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나이가 되니 기억나는 것들
일요일 점심식사 후.
아빠가 8살 딸래미를 부른다.
"수연아! 바람 쐬러 가자!"(열쇠를 짜그랑 챙기며...)
"응...?"
"가자! 수민이도."
"응? 나는 싫은데..." "엄마는...?"
"엄마는 좀 쉰대. 나갔다오자."
싫진 않았다. 귀찮지도 않았다.
(옷을 주섬주섬 입히며)"갔다와. 아빠차 타고 시원하게 바람 쐬고 와."
엄마 말을 거역할 순 없었다. 거역했다가 엄마가 진짜 도망갈 까봐.
어딘가 시큰한 마음을 부여잡고 집을 나왔다. 그땐 왜 엄마가 도망갈 거라는 생각을 했는 지 모르겠다.
물론 다른 생각도 있었다. (너무나 모험적이었던)아빠가 우리를 데리고가다가 길을 잃어버리거나... 어디로 팔아버릴까봐....(어릴 땐 그런 상상이 충분히 가능했다. 이 세상에 대해 아는 게 4%도 안될 때였으므로.)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진정될 수 있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엄마가 도망갈 거라는 생각'없이 행복하게 다녀올 수 있었을까.
엄마: 언제든 내가 싫어지면 도망갈 수 있는 존재
아빠: 불편하지는 않지만 내가 가족이기보다는 나를 이용할? 수 있는 아저씨
난 당시 그렇게 느꼈다. 아빠랑 둘이 나가면 좀 두려웠다.
물론 다 큰 지금은 다 안다. 오히려 반대일걸. 도망갈 궁리는 내가 하고 있고, 엄마아빠는 자기 인생을 온통 쏟아 나를 키웠다. 물론 엄마 아빠가 나로 인해 얻었던 가끔은 이기적인 행복도 그만큼 컸지만.
그래서 우리를 내보냈고.
월화수목금토, 아이 둘 그리고 공부방 학생들과 씨름하면서 보낸 날들을 뒤로하고 아무것도 없는 공백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아빠는 그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우리를 데리고 나갔던 거다.
게다가 그때의 엄마 아빠는 나 정도 나이밖에 안된 꼬마 어른들이었다. 내가 아이를 버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닌데. 엄마도 절대 아니었겠지.
나는 아이에게 바람직한 애착관계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