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_내향형 인간의 사회생활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 몇 명이나 있나요?
내향형 인간인 나는 카카오톡에 '숨김'기능이 생긴 이후로 친구 목록이 50명을 넘는 일이 잘 없다. 가족과 친척 정말 친한 몇 사람들만 남기고 다 숨김처리 되어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일도, 기존의 사람과 다툴 일도 없기 때문에 한 번 내 목록 안에 들어온다면 빠져나갈 일도 없다. 문자로 연락을 이어가는 게 뭔가 낯간지러운 느낌이라 매일같이 수다 떠는 채팅방 속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일 년에 연락하는 사람의 수도 많지 않다. 반면 나의 부모님은 타고난 인싸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이 천 명은 가뿐히 넘고, 집에 반찬이나 선물을 들고 찾아오는 친구들도 많다. 목욕탕에 가도 친구들이 서로 등 밀어준다고 한다는 걸 보니, 어떻게 이런 부모에게 나 같은 자식이 나왔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대인기피증 까지는 아니지만 인간관계에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성향은 회사를 다니면서 더 심해졌다. 두 번의 퇴사를 통해 어차피 동기 또는 정말 친했던 선후배 몇 명을 빼고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정쩡한 관계를 이어 나가봐야 필요 없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렸고 같이 저녁 먹자는, 점심 먹자는 제안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 바빴다. 이제는 누구도 나에게 먼저 묻지 않아 가끔씩은 '이게 맞나' 싶기도 하지만...
반면 내 옆자리에 있는 직원 A는 이 모임, 저 모임 다 나가서 바쁜 와중에 맨날 거절하는 나에게조차 매번 묻는다. '선임님 오늘 저녁 먹을래요?' 기억력이 없는 건가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가 가끔씩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런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녀가 곧 팀을 옮기기 때문이다. 모임에서 친해진 선배가 팀장으로 진급하면서 그녀를 끌어간건데, 이런 상황을 볼 때면 회사에서 사람을 많이 아는 게 꼭 귀찮고 성가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MBTI라는 개념을 알기 전까지 나는 내 얇디얇은 사회성을 극복해야만 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팀장님은 고과 평가를 하며 "실적도 중요하지만(실적은 초과달성했다...), 넌 너무 조용해. 다른 팀에서 너 이름이 나올 정도로 일 해야 높이 간다"며 목소리 큰 사람이 돼라 했다. 근데 과연 그게 맞을까? 세상에 나대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지켜보는 사람도 있다. 눈물 흘리며 같이 위로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보다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위로해 주는 사람도 있다. 계획적으로 일을 해내가는 사람이 있다면 즉흥적으로 유연하게 해 나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다 다른데 하나의 모습이 돼라 하는 건 서로에게 폭력이다. 그래서 나대라고 아무리 옆에서 부추겨도 나는 묵직하게 자리를 지킬 것이다. 다른 팀에서 날 모를지라도 내가 잘하고 열심히 했다는 걸 스스로 알면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