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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Nov 18. 2017

방송국에서 일하면 연예인 많이 봐요?

엘베문이 열리니 트와이스가 있더라.

흔한 점심시간, 지하 식당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

나: 오늘 점심 뭐냐?
동료: 아 몰라. 둘 다 맛없는 거야.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예쁜 여자가 우르르 몰려있음. 일반인은 아닌 것 같음.)

나: 눅후....?
동료: (찡긋) 노래 너무 잘 듣고 있어요~ 라잌끼 라잌끼~ 화이팅!
트와이스: 와~ 깔깔깔~~
나: (동료의 순발력에 벙찜...) 트.. 트와이스?
대단하다 친구야.
저예요 와이스, 트.

가끔 이런 뜻밖의 상황을 만난다. 처음엔 가슴이 떨릴 정도로 신기했는데, 지금은 그냥 쓱 보고 만다. '예쁘네...'


난 방송국에서 일한다. 여긴 두 번째 직장인데, 소곤소곤하게 말하면 정규직은 아니고 프리랜서다. 930-630 일하는 상근 프리랜서랄까. 아무튼 방송국 직원은 아니라는 얘기. 지난 9월 초부터 지금까지 약 1년 3개월째 일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뭘 하냐면, 카드 뉴스를 만든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커뮤니티를 떠돌면서, 이야기를 낚아채 그걸 뉴스로 만드는 작업이다. 가끔 재미없는 주제를 다룰 때도 있는데, 그럴 때는 뭐. 나는 카드 뉴스 공장에 다닌다~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아무튼 내 소개는 지루하니, 그건 여기서 마치도록 하자.

마니 지루해쪄?

회사생활의 꽃은 머니머니 해도 점심시간이다. 특히 방송국은 더 그렇다.

(요즘엔 마음이 많이 식었지만) 점심시간만 되면 오늘은 누구를 볼 수 있을까 기대에 찬 눈빛으로 엘리베이터를 탄다.


지하식당에서 밥을 먹고 1층 로비로 올라가면 12시 10분쯤.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로비에 값비싼 카메라를 든 팬들이 가득하다. 회사 1층 출입구엔 저지선이 그어져 있다.

"야 오늘 누구 오나 봐"


재빨리 스마트폰을 열어 편성표를 검색한다. 이 방송국 건물엔 '라디오 부스'가 있는데, 컴백한 가수들은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을 한 번씩 출연한다. 홍보를 위해서다.


보통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은 오후 12시와 2시에 있다. 우리 점심시간 때맞춰 그들이 온다. '핫 스타'들은 보통 12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데, 그들 인터뷰는 12시 30분~1시 30분 사이에 있다. 그들이 엘베를 타는 시각은 우리 점심시간 엘베 사용시각과 딱 들어맞는다. (나이스)


스타가 어떻게 방송국에 들어오냐면

아무리 방송국이라도 스타들이 따로 들어오는 비밀 출입구나, 비밀 엘리베이터 같은 거라곤 없다. 그들도 일반인과 같은 출입구를 사용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평범하게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에 탄다.


그래서 톱스타 같은 경우에는, 경비가 삼엄하다. 그들이 회사에 들어오는 경로는 이렇다.


1. 차에서 내리기

스타크래프트, 일명 연예인 밴, 에서 내린다. 스타의 존재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1층 로비에 앉아있던 팬들은, 미리 그 차를 알아보고 주차장에 가 서 있다. 스타가 빼꼼 얼굴을 내미는 순간부터 카메라 셔터는 바삐 움직인다.


2. 로비 진입

매니저와 함께 로비에 진입한다. 경비원들은 스타의 로비 진입에 문제가 없게끔 문을 활짝 열어둔다.


3. 런웨이

본격적인 쇼가 시작된다. 팬들은 로비에서부터 1층 출입구까지 그 40m 되는 런웨이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신체에 위협이 되지 않을 정도라면, 매니저는 스타에서부터 1m 정도는 떨어져 선다. 수고로이 여기까지 온 팬들을 위해서일까.


카메라를 든 팬들도 매너를 지키며 스타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스타의 표정이나 몸짓, 1분 1초도 놓치지 않으려 손가락은 셔터를 정신없이 누른다. 스타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스타는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있거나, 편안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팬들에게 이런저런 대답도 해 주고, 카메라를 바라봐 준다.


스타의 소중한 런웨이는 30초도 안 돼 끝나버린다.


4. 출입구 통과하기

자 이제, 직원들이 흥분할 시간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여성이 즐비한 점은 우리 팀에게 이 시간은 축제와도 같다.ㅋㅎㅋㅎ


우리는 스타가 올 때까지 출입구 안쪽에 서 있다가 그들을 맞이한다.

어서와가 아니고, 어서오세요!!넙죽넙죽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가진 못한다. 멀리 떨어져 바라만 볼뿐. 가끔 용기 있는 동료들은 말을 붙인다. "너무 예뻐요!!" "잘생겼어욧 >_<"


맘씨 좋은 스타는 같이 셀카를 찍어주기도 한다.

김필 선생님과 사진 찍은 날. 계탄 날.


5. 엘베 진입(작별인사)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엉엉)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라디오 부스로 올라간다. 가끔 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위너와 엘베 탄 썰.txt

절대 의도한 게 아니었다. 부장님이 시킨 배스킨라빈스 심부름을 하고 있었고,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 가장 빨리 온 비상구 쪽 엘리베이터에 달려갔다. 위너 멤버 3명이 있었다.

강승윤, 송민호, 김진우 씨였다.

"안녕하세요~"

강승윤 씨가 갑자기 인사를 한다. 나한테? 가 아니고 옆에 있는 동료에게다. 인사성이 원래 밝거나, 아니면 그 동료가 라디오 관계자인 줄 알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 동료가 좀 가만히 있어도 전문가처럼 생기긴 했다.

동료는 얼떨결에 인사를 받아(줬ㅋ)다. "아 예~ 안녕하세요~"
이날 오후, 그 일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나는 원래 살짝 흠모했던 송민호 씨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는 스마트폰을 하고 있었다. 포스가 남달랐다. 김진우 씨는, 잘생겼다.ㅋ
잘생김 보고가세요~

팬들에게 둘러싸이는 핫 스타들도 있지만, 방송국 안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스타들도 있다. 라디오 DJ들이 대표적이다. 아 젊고 외모가 뛰어난 아나운서들도 스타나 다름없는 인사이긴 하다.


회사에서 그들을 마주치다 보니 과거 유명인이라면 그냥 들떴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그들도 우리 같은 인간이란 생각에, 그들이 불편하지 않게 멀찍이 떨어져 배려하는 편이다.


동료들과 이런 우스갯소리를 나눈다.

"그래, 스타나 우리나 똑~같은 인간이지. 다만 눈코입이 '조금' 다르게 생겼을 뿐. 아주 조금..."


아주 사소한 다른 점(들)을 조금이나마 메꾸기 위해, 이 회사를 다닌 이후로 화장을 시작했다. 가끔 실패할 때도 있지만.

불타는 고구마
눈, 코, 입, 눈썹, 나도 다 있다 뭐. 아 맞다 노래, 작곡, 재능은 좀 없음.

그래도 회사에서 아이유를 만나면 어김없이 눈이 돌아갈 것 같다. 어쩌면 소리 지르며 쫓아갈 수도ㅋ


사랑해요, 아이유.

#아이유는_아이가_아니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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