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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아토르 Jun 07. 2016

소통하며 사랑하고 성장한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SBS)

여름이면 생각나는 드라마들이 있다. 2013년 여름에 방영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그런 드라마 중 하나다. <너목들>은 때로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였다가, 때로 긴박한 스릴러였다가, 때로 통쾌한 법정극이기도 했다. 그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함께 성장했던 짱변 장혜성과 초능력 소년 박수하는 여름의 푸르름과 뜨거움을 꼭 닮았다.

<너목들>을 보며 '소통'에 대해 생각했다. <너목들>이 끊임없이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의 의미를 되새김질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수하는 눈을 보면 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초능력을 가졌다. 우리가 상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겪는 수많은 불편을 생각할 때, 참 편리한 능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능력 때문에 수하가 얼마나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혼자서 외로웠는지를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속속들이 안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안다'는 것이 소통의 전부는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알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의미 있는 소통은 제대로, 잘 듣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짱변과 수하는 지난한 11년간의 싸움 끝에서 마침내 누군가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너목들>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법정을 무대로 한다. 그러나 그 법정에서조차도 오로지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쌍둥이 공동정범' 사건 때 혜성은 수하의 능력을 이용해 자신이 변호를 맡은 피고인이 유죄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검사와 합심해 그의 죄를 밝혀낸다.

"유죄를 밝힌 게 그렇게 좋습니까?"
"당연하죠."
"짱변, 오늘 재판을 보니까 변호사가 아니라 검사 같던데요."
"신변호사님이 저한테 그러셨잖아요. 유죄, 무죄를 가리는 선구안이 있다고. 그 눈으로 유죄라는 걸 알았고, 밝혀냈어요. 뭐가 문제죠?"
"그 눈으로는 쌍둥이가 왜 편의점에 갔는지, 그리고 피해자를 죽일 때 왜 복면을 벗었는지는 궁금하지 않던가요. 방청석에서 쌍둥이를 보고 서럽게 우는 여자는 안보입니까?"
"네. 안보였어요. 왜 봐야 되는데요?"
"복면을 벗었다는 것은 피해자한테 일부러 얼굴을 보였다는 뜻이에요. 복수로 죽인 겁니다. 그리고 복수에는 뭔가 사연이 있다는 거고. 피고인을 보고 우는 여자가 있다는 거는 탄원해 줄 사람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변호사라면 그것부터 봤었어야죠."
"전 이번 재판에서 우리가 피고인들과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걸, 할아버지께 보여드릴 거예요."
"이분들의 입장에서, 이분들의 시선으로 한 번만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상대방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진실을 밝혀야 하는 법정에서도, 변호인 그런 눈을 가져야 한다고 <너목들>은 말한다. 하물며 일상을 살아갈 때는 어떨까. 많은 문제들이 옳고 그름보다는 단지 다름의 문제인 일상에서는 그 눈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상대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소통과 이해의 시작이고, 배려의 가능성일지 모른다.

"짱변은 야구를 보면 괴물이 된다. 가끔.. 많이 무섭다."
"수하가 요리를 잘하는 건 중학교 때부터 혼자 밥을 해 먹었기 때문이다.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짱변이 개밥을 해 먹는 이유는 요리하는 시간을 아낄 만큼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많이 고단했을 것 같다."
"짱변은 아직도 우리에게 언젠가 끝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도 상관없다. 그 끝이 오더라도 난 짱변을 다시 찾을 거고, 다시 시작할 것이며, 다시 행복해질 거니까."
"난 수하를 보면 여전히 불안하다. 언젠가 끝날 것 같은 이 관계. 그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난 더 수하를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마 난 그렇게 끊임없이 불안해하면서 수하와 꽤 긴 시간 행복할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사랑은 상대를 다 아는 데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사랑이다. <너목들>은 말하고 있다.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 단 한 번만이라도, 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주기를.

"검사님은 민준국하고 박수하의 차이를 아십니까? 민준국은 아무도 없었어요.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도,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그리고, 자기가 지켜야 할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 한 사람만 있었어도, 민준국은 다르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박수하처럼 말이죠. 그래서 나는 민준국이 아주 조금 불쌍합니다."

그렇게 상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에는 민준국의 길보다 박수하의 길을 택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너무나 많은 오해들, 너무나 많은 편견들, 너무나 많은 갈등들이 폭력과 눈물과 외면으로 드러나는 요즘, '소통하며 사랑하고 성장한다.' <너목들>이 전해준 이 메시지가 어느 때보다 간절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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