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되찾는 방법
2023년, 가장 잘한일 중 하나는 도파민 디톡스를 시도한것이다. 두 시간 반의 출퇴근, 아홉시간의 근무 그 끝엔 어떤 열정도 의욕도 없었다. 틈만나면 인스타그램을 들어가보고, 자기 직전까지 눈 벌개져 가며 유튜브를 보던 나에게 휴대폰 속 빠르게 지나가는 화면은 너무 쉬운 도피처였다. 6인치만 한 도피처에서 빠져나와야 할 때라는걸 알게된 것도 유튜브 영상이었다.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 소개 영상에서 알게된건, 구글과 메타는 나보다 나를 잘 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의 검색 기록이나 봐온 영상에서 내 취향이나 취미를 쏙쏙 뽑아서 내가 가장 좋아할만한 것들을 보여줬다. 검색할 노력 없이도 볼 수 있는 릴스나 숏츠 모두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이라 시간 낭비라고 여길 틈 없이 저항감 없이 중독됐다.
도파민은 쾌락과 보상에 작용하는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특성상 다양한 중독에도 관련되어있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얻는 긍정적인 기쁨뿐만 아니라 마약이나 각성제를 통해 얻는 극도의 각성효과와 행복감과도 연결되어 있다. 결국 손 쉽게 도파민을 쫓다간 내성이 생기거나 중독되어 일상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내가 도파민을 잘 다루지 못한다면 잘 다룰때까지는 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먼저 한 건 기준 세우기였다. 어디까지가 건전한 취미이고 어디서부터가 도파민 중독인지 구분했다. 유튜브를 키면 가장 먼저 나오는 영상을 의심 없이 클릭하기 보다는, 내가 필요한 내용을 검색해서 보기로 했다. 두번째는 인스타그램의 염탐 계정을 삭제했다. 친구의 친구, 질투나는 인플루언서, 한때 사귀었던 사람까지 들여다보는 쓸데없는 짓은 그만두기로 했다. 세번째로는 다음과 네이버 카페의 실시간 인기글 보기를 그만 두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혹시 하나라도 실패하더라도 ‘에라모르겠다’하고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너무 엄격한 기준을 세우면 시작하고 바로 포기할 나인 걸 알기에 한 발쯤 걸쳐놨다. 유튜브는 재테크를 포함해 유용한 영상이 많아 쓰기 나름이라고 합리화 하고, 인스타그램에서 서점을 팔로우해두던 계정은 북토크 소식이나 추천 책을 봐야한다는 이유로 남겨두었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너무 쉽게 졌고,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다가 계속 두 어플을 번갈아 가며 도파민을 맘껏 흡수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나는 결국 인스타그램을 삭제했고, 유튜브도 로그아웃했다. 영상을 볼 때마다 광고를 봐야해 영상을 덜 보게 됐다. 비효율적이고 낭비스럽지만 아직 나를 통제하기엔 이 방법밖에 없다.
도파민 디톡스를 하며 스크린 타임은 6시간 20분에서 3시간 20분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의 브이로그를 보지도 않고, ‘올겨울 꼭 사야할 아이템 best3’, ‘삶의 질 즉각 상승 템 추천’ 등 소비를 부추기는 영상도 보지 않게 됐다. 타인이 꾸미고 편집한 사진과 영상을 보며 부러워하거나, 그 속에 나온 아이템들을 사지 않게 된건데 쾌락에서 벗어나려고 시작한 도파민 디톡스 덕분에 뜻밖에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도파민 디톡스의 유일한 단점은 주변 소식에 어두워진다는거다. 친구의 임신 소식이나 (요새는 인스타그램으로 임밍하웃 하는게 유행이더라고요.), 스토리에 올리는 근황을 못 듣는다. 그 대신 궁금한 사람에게는 직접 연락하는 법을 익혔다. 연락을 먼저 하는편이 아니라 처음엔 머쓱했지만, 나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사람을 직접 인스타 밖에서 만나니 좋았다. 진짜 재밌는 소식은 이불 밖에 있다.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장소에 가거나,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작은 쾌락에도 만족하는 삶. 당신에게 도파민 디톡스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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