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2015
높은 층에 살 땐
짙은 파란색의 강과
개미같이 작은 사람들을
멀찍이서 내려다보곤 했다
나무도 작고
자동차도 작고
다 작게 보여서
내 마음에 크게 자리하지 못했나?
지금 사는 집은 2층,
처음엔 창문 밖 산책하는 사람들이 너무 가까워
훤히 보일까 버티칼을 치고 살았고
동네 아이들이 야구를 하며 깔깔깔 웃는 소리에
깜지가 짖어 창문도 꼭 닫고 살았다
그렇게 이 집에 살아온 지 8년째,
이젠 창문 밖 나무가 무성히 자라 적당히 가려주어
버티칼을 치는 적이 없고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깜지가 짖으면
깜지를 번쩍 들어 그들이 노는 걸 함께 구경한다
감나무에 열린 열매가 언제 주황색을 뗬는지
이삿짐차에 실리는 피아노가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내려오는지
다 생생하게 보여서
내 마음에 크게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주변의 것은 사람이든 어떤 것이든
그 사이가 멀면 마음이 가지 않고
가까우면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사이가 좁혀질수록 다가오는 불편함을
참고 견디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내가 그것에 맞춰지고
그것이 내게 맞춰지는 때가 있는 것 같다
언제나 기억하자
가까울수록 크고 든든한 그 마음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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