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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Dec 18. 2017

“레그워머가 어때서?” 관종이라 따뜻한 겨울패션 5가지

스무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스무 살. 대학교 1학년을 정신없이 보내니

겨울이 왔다. 두근두근.

추웠다

추웠다

이게 어른의 추위란 말인가


한창 옆으로 성장하던 학생 때는 몸에서 열이 그렇게 나던지, 여름에 코트 입고 조금 걸으면 땀이 뻘뻘 나 외투를 벗어던지기 일쑤였다.


또, 이렇게 대중교통을 타지 않았다. 부모님 차를 타고 이동했고. 뭐 공부하느라 방에 처박혀 있었지. 밖에 나돌 시간이 없었다는 거다.


그. 런. 데.


20살 때 느꼈다. 이게 인간이 죽을 때까지 견뎌야 할 겨울 추위라는 건가. 신이시여 이런 고난을 어찌 제게 내리셨나이까...

거두어 가시옵소서...

놀고 싶은데,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싶은데 추위를 뚫기 두려웠다. 그래도 추위보다 욕구 해소가 먼저기에 나가긴 나갔는데... 횡단보도 기다릴 때 고역. 다리부터 시작해 온 몸이 시려 배배 꼬고, 방방 뛰고, 그래도 추위는 해결되지 않았다. 하릴없이 이빨만 딱딱 부딪칠 수밖에.


겨울은 내가 혐오하는 계절이 됐다. 끔찍했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어떻게 이렇게 겨울을 보내? 그렇게 몇 년을 지냈나 보다.


그런데 한국보다 더 극한의 추위를 만나면서 '추위를 피하는 법'을 습득하게 되는데...


오세요 버펄로~

차 맞습니다.


4월 말까지 눈이 흩날리는 미국 뉴욕주 버펄로 교환학생 시절에, 나는 진짜 겨울을 만났다. 겨울이 오래 지속돼서 나중엔 우울해지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곳에서 이거 하난 똑띠 배우고 돌아왔다. 혹독한 겨울 속에서 살아남는 패션.


이걸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그 예쁜 스무 살 대학생 때 조금은 더 웃으며 시간을 보냈을 텐데. 욕도 조금만 하고... 쩝

아이고 내 주둥이...

여전히 겨울 하면 욕부터 나오는 분에게 이 다섯 가지 정말 추천한다. 말 안 해도 목도리, 장갑은 필수인 거 아싀져?



1. 머리 껍데기


얼굴이 갸름하지 않은 내게 머리 껍데기란 콤플렉스 제조기였다. 얼굴 선이 너무 부각돼 보여서 어떻게든 모자는 피하려고 했다.


그런 내가, 버펄로 추위에 못 이겨 모자를 하나 사고야 말았는데... 이 조막 만한(?ㅎㅎ) 머리통 하나 가리는 게 뭔 차이가 있겠어? 에라이. 어차피 미국이라 아무도 나 신경 안 쓰는데 그냥 하나 사서 써보지 뭐.


머리 껍데기를 처음 썼던 그 날을 기억한다. 신. 세. 계. 미국 사람들이 옷은 얇게 입어도 모자는 꼭 쓰는 이유를 알게 됐다.


그렇게 겨울 모자 컬렉션은 화려해졌다. 옷장에 있는 오만가지 모자 다 보여주기 민망해서 우아하게 몇 가지 셀렉트 해 봤다.


1단계: 무난한 뚜껑형

머리카락으로 옆얼굴 가리면 얼굴형 어느 정도 커버됨.


2단계: 앞머리 고수형

앞머리 눌림이 걱정될 때.

(*주의: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자기 거라고 할 수 있음. 50-60년대 빙판 위 소년 스타일)


3단계: 터번 형

일단 샀는데, 어떻게 쓰는지 정확히는 몰라서 내 맘대로 쓰고 다님. 머리띠처럼 하고 넓은 면으로 귓구멍 가림.

(*주의: 사람들이 쳐다봄. 예뻐서 쳐다보는 거라고 생각해야 마음 편해짐.)


2. 다리 목도리


내가 대학생 때는 겨울용 기모 바지가 없었다. 여름에 입었던 그 청바지를 겨울에도 입었다. 맙소사.


너무 추워서 마치, 오줌 마려운 듯 다리를 배배 꼬던 그 모습은 기모 바지를 입으면서 사라지는 듯했으나... 발목께부터 들어오는 한기는 막을 수 없었다.


핑클 언니들은 2017년 대한민국 한파를 예견한 듯, 신 문물을 한국에 들여왔으니...


하지만 그 신 문물은 한국엔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만다. 난 이 귀한 문물을 미국의 한 마트에서 구했는데.


:이젠 내 사랑이 되어 줘 룩

사람들은 발토시, 나는 다리 목도리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레그 워머.

(*주의: 발 토시라고 부르면 동네 뒷산 느낌 나고 뭔가 촌스럽잖아. 레그 워머라고 하면 있어 보이긴 하는데 귀여운 맛이 부족함.)


요즘 크롭으로 된 바지들이 많이 나오는데, 지인짜 다리에 바람 슝슝 들어간다. 아무리 로션 두껍게 발라도 다리 트고 간지럽고 각질 부각되고 때가 읍읍. 쉿, 여자의 프라이버시.


그런데 이거 신은 뒤로 추위가 무섭지 않다. 롱 패딩에 입으면 롱 패딩 끝나는 지점 바로 아래 다리 목도리가 시작되면서 100% 방한 만족 보장.


다리 목도리♬☜★★◎

#레그워머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방한 100% 이제는 다른 겨울 YESYES!!

>>>>>>> http://다리 목도리. COM <<<<<


새로 산 다리 목도리. 회색 운동화하고 매치하니 마치 롱부츠 신은 느낌 난다.



3. 빨강망토 차차


미국 교회에는 한 일본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겨울이면 항상 망토 같은 걸 두르고 다녔다. 숄이라고 부르는 망토 말이다.


(공교롭게도) 그 친구 이름은 '쇼' 였는데, 난 그를 '숄'이라고 부르곤 했다. 그만큼 나 같은 패션 고자에게 숄은 생소한 아이템이었다.

아 그리고 그 친구는 남자였음

존경한다. 쇼는 패션의 선구자였다. 수년의 경험이 축적돼 나도 숄을 하나 장만하게 됐고, 추운 날이면 숄을 꺼내 두르곤 한ㄷr...


코트는 어쩔 수 없이 얇은 탓에 온 몸이 시린데, 이거 하나 두르면 목덜미 어깨 척추가 뜨끈해진다. 진짜 북극 공기가 한반도를 뒤덮는 날에는 머리까지 완벽 보호가 가능하다.

:ET룩, 빨간 망토 차차 룩, 성녀 룩

이거 두르고 엘리베이터 타면 사람들이 흠칫 놀랄 수 있음. 허나 굉장히 따뜻함. 손가락이 노출되니 장갑은 꼭 끼도록.



4. 땀뜨텍


진짜 혹시나... 여전히 입문하지 않으신 분들이 있을까 봐 땀뜨텍(히트텍)을 언급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몸에서 나는 땀으로 열을 낸다는 이 유니클로의 히트작 히트텍은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한국에서 유행을 타면서 전 국민 필수템이 됐다.(이건 버펄로 사람들은 잘 모르는 시크릿 아이템인 것이다. 비밀보장)


억울하다. 히트텍이 어릴 때부터 있었더라면, 촌티 나는 핑크색 어린이 내복 소매를 학교 짝꿍에게 들키지 않아도 됐을 텐데. 대학생 때는 콩벌레처럼 웅숭거리고 다니지 않았을 텐데.


히트텍 안 산 사람 빨리 사자. 3초 준다. 광고 아님.

:내복 룩, 꾀죄죄 룩

자주 안 빨면 누래질 수 있음 주의



5. 바퀴벌레 점퍼


솔직히 인정한다. 이나영 급 외모 아니면 이거 착용 시 거의 4050 중년 스타일로 보인다.


색깔도 유니크한 거 고른다고 하다가, 인간 바퀴벌레 됐다. 선명한 가로 줄무늬가 바퀴벌레 배딱지 모양을 연상하게 한다.

그래도 어쩌겠어. 이거 입고 그 위에 롱 패딩 입으면 한파 그 자리에서 작살나는 걸.


이 패딩도 미국에서가 아니라, 2014년 12월쯤. 유럽 여행을 계획하며 한국 유니클로에서 장만했다. 그러니까 4년째 입고 있다는 거다. (헐... 내가 더 놀랬어.)


그때가 이 패딩이 처음으로 출시된 시기였는데, 당시 유니클로는 이 패딩을 '초경량 패딩'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주먹만 한 비닐 주머니를 줬다. 그 안에 넣고 다니라고.  


하지만 한 번도 비닐 주머니에 넣어본 적 없다. 겨울이 되면 하루도 빠짐없이 입느라고.


이것도 안 산 사람 제발 사자. 유니클로 광고 진짜 아님. 제발 광고 글 쓰고 돈 받고 싶음. 전번은 010-7...

:바퀴벌레 룩

맨날 입어서 빨래할 시간 없음 주의. 이젠 이 패딩 더러운 거 친구들이 다 알아봄. 언제 빨았냐고 물어봄. (말잇못)

더러운 거 티 안 나게 밝은 색 절대 사면 안 됨 주의.



겨울 불편러의 추위 나기 시크릿을 공개해 봤음.

주의할 점 2가지

:일부 머리 뚜껑, 다리 목도리, 숄을 무심코 착용했을 때는 행인들의 따뜻한 '관심'의 눈빛을 받을 수 있다는 점

:'패션 고자'가 한 조언이니 그냥 듣고 흘려보내는 게 어쩌면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점



그럼 모두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끝.



*소심한 관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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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및 모든 문의 -> kwonsuyeon@naver.com


17일 전체 글 조회수가 100만을 넘겼습니다. 앞뒤 안 맞고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부족한 주저리주저리에 인내를 가지고 읽으신 분들은 정말 뭘 해도 성공하실 똑똑한 분들입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

내년엔 로또 맞으시고

주택청약 당첨되시고

모쏠 탈출하시고

고시 패스하시고

영주권 받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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