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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로 이사왔다.

by 수수

외도에서 살기 시작했다. 2023년 9월 1일부터 외도에 있는 초등학교로 출근한다. 함덕에서 8개월 동안 살았다. 나는 8개월 동안 함덕 바다와 서우봉의 아름다움을 맘껏 누리고 이곳 외도로 짐을 옮겼다. 짐은 이번에 구입한 중고차 티볼리로 두 번 날랐다. 내 바람은 한 번에 다 옮길 수 있는 짐만으로 다니자였는데 아쉽게도 두 번에 걸쳐 날랐다. 8월 말 2주 동안은 외도로 이사를 하기 위해 쌓아 놓은 짐이 좁은 방 이곳저곳을 차지했다. 2018년 폐암 수술 후, 거주지를 옮겨 다니는 것이 열한 번째다. 한 집에 머문 기간은 짧게는 1개월 길게는 2년이다.


처음에는 가전제품도 이것저것 가지고 다녔다. 에어프라이어, 토스터, 오븐, 전자레인지 등 생활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바로 구입한 것들이다. 이 가전제품들은 강릉에서 제주도로 올 때 당근에서 다 처리했다. 외도로 이사올 때는 그러한 가전제품들도 없었는데도 차로 두 번을 옮겼다. 7월에 딸과 함께 김포에 있는 롯데몰에서 산 70퍼센트 세일 상품 겨울옷이 원인이다. 딸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나를 위해 마지막으로 함께 쇼핑한 겨울옷들이다. 짐은 늘었지만, 올겨울을 따뜻하고 멋지게 지낼 것을 기대한다.


살 집을 구하고, 짐을 싸고, 짐을 옮기고, 짐을 풀고, 짐을 정리하는 일들은 가끔 나에게 힘들고 귀찮다. 이제 이곳 외도에서 5개월을 지내고 나면 또다시 짐을 옮긴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 나는 어느 곳에 가든지 그곳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감탄한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본다. 내 삶에 특별한 이야기가 있듯이 그들의 삶도 그러하다는 것을 본다. 세상에 책으로 출판되어 알려진 작가님들의 이야기처럼 소개하고 싶은 특별한 삶들을 나는 많이 본다.


외도로 이사를 한 후, 나는 하루의 시작을 스트레칭으로 한다. 오전 6시 알람에 맞춰 잠에서 깨면 성경 말씀을 들으며 침대 위에서 스트레칭을 40여 분 동안 한다. 딸이 소개해 준 스트레칭이다. 오전 7시쯤, 아침 식사할 음식과 오후에, 수영장에 가기 전에 먹을 저녁 도시락을 준비한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퇴근 후에 수영을 배운다. 20여 년 전에 배웠던 수영을 이곳 외도에 와서 다시 배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직장에서 보내고, 4시 30분부터 5시까지 30여 분 동안 아침에 준비한 도시락으로 저녁을 먹는다. 도두봉 수영장까지는 직장에서 15분 정도 걸린다. 수영 강습은 오후 6시부터 시작한다. 수영 강습 전까지 30여 분 동안 도두봉 주변을 산책한다. 수영이 끝나고 나서 집으로 가기 전에 집과 수영장 사이 중간쯤에 위치한 이호테우 해수욕장에 간다. 신발과 양말을 벗어 놓고 모래사장을 맨발로 걷는다. 걸을 때마다 나의 발이 바닷물에 살짝 잠기곤 한다. 잔잔한 파도에 바닷물이 걷고 있는 내 발을 적신다. 40분 정도 걷고 나서 집으로 간다. 짐 정리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후, 영어 성경 따라 쓰기를 한쪽 정도 한다.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에 감사하며 침대에 눕는다. 잔잔한 찬양이나 영어 성경을 틀어 놓고 몸을 뒤척이며 잠이 오기를 기다린다.


외도에서의 5개월이 지나면 나의 제주도 생활이 1년이 된다. 이곳 외도에서도 더 감사하고, 더 기뻐하며, 더 소망을 품는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하고 빨래를 한 후, 수영 도구와 노트북을 챙겨서 집을 나왔다. 도두봉을 40분 정도 산책하고 스타벅스 제주용담 DT점에 왔다. 그리고 글을 쓰고 있다. 저녁에는 수영장으로 자유수영을 하러 가고, 수영하고 나서 이호테우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걷는다. 내가 오늘 살아있어서 주어진 삶을 살아감에 감사하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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