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전공 변경 앞에서 우리가 배운 것들
아들의 두 번째 학기가 막 시작되었다. 개강 전 10주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꽤나 바쁜 시간이었다. 아들은 과제와 시험으로, 우리는 각자의 일로 분주했다. 그래서 다가올 학기를 앞두고 지친 마음에 바람을 넣기 위해, 가족 셋이 함께 브리스베인으로 5일간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뉴질랜드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 낯설지 않게 가깝지만, 낯설게 설레는 거리였다.
여행 후, 아들은 새 학기를 시작했다. 복수 전공 중 하나인 비즈니스(BCom)와 프로퍼티(Property)를 공부 중인 그는 이제 4학년. 남은 1년만 잘 마치면 졸업이다. 그런데 개강 첫 주가 지나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나 사실… 프로퍼티는 처음부터 하고 싶지 않았어.”
놀라웠지만, 낯설지 않았다. 늘 꾹 참고, 끝까지 책임지려는 성격의 아들. 4년째 되는 지금까지도 묵묵히 걸어온 길이었다. 그랬기에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오히려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느끼게 했다. 부모로서 어떤 결정을 대신 내려줄 수 없었다. “그만둬”라고 말하기도, “계속해”라고 밀어붙이기도 애매한 상황. 우리에겐 그저 조심스럽고도 신중한 대화가 필요했다.
다행히도 아들은 먼저 방향을 고민했고, 온라인으로 옵션을 찾아보고, 아빠와 나에게 진지하게 상담을 요청해 왔다. 그렇게 가족회의가 열렸다. 그리고 마침내, “학교에 가서 과목 변경이 가능한지 상담해 볼게요”라고 말하는 아들의 모습은, 이미 충분히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
우리는 아들이 해왔던 고민을 뒤늦게라도 존중하고 싶었다. “왜 이제야 말하니?”, “지금까지 한 게 아깝지 않아?” 이런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과거는 과거로 두고, 지금부터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하지 않도록 진심을 다해 응원하기로 했다.
사실 아들은 누구보다 성숙했다. “지금이라도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야”라고 말하는 아들의 담담한 얼굴을 보며, 나도 마음이 놓였다. 거기엔 후회도, 불안도 없었다. 오히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자기 이해와 성장의 순간이 담겨 있었다.
그 순간, 나도 배웠다.
50이 넘은 나조차도 미래에 대한 걱정, 지나간 선택에 대한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데,
이 아이는 지금 이 자리에서 자기 삶을 다시 그려보려 한다.
“잘못된 길이었더라도 그 안에서 배운 게 있었고, 그 덕분에 더 나은 방향을 찾게 됐다”는 그의 말이 내 마음을 울렸다.
내일 아들은 학교 상담을 받으러 간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자기가 선택한 길이니 후회도 없을 거라고 믿는다. 그 용기 있는 결정 앞에 나는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나님께 기도했다. “아들의 선택이 주님의 뜻과 아들의 바람 안에서 아름답게 흘러가게 해 주세요.”
부모란 결국, 믿고 기다리는 사람인 것 같다. 조언보다 더 중요한 건 ‘기다림’과 ‘응원’이란 걸, 나는 오늘 또 한 번 배운다. 그리고 아들이 “엄마, 얘기 좀 해요”라고 말할 때, 진심으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생각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니. 너의 용기에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