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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Jun 10. 2017

아빠, 엄마가 도망가면 어떡해?

엄마나이가 되니 기억나는 것들

일요일 점심식사 후.

아빠가 8살 딸래미를 부른다.


"수연아! 바람 쐬러 가자!"(열쇠를 짜그랑 챙기며...)

"응...?"

"가자! 수민이도."

"응? 나는 싫은데..." "엄마는...?"

"엄마는 좀 쉰대. 나갔다오자."


싫진 않았다. 귀찮지도 않았다.


다만 엄마가 도망갈까 두려웠다.


(옷을 주섬주섬 입히며)"갔다와. 아빠차 타고 시원하게 바람 쐬고 와."

엄마 말을 거역할 순 없었다. 거역했다가 엄마가 진짜 도망갈 까봐.


어딘가 시큰한 마음을 부여잡고 집을 나왔다. 그땐 왜 엄마가 도망갈 거라는 생각을 했는 지 모르겠다.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없을 것 같았다. 아니면 쓰러져 있거나.


물론 다른 생각도 있었다. (너무나 모험적이었던)아빠가 우리를 데리고가다가 길을 잃어버리거나... 어디로 팔아버릴까봐....(어릴 땐 그런 상상이 충분히 가능했다. 이 세상에 대해 아는 게 4%도 안될 때였으므로.)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이 진정될 수 있었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엄마가 도망갈 거라는 생각'없이 행복하게 다녀올 수 있었을까.


심리학은 1도 모르는 내가 감히 추측을 하자면, 엄마 아빠와의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싶다.

엄마: 언제든 내가 싫어지면 도망갈 수 있는 존재

아빠: 불편하지는 않지만 내가 가족이기보다는 나를 이용할? 수 있는 아저씨

난 당시 그렇게 느꼈다. 아빠랑 둘이 나가면 좀 두려웠다.



물론 다 큰 지금은 다 안다. 오히려 반대일걸. 도망갈 궁리는 내가 하고 있고, 엄마아빠는 자기 인생을 온통 쏟아 나를 키웠다. 물론 엄마 아빠가 나로 인해 얻었던 가끔은 이기적인 행복도 그만큼 컸지만.


그때 엄마는 단지 쉬고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를 내보냈고.


월화수목금토, 아이 둘 그리고 공부방 학생들과 씨름하면서 보낸 날들을 뒤로하고 아무것도 없는 공백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아빠는 그 시간을 만들어주려고 우리를 데리고 나갔던 거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긴데, 어릴 땐 그렇게 두려웠다. 생각도 많았고. 


게다가 그때의 엄마 아빠는 나 정도 나이밖에 안된 꼬마 어른들이었다. 내가 아이를 버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닌데. 엄마도 절대 아니었겠지.


나는 아이에게 바람직한 애착관계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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