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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Apr 07. 2018

호주 처음 가 보면 느끼는 것들

왠지 친근한 이유

사대주의자 권귤, 이상하게 호주엔 마음이 가질 않았다.

"유럽이나, 미대륙이 가까운 것도 아니고... 남반구에 뚝 떨어져 있는 시골 나라처럼 느껴져... 자연환경이 엄청 깨끗하고 자원이 풍부한 시골"

뭐냐, 누가 지금 나 무시하냐

호주에 대해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된 건 페이스북의 죄가 더 크다. 페이스북에 뜨는 '대왕 거미' 영상, '화장실 변기 구멍에서 뱀 나오는' 영상 등의 출처가 호주였단 말이다.


아 맞다. 동생 베프가 호주에서 대학을 나왔는데 하는 말이...


"아 여기? 바퀴벌레가 손바닥 만하고 그래. 게다가 날개까지 있어서 날아다녀"


바퀴벌레 무서우면 소파에 올라가서 소리 지르면 되는 거 아니었나? 날아다니면 도망칠 곳은 아무 데도 없단 말인가. 이렇게 절망적인 나라가 세상 대체 어디 더 있다는 말인가.

그. 래. 서.


호주에 관심이 없었단 말이다. 게다가 사실 그 깨끗한 자연환경에도 약간의 '혐오'를 느끼고 있었다.


그. 런. 데.


피할 수 없었(지만 사실은 웃음이 배시시 났)던 그 일이 터졌다.


"3월 말에 호주 출장이 있어서 귤이가 가야 할 것 같은데, 시간 되니?"-팀장님

팀장님의 연락을 받고 나는 1초도 생각하지 않고 답장을 보냈다.

"ㅇㅇ"

너무 좋아ㅏㅏㅏㅏ

그렇게 나는 호주로 떠났다.

그렇게 호주 무식자가 시드니에 도착했다. 4박 5일을 일하며 잠깐씩 산책하며 지내다 왔다.


그래서 느낀 점을 이제 슬슬 읊어보자면


1. 서양계의 동남아시아

위치가 인도네시아 근처인만큼, 날씨에서 동남아시아 느낌이 풀풀 풍겼다. 일단 날씨가 온화하고, 수풀이 무성했다. 나무가 한번 자라면 육중한 근육을 뽐내면서 쭉쭉 위로 솟았다.


날씨가 습하면 건물에서 풍기는 느낌이 있다. 콘크리트나 건물 재질이 '주황빛'을 띠며 살짝 부식된 것 같은 느낌?


건물도 'All 유리'로 된 최신식 건물보다는 저렇게 90년대 감성을 품은 콘크리트 빌딩들이 많았다.


살짝 일본 '오키나와' 느낌이 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여긴 서양의 '오키나와' 버전.

아래 사진은 진짜 오키나와.

아래는 호주


2. 흑인이 안 보인다


주로 시드니 중심가를 걸어 다녔고, 차로 움직일 때는 행인들을 유심히 봤다.


내 눈에 들어온 사람들을 어림잡아 통계를 내 보자면

백인 45% 히스패닉 10%  아시안 40% 그 외 5% 정도였다.


그만큼 백인과 아시안이 많았다.

궁금해서 우버 기사님께 여쭤봤더니

"아 다운타운만 그래요. 외곽 가면 많이 살아요~"라고 하더라.


... 사실일까?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더니, 나 같은 질문을 가진 사람이 많더라.

원문은 여기: https://www.quora.com/What-is-the-racial-demographics-of-Australia


If we add up the ancestral responses from the 2016 census, Australia should roughly be:

77% White

10% East and Southeast Asian

5% South Asian

3% West Asian and Arab

1% Maori and Pacific Islander

0.7% African

0.6% Latin American

3% Aboriginal


백인 77%

우리가 생각하는 아시안 15%

흑인 0.7%


3. 실제로 보면 신기한 그것


호주 동물? 인터넷에서 수도 없이 봤다. 신기할 게 있겠나 싶었다.

"이 째깐한 게" "너는"

우리 집에도? 이렇게 귀여운 개가 있는걸.

우리집 요정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귀여운 동물이 있다고.

람쥐쓰

그런데 이 나쁜 두 녀석. '살인 공모 혐의'로 고발 예정이다. 살인당할 뻔했다. 심장마비로.


Wanted 1. 무표정 갑 코알라

손으로 나무 꼭 쥐고 있는 게 포인트. 남들이 왔다 갔다, 뭐라 하든 가만히 정면 응시하며 유칼리툽스 나무 으적으적 씹는 게 두 번째 포인트.


Wanted 2. 미니 캥거루 왈라비

사람 무서워하지 않고 막 다가와서 먹을 거 달라하는 게 포인트. 이렇게나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게 리얼 현실 포인트.

동료 에디터가 가자고 해서 끌려가다시피 한 동물원인데, 취향 저격당했다. 딱 30분만 보고 나오자 했는데, 1시간 30분 순삭 된 거 실화?


내가 호주를 다시 간다면 다 이 코알라+캥거루 조합 탓이다.


*여담이지만, 내가 본 작은 왈라비 캥거루는 인간에게 위협적이지 않지만 캥거루 종 중 큰 녀석은 이렇게 근육까지 완벽하다. 그렇기에 사람은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한다.

호주 내륙 로드트립할 때 캥거루가 차에 다가오면 밖에 나가지도 말고, 최대한 숨죽여 있으라는 우버 기사님의 말을 새겨들어야 당신 목숨이 안전할 수 있다. 호주에서 바로 천국 프리패스받고 싶으면 캥거루와 대면식 하던가ㅋ.


아무튼 결론. 날씨가 다 한다

기분이 잘 오르락내리락하고 쉽게 우울해지는 편인데 쨍하고 더운 날씨만 보면 어쩜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지. 회사 일로 간 건데 힘든 줄도 몰랐다. 과연 눈 오는 토론토였다면 어땠을까.


본다이 비치에서 서핑하는 사람들만 구경해도 그렇게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쉬러 가고 싶은 곳, 그런 곳이 바로 호주였다.


*소심한 관종*을 소개합니다.

ㄱㅅㅇ의 사생활 -> https://www.instagram.com/soooyeon.kwon/

권귤의 그림일기 -> https://www.instagram.com/gyuls_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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