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렝이
오전 8시 경찰관 교통정리 호루라기에 맞춰
우리 집엔 소음 전쟁이 시작된다. "왈왈! 왈왈!" (왜 개들은 2번을 1회로. 리듬감 있게 짖는 걸까) "야 조용히 하자!"
2004년 9월인가 10월에, 우리 집에 고이 모셔온 센이다. 이름은 '센'이지만 수의사 선생님들은 '센이', '쎄니', '쎈' 등 원하는 대로 부르신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이름이랄까. 사실 파리 센(Seine) 강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유는 비밀.
실키테리어, 수컷. 2004년 7월 12일 탄생. 지금은 만 12살이 넘어 백내장을 앓는 할아버지 개가 됐다.
짜잔. 2016년 8월이다. 12년 세월이 느껴지는지?
이건 내가 얘를 키워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얘는 진짜 천재다. 스타킹이나 TV 동물농장에 내보내려고 하다가, 부러운 마음에 누가 유괴해갈까 봐 꾹 참고 또 참았다. 이젠 할아버지도 됐으니 조심스레 공개한다. 센은 천재다.
"쪼렝아" "쭈레렝이?" "쥐강" "뽀뤵이" "찌롱" "쀅!" "뺑"
뭐냐고? 센 이름이다. 대표명은 '센'이지만 이 모든 게 이름으로 불린다. 센은 모두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뭐, 아닌 거 같다고? 들은 체 만 체 한다고?
그건 당신이 싫어서다.(아님... 당신 말이 말 같지 않아ㅅ...)
내 동생 센과 나는 어릴 땐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나는 기숙사에, 그리고 대학생 때는 학교생활한다고, 교환학생 때는 미국에 좀 살아보겠다고 밖을 싸돌아 다녔다. 그리고 이제야 센과 우정을 쌓아나가는 중이다. 센에게 수많은 이름을 붙여준 것도 최근 몇 년 사이다. 센은 일에 지친 내게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는 생기둥이라고나 할까.
센 이름에는 세 가지 버전이 있다. 그런데 한 버전에 수백, 수만가지, 부를 때마다 조금씩 변형된 소리가 나오니 셀 수 없다니까. 그걸 모두 다 알아듣는다. 그러니까.
1. 뙨 소리
오줌을 패드에 비껴 쌀 때
목욕물 수건으로 털어주는데 내 손에 이빨 들이댈 때
쩬!
뛘!
뺑!
그리고 꼭 붙는 소리 "야 너 이리 와봐"
그러면 꼬리란 꼬리는 한껏 아래로 내린다. 눈꼬리, 입꼬리, 진짜꼬리
2. 되엔 소리
길게 늘어진다. 이건 강아지에게 '자기잉'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쉐니
스에니
쩨리
쪼레레레레레레레....(계속 이어질 수 있다)....렝이야앙
찌렝이
쬥
센은 좋아가지고(참..ㅋㅋ)
이마 아래로, 귀 아래로, 꼬리 아래로
(혼날 때 든 칭찬받을 때 든 모두 아래로 내리는 구만)
3. 센
내 얼굴이 부끄럽지 않게
병원에서, 공원에서, 공공장소에서
의사 선생님한테 "선생님 우리 쭈렝이 괜찮은 거예요?"하면 좀 이상하잖아.
센이 여긴 공공장소란 걸 찰떡같이 눈치채고 말까지 잘 들으면 좋겠건만
하하 그건 내 욕심이겠지. 12살이면 사춘기에 반항도 할 나이지
센은 앞으로 이름 몇 개를 더 가지게 될까. 사랑하는 만큼 이름을 붙여주리다
요즘 내가 애용하는 이름은 '쥐강'이다
"쥐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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