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할 시간이 필요해.
심심함을 느낀 지 오래됐다. (기억력이 안 좋아서의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언컨대 인생이 대단히 재미있어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볼게 차고 넘쳐 지루할 틈 없이 인풋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눈 떠서부터 눈 감기 전까지, 침대에서부터 화장실까지 스마트폰과 함께라면 지루할 수 없다.
생일선물로 명품 가방 대신 전자책 단말기를 갖고 싶어 할 정도로 책을 좋아하지만, 요새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게 생겼다. 바로 유튜브 숏츠.
도파민 디톡스를 외치며 SNS를 지웠더니, 보란 듯이 유튜브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내게 1분 내외의 압축된 영상은 효율과 재미를 모두 잡은 최고의 놀잇감이다. 숏츠로 보다가 재미있으면 결말 포함 영상을 찾아본다. 그래도 흥미가 남아있다면 본편을 처음부터 본다. 이렇게 해서 본 게 나는 솔로, 환승연애, 내 남편과 결혼해 줘,... 셀 수도 없다.
물론 보는 동안 즐겁다. 도파민이 실시간으로 차오르는 기분. 하지만 보고 난 뒤의 찝찝함과 무력감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자려고 누웠지만 두 시간 넘게 스마트폰만 붙들다 결국은 지쳐 잠들고 마는 저녁. 자고 일어나도 개운함보다는 아 어제 더 일찍 잘걸 후회로 시작하는 아침.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말했다.
"기술과 노예 제도의 차이점은 노예는 자신이 자유롭지 않다는 걸 온전히 인식하고 있지만 기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스마트폰의 노예임을 자각했다. 이젠 벗어나고 싶다.
도파민 디톡스 시즌 2의 규칙을 세워보았다.
유튜브 어플 삭제
유익한 영상도 많으니 프리미엄을 해지하진 않고, 진입장벽을 두려 한다.
어플이 아닌 브라우저는 쓰기 불편하고 무한 스크롤에 적합하지 않으니 딱 필요한 것만 보고 끝내길 바라며.
스크린타임 2시간 미만
시즌 1에서는 전자책 본다는 핑계로 스크린타임에 제한을 두진 않았다.
이제 단말기도 샀으니 확실한 목표를 세워보았다.
이어폰 놓고 다니기
보통 퇴근길에 책 읽기 싫어져서 유튜브를 보다 침대까지 이어지는 루틴이다.
어차피 귀에 염증 생긴 김에 이어폰을 놓고 다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