한 내용의 전단으로 붙여져 있다. 4인에 3만 원, 8인까지도 탑승 가능, 할인 가격, 계좌이체 번호 등이 쓰여 있다. 오후 6시쯤 되면 꽃마차를 지고 서 있는 말이 보인다. 1개월 전쯤에는 한 마리만 있었는데 요즘은 두 마리다. 1시간이 지났지만 손님이 없다. 마차바퀴를 고정시켜 놓아서인지 말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는 마차를 몸에 매달고 서 있는 말을 본다. 말은 다리가 아픈지 뒷다리를 번갈아 가며 한쪽으로만 지탱한다. 말의 콧등이 패여 있다. 그 패인 콧등에 말과 마차를 연결하는 줄이 댕겨져 있다. 말의 눈과 코 사이 얼굴에 난 털들이 군데 군데 다 빠져 피부가 드러나 있다. 벌레가 다리를 무는지 한쪽 다리를 들어 무언가를 쫓는 모습이다. 말이 꼬리를 자유롭게 흔들 수 없게 묶여 있다. 나는 말을 보며 몇개월전에 돌보았던 강아지들을 떠올린다.

나는 2018년 폐암 수술 후 건강을 위해 개고기를 먹었다. 지금 돌아보면 무시무시한 행동이었다. 주변 어른들의 권유로 몸 회복을 위해 먹었다는 핑계를 대곤 한다. 수술 후 2년 뒤에 두 마리의 강아지들과 산책도 하고, 목욕도 해주고, 간식도 주고, 밥도 주고, 잠도 자면서 내 마음이 변했다.

나는 작년에 강릉에서 아들이 돌보는 강아지와 몇 개월을 함께 지냈다. 아들은 유기견 중형견 두 마리를 차레로 입양했다. 나는 강아지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설프고 불편했다. 강아지들과 산책도 하고 밥도 주고 잠도 자면서 강아지털이 보드랍게 느껴졌다. 나는 강아지들과 산책할 때 바쁘게 좌우로 움직이는 강아지들 꼬리를 본다. 내가 밥을 주려고 할 때, 털을 빗질해 줄 때도 강아지들은 나에게 아기처럼 다가온다. 나는 강아지들이 눈빛으로 말을 한다고 느낀다. 두 마리 중에서 한 마리가 아픈 때가 있었다. 나는 빗질을 잘못하여 강아지 한 쪽 다리 피부에 상처를 냈다. 매일 연고를 발라 주고 먹는 약을 숟가락으로 입에 넣어 주었다. 나는 강아지의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거르지 않고 치료해 주었다. 내 실수로 강아지를 힘들게 하고 아프게 했기에 더 미안하고 마음이 아렸다.

제주도에서 주말이나 휴일에 집에서 쉬고 있을 때 간혹 강아지 짖는 소리를 듣는다. 그럴 때면 내가 돌보던 강아지들이 생각나 베란다 문을 열고 내다본다. 산책하다가 어느 집 앞에 묶여 있는 강아지를 보면 쪼그리고 앉아 말을 건다.

마차를 매달고 오랫동안 서 있는 말은 내가 돌보았던 강아지들처럼 나의 마음에 정겹게 다가온다. 며칠 전, 나는 함덕 해수욕장 입구에서 그 꽃마차에 8명의 성인이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 말은 아스팔트 바닥을 밟으며 마차를 끌고 가고 있었다. 나는 말의 가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평지인데도 마치 가파른 언덕길을 기어 올라가듯 한다. 주인은 채칙을 내려치며 "이랴"를 외쳐댄다. 나는 주인에게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집에 와서 딸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딸은 동물연대에 이메일을 보내보라고 한다.

"알았어." 나는 바로 실행할 것처럼 대답을 했다.

며칠이 지난 후, 저녁에 딸과 함께 말이 있는 곳을 산책하게 되었다. " 딸, 말이 불쌍해." " 엄마, 오늘은 동물연대에 꼭 보내자. 내가 이메일 주소 찾아줄게. 엄마가 보내봐봐." 나는 똑같은 대답을 했다. " 알겠어."

또, 하루가 지나고 오늘 산책을 하고 나서 드디어 '제주 동물 친구들'에 이메일을 보냈다. 마차를 끄는 말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함께 보냈다.

제주 동물연대에서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내가 좋은 일을 한 건가?

실사를 나오겠다고 한다. 법 규정도 잘 살펴본다고도 한다.

내가 갖게 된 마음과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새로운 용기로 움직인 도전이다.


마차를 매달고 오랫동안 서 있는 말은 내가 돌보았던 강아지들처럼 나의 마음에 다가온다. 며칠 전 퇴근하면서 걷고 있는데 그 꽃마차에 8명의 성인이 타고 있었다. 나는 아스팔트 바닥을 밟으며 마차를 끌고 가는 말의 가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평지인데도 마치 가파른 언덕길을 기어 올라가듯 한다. 주인은 채찍을 내려치며 "이랴"를 외쳐댄다. 나는 주인이 미웠다.

나는 집에 와서 딸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딸은 동물연대에 이메일을 보내보라고 한다.

"알았어." 나는 바로 실행할 것처럼 대답했다.

며칠이 지난 후, 저녁에 딸과 함께 말이 있는 곳을 산책하게 되었다. " 딸, 말이 불쌍해." " 엄마, 오늘은 동물연대에 꼭 보내자. 내가 이메일 주소 찾아줄게. 엄마가 보내봐봐." 나는 똑같은 대답을 했다. " 알겠어."

또, 하루가 지나고 오늘 산책을 하고 나서 드디어 '제주 동물 친구들'에 이메일을 보냈다. 마차를 끄는 말의 모습이 담긴 영상도 함께 보냈다.

제주 동물연대에서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내가 좋은 일을 한 건가?

실사를 나오겠다고 한다. 법 규정도 잘 살펴본다고도 한다. 말이 마차를 끄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동물을 바라보며 갖게 된 안타가운 마음과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새로운 용기로 움직인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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