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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Jan 10. 2021

일을 사랑해서 미워한다

겁 많은 인간 생존기

이번 주말, 이 부분을 읽고 소름이 쫙 돋았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줄 알았는데 많은 여성들이 했던 고민이었겠구나 싶었다.


나는 일을 사랑한다. 일 하는거 정말 재밌다.


영상을 구상하고
흐름을 짜고
촬영하고
촬영본을 가지고 다시 스토리를 만들고
그걸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내고
그 영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 모든 과정이 솔직히 너무 재밌다. 그래서 끔찍하다.

1)나는 야근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4시반, 5시, 이렇게 일찍 퇴근하는 날이 잦다.
사람들은 내가 회사를 싫어해서 워라밸 잘 지키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워라밸을 이렇게 지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일이 싫어서가 아니라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다. 에너지를 잘 분배해야 영감이 더 잘 떠오르고, 영상을 만들 때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영상을 업로드하는 날만은 야근을 자처한다.


2)아침마다 신문을 보고, 책을 많이 읽고, 영화도 보고, 유튜브 넷플릭스도 열심히 본다.
반은 즐거워서, 반은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이게 정말 나를 위한 삶인지 일을 위한 삶인지 헷갈린다.


3)운동한다.
건강한 뇌로 오늘 하루 일 하기 위해서. 하루종일 앉아있을 때 허리아프지 않기 위해서.

#시선으로부터

24시간 일만 생각하기 싫어서 캐나다로 훌쩍 떠났었다. 솔직히 캐나다에서는 ‘일할 때만 일을 생각’하고 그 외의 시간엔 ‘나’를 생각했다. 일이 그렇게 재밌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삶은 내게 다양한 만남을 허락했으며, 신체적인 건강도 줬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삶이 참 건강했다.


일이 내 인생을 설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개인적인 삶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일이 아니라.


그런데 또, 일도 잘 하고 유명해지고 싶다. 이 마음의 끝은 뭘까? 어떻게 정리될까?


나는 정말 일을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도태되기 싫은 두려움에 사랑한다고 착각하는 걸까?

https://www.instagram.com/tangerine.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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