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살이의 허무함에 대하여

1분 만에 익숙해지는 한국생활

by 권귤

이상하다. 1년 반 동안 캐나다에 살았는데, 한국은 오자마자 바로 내 집이 된다. 이 땅을 밟은 지 단 24시간 만에 한국의 하루는 100% 익숙한 일상이 돼 버린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말이다.


캐나다에 적응하려 온 힘을 쏟았다. 온갖 게시판을 뒤져 알바를 구했고, 직장도 구했다가, 영어시험과 성적표를 모아 학교에도 갔고, 매일 힘겹게 영어를 사용했다. 한글책을 구할 수 없어 영어책을 읽는 법을 배웠다. 처음엔 하나도 이해가 안 가더니 점점 영어책에 익숙해져 갔다. 그만큼 난 캐내디언의 정체성을 습득했다고 여겼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난 다시 100% 찐 한국인이 됐다.


해외살이는 허무하다.


보고 싶던 사람들

남자친구, 엄마, 아빠, 동생 그 끈끈한 유대관계가 그리웠다. 매일 화상통화 카카오톡 메시지를 했는데도 서로 나누고 싶은 것의 1%도 나누지 못했다. 만나서 살 냄새도 맡고 같이 침 튀겨가며 밥도 먹고 싶었다.


월요일 아침 왠지 울고 싶은 마음을 안고 토론토 공항에서 수속을 밟았다.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서 내렸다. 엄마 아빠 얼굴을 봤고, 남자친구의 따뜻한 손을 다시 잡았다. 25시간 만에 꿈이 현실이 됐다. 북미 토론토에서 시작해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동아시아 서울로 날아온 결과다.


교통기술이 발달한 지 오래지만 비행기 여행은 여전히 어색하다. 난 25시간 만에 (돈만 더 있었다면 13시간 만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캐나다에 있을 땐 꿈같이 여겨졌던 일이 눈 앞에 현실이 됐다. 허무하다. 이렇게 쉬운 일이었을까.

같은 하늘 다른 환경 같은 하늘

토론토에서 종종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래 나는 북미 저 북쪽에 있고, 한국은 저기 동쪽 유럽 대륙을 지나서 중국을 지나고 아시아 쪽 그쪽에 있지? 되게 멀다. 환경도 엄청 다르고.'


토론토에 있을 땐 한국과 하늘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토론토는 항상 하늘이 맑다. 미세먼지라는 게 거의 없다. 하늘도 잘 보인다. 다운타운만 아니면 고층건물이 많이 없어서 의도하지 않아도 하늘이 눈 안에 크게 담긴다. 난 그 하늘을 사랑했다.


한국에 도착해 외출하던 길, 한국 하늘을 올려다봤다. 토론토에서 봤던 하늘과 색은 조금 다르지만 하늘은 하늘이었다. 비슷하게 새파랗고 차갑다. 사진을 찍어서 남에게 보여준다면 이게 한국인지 토론토인지 헷갈릴 거다. 경도 위도만 조금 다를 뿐 한국 하늘은 토론토 하늘과 같은 하늘이다.


같은 하늘 아래 왜 두 가지 다른 장소가 있는 걸까. 왜 그 두 장소는 내게 동일하게 사랑스럽고 애달플까. 똑같이 아름답고 차가운 하늘인데, 나는 그 1%의 다름을 가지려 내 인생을 바쳐 애써온 걸까. 그 하늘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여전히 흔들리는

한국은 부인할 수 없는 내 집이다. 난 한국에 도착한 지 1초 만에 내 정체성을 다시 회복했다. 이 곳은 내가 애써 힘들이지 않고도 평온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동네다.


캐나다는 내가 새로 구성한 집이다. 1년 반 동안 캐나다에 내 방을 구했고, 친구들을 만들었고, 은행계좌에 돈도 넣어 놨다. 학교를 졸업한 뒤 2개월 직장경력을 채우면 캐나다는 내 평생 집이 된다. 캐나다를 내 집으로 만들기 위해 2018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조건을 쌓아왔다.


한국과 캐나다 이 두 곳은 내게 동일하게 집이다. 내가 캐나다를 선택한다 해도 한국에 내 집은 희미해지겠지만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다. 내가 한국을 선택한다면 캐나다에 지었던 내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내가 현재 캐나다에 짓는 집은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허무한 집인 걸까.



허무한 집을 짓는 권귤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tangerine.soo/

권귤은 결국 어떤 허무함을 선택할까요? 저도 모르겠어요. 제 결정에 함께해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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