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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Sep 19. 2020

겁 많은 인간 생존기: ㅇㅇㅇㅇ를 만나다

그 이름을 부르면 안 돼!

잘 지내셨어요? 저는 음. 건강하게 생존해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네요. 오늘은 토요일 밤입니다.


이번주에는 아주 큰 일이 있었어요. 그 이름을 부르고싶지 않은 그 존재를 만났거든요. 이상하게도 이름을 부르고싶지 않습니다. 마치 볼드모트같은 존재랄까요. 저는 절대 그 이름을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상상하며 들어주세요.

Photo by Craig Adderley on Pexels.com


언제였지, 기억이 잘 안 납니다. 화요일이었나 수요일이었나. 매우 긴 하루를 마치고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아 이젠 이닦고 세수해야겠다’하며 화장실 문 앞에 들어서는 순간 만나고야 말았습니다.


첫 반응: 일단 다시 소파에 주저앉았습니다. 


2단계: 누구한테 의지해야 할 순서입니다.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동생과 통화를 했습니다. 집에 가서 자고 싶었습니다.


3단계: 그렇지만 저는 독립까지 한 어엿한 어른인걸요. 토론토에서 각종 ㅂㄹ들을 섭렵하고 온 ㅂㄹ학과 고학력자인데, 여기서 물러설 수 없었습니다.


4단계: 마음에 안정을 조금 찾을때까지 템포를 늦춘 뒤, 선글라스를 꼈습니다. 선글라스라도 끼면 자신감이 올라갑니다. 그의 눈과 제 눈 사이에 중간 매개 역할을 하는 무언가가 있는 거 거든요. 


5단계: 선글라스를 낀 채로 에프킬라로 대적했습니다. 꽤 힘든 전투였습니다. 집에서 쓰는 에프킬라는 그만큼 강력하지 않다더군요.


6단계: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목숨이 끊어지는 걸 확인하고, 한번 더 에프킬라를 분사하고나서야 변기에 옮겨담을 수 있었습니다.

Photo by Pixabay on Pexels.com


이번 사건은, 이 전투가 앞으로도 벌어질 것을 의미했습니다. 아군에게 S.O.S. 요청을 보냈습니다. CESCO 요원의 파병비는 16만 원이었습니다.


요원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밖에서 온 그것이다

밖에서 온 그것은 박멸이 어렵다

일단 집 방충망 윗부분이 조금 열려있는데 그 부분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 막아주는 게 좋다

베란다 물구멍도 막아라

트랩과 약을 설치하고 가겠다


그렇게 처치가 끝나고, 저는 그 다음날 바로 방충망을 새로 갈아꼈습니다. 가격은 9만 원.

전쟁은 정말 비싼 것이었습니다. 국방비가 왜 비싼지 알겠습니다.

Photo by Pixabay on Pexels.com


결론:  

난 독립한 어른이니까 그것쯤은 알아서 해야 한다. 그걸 알아서 하면 진짜 어른이다.

그 부분에 사용할 예산이 있어야 걱정하지 않고 산다. 국방비는 비싸다.

더이상의 전투가 없길 빌지만, 있다면 난 당당히 싸우리라. 내겐 아군 CESCO가 있다. 아군이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다. 국방비 지출이 아깝지 않다.


여러분 저 어땠어요? 이번주도 용기 있었죠?! 이번만큼은 찐하게 인정해주세요!


권귤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tangerine.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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