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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함덕해수욕장에서 쓰레기를 주웠다.

by 수수

2023년 8월 26일 토요일 오전 6시.

함덕해수욕장으로 쓰레기를 주우러 갔다. 오른손은 기다란 집개를 잡고, 왼손은 40킬로그램 정도의 쌀을 담을 수 있는 마대 포댓자루를 들었다. 내가 제주도에 와서 다니고 있는 함덕교회 성도들과 함께 갔다. 다른 분들은 올해 8월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오늘처럼 쓰레기를 주웠다. 나는 8월에 서울에 가 있느라 오늘 처음으로 참여했다. 평소에 해수욕장 주변을 산책할 때마다 하고 싶던 일을 드디어 하러 나갔다.


교회에서 출발하여 바닷가에 이를 때까지는 쓰레기가 별로 없어 포대가 가벼웠다. 함덕바닷가는 바닷물이 육지에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담을 쌓았다. 검은색 돌로 담벼락을 쌓아 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나는 담으로 쓰인 그 검은 돌들 위를 걸으며 돌 틈 사이에 끼워져 있는 쓰레기들을 찾고 또 찾았다. 잔잔한 파도가 검은 돌벽을 칠 때 나는 소리도 들리고 바다 냄새도 났다. 돌 틈 사이에 끼워져 있는 쓰레기들이 잘 빼지지 않았다. 플라스틱으로 된 물병, 커피나 음료를 마시고 버려진 플라스틱 컵들, 비닐들, 심지어 남성 성기 모양을 한 성적인 도구도 있었다. 돌들 위에 컵라면과 같은 음식물 찌꺼기들도 널부러지게 버려져 있었다. 빠지지 않는 쓰레기들을 빼내느라 한곳에 머무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고개를 숙이고 돌 틈 사이에 낀 쓰레기 더미를 건드리는 순간, 바다만의 고유한 냄새를 뒤덮는 고약한 냄새가 났다. 돌 틈에 무더기로 쌓인 쓰레기 더미에서 퀴퀴한 냄새가 지독하게 올라왔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쓰레기들을 하나씩 꺼냈다. 몇 걸음 지나지도 않았는데 마대포 자루가 무거워졌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도로변은 담배꽁초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도로변을 걸으며 주우시는 분들의 자루의 부피는 작아 보였다. 보이지 않는 돌 틈에 처박혀진 쓰레기들 때문에 더럽혀지는 바다와 검은 돌들이 울고 있는 듯 느껴졌다.

함덕 바닷가 검은 돌벽 위는 사람들이 앉아 있을 수 있는 1미터 정도의 폭으로 되어 있다. 그 길이는 200미터 정도다. 쓰레기를 주우며 가는 길 군데군데에 몇몇씩 모여 앉아 맥주도 마시고 컵라면도 먹고 있었다. 내가 그 사람들 옆을 지나갈 때 쓰레기를 넣은 마대에서 나는 악취로 인해 그들이 괴로워하지 않도록 옆으로 비켜서 갔다. 그들이 음식을 먹은 후 남은 일회용 그릇들을 바다 쓰레기로 만들지 않기를 바라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함덕해수욕장은 바다색도 맑고 깨끗하다. 파도도 잔잔하며 물 높이도 낮아서 안전하게 놀기에 좋다. 해수욕장 옆에 있는 서우봉도 그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오늘 쓰레기 줍는 일에 참여하기 전까지 나에게 함덕해수욕장은 맑고 아름다운 곳으로만 보였다.


함덕 바다를 두르고 있는 돌벽들 틈 사이에 끼워진 쓰레기가 예전의 내 삶을 생각나게 한다. 겉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은 앓고 있다. 내 인생도 그랬다. 남들이 보기에 겉은 완벽한 듯한 모습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내 마음 한구석은 앓고 있었다. 지금은 내 안에 있던 아픔을 끌어내고 새 힘을 담아 건강하게 살고 있다. 지금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되찾게 도와준 사람들이 참 많다. 오늘 새벽에 나도 아파하고 있는 바다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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