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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귤 Nov 22. 2017

회사 가기 조또 싫을 때, 패션은 이렇게

회사와 반항의 상관관계

회사 갈 땐 일부러, 이런 걸 한다.


1. 초커

2. 모자

3. 빨간 블러셔

4. 빅사이즈 귀걸이

5. 민소매(여름용)

회사가기 조또 싫어서 귀걸이 / 초커를 했음당.

회사를 향한 내 반항이다.


엥? 이딴 걸 하고 회사까지 온다고? 하는 느낌이 목적이다.

중요한 건, 절대 '투투머치'는 안 된다. '리를빗 투 머치'로 반항기를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혼나지 않을 만큼만. 느낌 알지?


외치고 시작하자.

(어차피 소리쳐도 꺼지지 않을 거, 반항이라도 해야 살 거 아닌가.)


반항은 출근시간에 완성된다.


오전 8:00-반항룩 착장

본격적인 색조 화장을 시작하기 전, 입을 옷을 고른다.


오늘은 어디 뚫린 데를 입어볼까. 팔이 뚫려야 하나, 어깨가 훤히 보여야 하나. 어떻게 해야 더 반항 지게 보일까.


그래서 고른 오피스룩.

어깨가 뚫리던지,

팔과 배가 훤히 뚫리던지, 어떻게든 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의 반항심이 0.001%라도 전달된다.

반항 포인트: 당신의 상사는 얘가 회사에 온 건지, 휴양지에 온 건지 헷갈릴 겁니다.


오전 8:04-블러셔 착장

그래, 이제 옷을 다 입었으면 신나는 메이크업 시간이다. 5분 안에 끝내야 한다. 살려야 한다. 내 출근시간.


엥? 이렇게 하고 회사를 온다고?를 적극 실천하려면 블러셔다. 최소 투자에 최대 효과를 내는 효자 아이템이다. 다른 화장은 대충 끝내고 얼른 블러셔 두드리자.


붓질은 힘차게. 오늘은 숙취 메이크업이다. 어젯밤 입에 술은 한 방울도 대지 않았지만, 숙취 있는 척하고 가야 한다.  

반항 포인트: 조금이라도 근본없는 숙취 꾀병을 부릴 수 있다.


이런 타박도 있다. 내 반항을 감지한 타박이다.

"화장을 왜 이렇게 했어?"

반항 포인트: "헤헤~~(물어야 아냐? 회사 오기 싫어서지.)"


오전 8:10 - 액세써릐 착장

내 겨울철 최애템은 초커다. 나는 반항하는 슬픈 마틸다다. (ㅋㅋㅋㅋ오바제성)


"선상님들 저 왔슴다, 오늘은"

"누굴 조질까요"

반항 포인트:

제멋대로의 아이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이기에 뭐든지 용서되는 아이콘,

내가 오늘 회사에 와야 했기에 얼마나 비극적인 인간인지 알리는 아이콘,

그러니까 오늘 나 건드리면 죽는다의 아이콘,

초으커.


상사들에게 여전히 나는 '뭐든지 시키면 해야 하는 20대 사회 초년생'이지만 마음만은 마틸다다.


겨울철 무장템이 초커라면,

여름철 무장템은 왕귀걸이다. 겨울에 초커가 싫다면 왕귀걸이를 하도록 하자.

거 최소 턱 중간까지는 내려와야 귀걸이 아니오? 째깐한 보석 귀걸이는 뭐요. 스티커요?


귀걸이를 하면(순전히 내 생각)

얘한텐 막 대하면 안 되겠다,라고 상사가 생각한다

고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


반항 포인트:

얘는 이렇게 여리여리한 귀걸이를 하는 아이이니 내가 함부로 했다간 멘탈 우수수 깨질 것.

얘는 이런 터프한 귀걸이까지 할 정도니, 내가 말 함부로 했다간 들고일어날 것.


이 둘 중 한 느낌이라도 주면 성공이다. 목적은 나한테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는 거니까.

최근엔 귀걸이도 하나 만들었다.

귀걸이 자랑중...


오전 8:25 - 껍데기 챙기기

이제 마지막 순서다. 겨울철엔 모로 가든 따뜻한 게 최고니까.

머리 뚜껑 껍데기를 챙기거나, 다리 껍데기를 챙긴다. 그러면서도 목적은 달성해 보자.


머리 뚜껑 껍데기는 밋밋한 패션에 포인트 주기 딱 좋다. 요즘 애용하는 아이템은 베이비핑크 색 비니다.

반항 포인트: 귀가욕 샘솟는 시간에 머리 뚜껑 쓰고 본인을 소라게라고 착각하면, 세미(semi)-귀가가 가능하다.

겨울에 청바지 입으면 다리가 얼었더랬다. 기모 청바지를 알기 전에는 덜덜 떨면서 청바지 입고 다녔는데, 바지보다 치마에 기모 스타킹이 더 따뜻하다는 걸 깨닫고는 작년 겨울에는 24/7 치마만 입었다.


그런데 이런 아이템이 있었으니.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니 다리 목도리라고 나는 말한다.

이것만 입으면 겨울철 다리 추운 거 100%는 오바고 92%는 해결된다. 종아리에 냉기 들어와 털이 비쭉비쭉 서는 게 없어졌다. 횡단보도 기다릴 때 추워서 다리 배배 꼬지 않아도 된다.


본인이 성유리라 착각할 수 있음 주의.

반항 포인트: 상사 선생님들 저는 회사에 온 게 아니라 핑클 코스프레하러 온 겁니다. 다시 말하자면 놀러 온 거라고요.


반항템으로 무장 했으면 지금이다.

이러고 가면 조또 싫은 회사에서도 희미하게 웃을 수 있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반항심을 표출하면 내 안의 분노가 사그라든다.


친구는 형형색색의 넥타이를 뒤적였다.


"야, 이거 끝내준다. 진짜 멋있어. 잘 어울려."

"나는 좀... 영업에는 튈 수 있고..."

"이게 딱 좋아, 이 핑계로 얘기를 꺼낼 수도 있고. 이건 화요일이야. 빨간색이니까. 그리고 이건 수요일."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친구의 반 강요(?)로 이 보통의 회사원은 넥타이 한 뭉터기를 산다.


이 회사원 다카시는 지긋지긋한 회사로 돌아갈 바에, 선로에 몸을 던지는 게 낫겠다며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이 넥타이 하나로 자신감을 충전하고 회사에 돌아가 큰 계약을 따낸다. 사람들이 눈에 띄는 그의 넥타이를 보고 말을 걸었다. 그러면서 인간 관계도 부드러워졌다.


어쩌면 이런 순기능도 있지 않을까? 어찌 됐든,






만회 포인트: 헤헤 다 장난인 거 아싀져~~~~~? 회사 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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