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귤 Oct 25. 2020

생일을 알리지 않겠다는 교만한 마음 #생일공포증

겁 많은 인간 생존기

저는 생일을 비밀로 하는 사람이에요. 원래 생일이면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생일’이라고 뜨잖아요?! 그게 전 수줍더라고요. 평소에 잘 모르는 사람도 연락이 오고, 거기에 답해줘야 하는 것도 부끄럽고요. 제가 괜히 꼬아서 생각하는 건지(매우 솔직) 분명히 의무감에 제게 연락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그것에 답장하는 것도 피곤하게 느껴졌었어요.(어후 제가 성격이 좀 나쁘네요;) 그냥 조용하게 가족들이랑 보내는 게 좋았어요.


그래도 인스타 포스트엔 올려야 할 것 같아 생일날 밤에 인스타 포스팅을 했어요. 오늘 생일이었고, 행복했다, 감사하다. 이렇게요.


그랬더니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고, 왜 알리지 않았느냐며 기프티콘으로 선물을 막 보내줬어요. 내가 뭐라고… 정말 고마웠죠.


그런데 한 회사 친구가 월요일에 사무실에서 ‘파티’를 한다고 하는 거예요. 땀이 뻘뻘 났어요. 아니 생일도 지났는데 생일 파티라니… 일부러 회사에서 생일파티 하기 싫어서 월차내고 집에서 쉬었는데 파티를 굳이 하겠다니! 30여명 앞에서 케이크를 들고 생일축하 노래가 울려퍼지는 20-30초동안 서 있어야 한다니! 아니! 나니?!


그래… 친구의 선의는 제가 무시할 수 없죠. 그리고 아무리 무섭고 부끄러워도 용기있게 상황을 맞닥뜨려볼 것으로 삶의 방향성을 잡고 나니, 회사에서 펼쳐지는 ‘때늦은 생일 파티’도, 그것도 회사 대표님까지 함께하는…(두둥탁) ‘부담킹 생일 파티’에 임해보겠다!고 결정했어요. 이게 뭐 대수냐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냐?! 싶으시죠? 네 ‘겁 많은 인간 생존기’ 쓰려면 이정도 겁쟁이는 돼야 한다고요. 수퍼겁쟁이입니다.


월요일에 회사를 갔더니, 친구가 동료들에게 생일케이크 펀딩을 받아서 파리바게트에서 제가 젤 좋아하는 벨기에쇼콜라 케이크를 사왔습니다.


오후 3시쯤, 케이크를 불었습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이 노래가 왜이리 길게 느껴지는지요. 그래도 정신없이 부끄러움을 감추다 보니 30초가 후딱 지나가더라고요. 결론적으로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행복했습니다.

배운 점:

좋은 일은 아무리 늦게 축하해도 기분이 좋다. 나만 기분좋은 게 아니고 같이 축하하는 사람들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니까 좋은 일은 자주자주 축하하자. 3절, 4절 많이많이 축하해도 된다.

아하! 그래서 사람들이 생일이면 여기저기 모임을 만들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러는 걸까요?

특히 ‘생일’이란 건 특별한 ‘축하 요소’라고 생각이 들어요. 승진, 유학, 결혼 등은 누군가의 시기를 살 수 있지만 태어난 날은 누가 시기하나요? 그냥 순수하게 축하할 날이지. 그러니까 생일은 널리널리 알려도 돼요!

이건 제가 멘토로 삼는 분과의 카톡 대화예요. 어쩌면 생일을 알리지 않는 건 교만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생일이고, 알리진 않을테니 아는 사람만 연락해라~ 모르는 사람은 나랑 친한 게 아니지~ 인스타 봤어? 너 내 생일 몰랐니? 넌 나랑 친한 게 아니구나.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이런… 느낌이랄까? 매우 교만하고 기분 나쁘죠? 한편으로는 이런 마음을 제가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순수하고 투명하게 살아보려고요. 좋은일은 널리널리 알리고, 내 생일도 널리널리 알려야겠어요. 아직까지 교만하게 숨겨서 죄송합니다.


여러분 제 생일은 10월 16일이에요!


https://www.instagram.com/tangerine.soo/


매거진의 이전글 걱정을 없애주는 아인슈타인의 명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