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2013, KBS)
의학드라마들은 보통 '의사'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이다. 대부분 주인공들은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은 단련이 필요한 원석 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그들은 언제나 호통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한 성격 하시는 멘토들 덕에 빛나는 보석으로 성장해 나간다. <뉴하트>, <외과의사 봉달희>, <골든타임> 등이 모두 그런 원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굿닥터>도 크게 보면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굿닥터>가 조금은 다른 드라마로 기억되는 이유는 '장애를 극복한 의사'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극 중 시온(주원 분)은 자폐증을 앓았고, 여전히 약간 자폐 증상을 보인다. 서번트 증후군이기에 어떤 면에서 천재이긴 하지만, 도한의 이야기처럼 시온의 천재성은 병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자폐증을 앓던 이가 의사가 되는 것. 즉, 환자였던 이가 의사가 되고자 한다는 새로운 시도 덕분에 <굿닥터>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아졌다.
병을 앓던 이가, 병을 고치는 의사가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다. 아파보았기 때문에 더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외침은 묵살되기 일쑤다. 장애인을 장애인으로만 남겨두려는 사회의 단단한 벽은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이 지점에 대해서 <굿닥터>는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시온에 대한 병원 사람들의 노골적인 박대도 그렇지만 특히 윤서의 고민은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시온(주원 분)과 후에 연인 사이가 되는 윤서(문채원 분)는 시온이 병원에 온 처음부터 따뜻하게 그를 맞아준다. 그녀는 시온을 옆에서 잘 챙겨주고, 어려운 일도 도와준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시온의 홀로서기를 가장 불안해한다. 그런 그녀에게 도한(주상욱 분)은 그런 그녀의 태도가 실은 누구보다 시온을 차별하는 행동일지 모른다는 일침을 가한다. 그러니까 그녀의 무의식 속에 시온은 혼자서는 무엇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굿닥터>의 이런 부분들은 장애인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편견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굿닥터>가 특별한 또 한 가지 이유는, 소아외과에 있다. 소아외과를 다룬 것은 아마 <굿닥터>가 최초일 것이다. 왜 소아외과여야 하는지는 드라마 속에서 명쾌하게 드러난다. 소아외과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이가 '아이들은 우리의 조금 다른 희망'이라고 말하자, 그것을 반대하는 이는 단호하고 간결하게 반박한다. '아이들 가지고 그러시면 안 된다'라고. 아이들이 아프지 않게,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시온의 바람은, 단지 의사의 바람이 아니라, 부모와 어른들, 그리고 세상의 바람이다. 아마 현실에서 소아외과는 정말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박대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굿닥터>는 그런 소아외과의 현실을 용기 있게 그렸다.
<굿닥터>는 시종일관 좋은 얘기, 옳은 얘기, 따뜻한 얘기만 한다. '힐링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시온은 순수함을, 도한은 어른스러움을, 윤서는 따뜻함을 지닌 좋은 사람들이다. 그 좋은 사람들이 지키는 소아외과 앞에서 모든 악이 무장해제되고 만다. 그들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진실되고 중요한 가치들은 드라마 속 인물들의 변화를 이끈다. 속물이었던 고 과장은 진정한 외과의사가 되었고, 자격지심으로 일그러져 있던 우일규는 좋은 선배가 되고자 하고, 아버지 었기에 조금 다른 희망을 꿈꿀 수밖에 없었던 부원장님은 진정한 아버지로서, 올바른 희망을 품게 되었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라 두려워도 계속하는 게 용기야."
"꿈이란 건 잘하지 못해도 그냥 하고 싶은 겁니다."
"믿음은 바퀴에 넣는 바람과 같아서, 자전거를 더 잘 달리게 합니다. 씽씽-"
"꿈은 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꾸는 거야."
"좋은 사람이 좋은 의사가 되는 거야."
"어떤 것이 좋은 의사인지 고민하는 모든 의사가 좋은 의사이다."
착하디 착한 이 드라마는 언제나 세상의 '선'을 믿고, 결국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선'이 승리함을 보여준다. 솔직히 현실에서는 없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현실에서는 꽤 자주 선이 패배하기도 하고, 아무 죄 없는 아이들에게 끔찍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나쁜 일들도 있고, 나쁜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변화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래도 <굿닥터>를 보다 보면 시온의 믿음을 대책 없이 믿고 싶어 진다. 예쁜 마음씨는 꽃씨와 같아서 멀리 날아가 예쁜 꽃들을 피우게 만들 거라고. 그렇게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꿈쩍 않던 세상도 조금씩은 변할 거라고. 세상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고,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꽃씨를 가슴에 하나쯤은 품고 있다는, 그런 동화 같은 마법을 믿고 싶어 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