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0년 뒤) 나에게 편지를 썼다

30살까지 살려고 했던

by 슈스타

왜 세상은 100세 시대일까.

왜 나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없을까?

20대도, 40대도 아닌 애매한 서른 살. 전화 수화기, 스마트폰 모두 사용해 본 나.

MZ세대라기보다는 끝물 느낌. (어제 10년 뒤 나에게 다시 편지를 썼다. 40대의 나에게.)


불안하다. 내가 가는 모든 곳이, 모든 길이, 내 발 밑이 흑백이었고,

매 달 빨간 머리를 고집하는 나로서 아주 아이러니한 서른이었다.
(나는 매일 나의 흔적을 남긴다. 자기 전 5개의 일기를 쓰면서. 이렇게 죽기는 아깝다. 이렇게 돌아가기엔 아쉽다. 그 사건 이후로.)


마침내 생명선이 사라졌다.
출퇴근용으로 서울 자전거 따릉이를 탔다.

(초록색에 흰색이 곁들인 두발 달린 자전거. 까딱 잘못하면 어린이용을 타고 출근하기도 하는… 그날은 최악.) 아침마다 모르는 사람들과 경쟁하여 어른용 따릉이를 쟁취하는 맛이 있다. 아침마다 확인하는 따릉이 앱, “오늘은 어른 자전거 5개” 달려야 한다. 그날 하늘이 맑았고 자전거 타기 딱 좋았다.(그때의 나는.)

순간 여름이 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온통 내 세상은 회색을 유지하며 페달을 세게 밟았다.(아마 멍~이었을 것이다.)

자전거 탈 때만큼은 아무런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따릉이 정거장에서 출발하여 9분 정도 탔을까? 툭.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아,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슬인가?’ 아님 '옆 빨간 벽돌 주택에서 떨어진, 여름 내내 돌아가던 세균 덩어리 에어컨 물인가?' (유난히도 더웠던 그날. 비 인줄 알았을것 같은.)

또 30초 정도 달렸을까, “투두둑 두둑” 하며 빗방울이 떨어졌다. ‘아, 비가 오는구나. 3분만 더 달리면 되는데!’ 따릉이 페달을 더 세게 밟았다. 조금만 달리면 회사니까. 회색 바닥에 진한 회색으로 점박이가 되었다. 하지만 웬걸. (그때 걸어갔어야 했다.) “끼익 퍼어억. 퍽.” 그 찰나의 순간, 머릿속에 무엇인가가 ‘샤샤샥’ 지나갔다.


왜 죽기 전 사람들은 행복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하잖아. 바로 이거구나. 아, 죽는구나. 나는 서른 살 동안 어떤 기억들이 지나갔을까.(내생각과 반대로 좋았던 기억만 지나갔다.)


아주 거칠어 보이는 회색 아스팔트에 두 손바닥을 활짝 펴 무거운 내 몸을 지탱했다. (살 좀 빼둘걸, 아주 무거웠다.) 그러곤 자전거는 마치 도망이라도 가는 듯 내 몸과 떨어졌다. 쿠당탕, “솨 아악”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출근하는 좀비 사람들 속에서 혼자만 무대조명을 받는 느낌. 분명 내가 주인공인데… 아무도 말 걸어주지 않았다. 항상 세상은 나를 강하게 키운다. (울고 싶었지만, 나는 주인공이기에 울지 않았다.) 알고 있었지만 참 너무 한다. (다 이유가 있겠지. 아마 3월의 교통사고 복선이었을지도..)


손바닥을 뒤집었고, 확인했다. 웬지 모를 불안감에 소나기 속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그 빗속에서 내 손바닥. 생명선 바로 밑에 거대한 빨갛고 매운 물웅덩이가 생겼다. (아주 쓰라리고 따가웠달까)


불닭소스 같기도 한 꾸덕한 액체. 어려서부터 철학관 선생님께서 손금을 보며 “너는 생명선이 길어 오래 살 거야” 망했다. 내가 망친 거다. (진짜 30살까지 살다 가는구나) 모든 신경들이 손바닥으로 달려갔다. (그 와중에 자전거 타다 넘어졌다고 하면 혼날까 봐) 넘어졌다고 얼버무리고 방수 밴드를 붙였다. 제발 내 생명선은 무사하길 바랐다. 한 달 정도 새살이 나기를 기다렸다.


서른 몸살이 한 번에 낫기라도 한 걸까… 진심으로 살고 싶었다. (적어도 그땐.) 회색 같던 세상에 상처의 매콤한 빨간색은 잊지 못할 색이다. 그때 이후로 손바닥을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한참 바라본다. 그때를 생각한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생명선이 더 많이 생긴 지금.)


오늘은 생명선을 볼 수 있을까 하고. 다시 오래 살 수 있을까 하고. 손금을 확인할 때 나는 안도한다. 오늘은 새로운 선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반항적으로 혼잣말한다.


“쳇, 나는 오래 살 수 있어.”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2024, 여름. 서른 몸살을 심하게 앓았다.


앓았다.

알았다.


솔직하게 말해서 딱 서른까지만 살고 싶었다. 살아야만 할 이유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어제 10년 뒤 나에게 편지를 쓰는 일 같은)건 없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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