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 디톡스를 한 지 8주가 지났다. 스크린타임은 6시간 정도에서 4시간 정도로 줄었다. 숫자로도 의미가 있는 결과지만, 스스로 느끼기에도 온갖 자극에 무신경하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어떤 연예인의 마약 사건이나 가정사가 인터넷에 뜨면 하나하나 들어가 보곤 했는데 요새는 그런 과정에서 피로감이 커졌다. 그러다 보니 진짜 관심이 있는 게 아니면 호기심으로 뭔가를 클릭하는 게 줄었다.
책을 읽고 글도 쓰며 유튜브, 인스타그램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고 있다. 평일 저녁에는 보통 약속을 잡지 않는 사람이라 거의 대부분 집으로 바로 오는데, 요 며칠 동안은 약속이 많았다. 좁은 인간관계지만 나름 바빴던 송년회 주간을 보내고 나니 깨달은 게 있다. 바로 이불 안에서 보는 세상과 이불 밖의 세상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살면서 마주칠 일도 없는 정치인, 연예인의 이야기보다는 내 친구, 직장 동료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자극의 강도는 다르지만 남일이 아닌 내일이라 관심이 생긴다. 물론 이불밖을 나가는 건 집순이인 내게 굉장히 귀찮고 번잡스러운 일이지만, 나갔다 오면 늘 들뜬 마음이다.
도파민 디톡스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줄여도 스크린타임이 줄지 않아 한동안은 딜레마에 빠졌다. 자기 전 누워서 잠깐 동안 웹서핑을 하는 시간이 쌓였던 건데, 이번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기진맥진해 바로 잠드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다. 분명 늦게까지 놀았는데 휴대폰을 멀리하고 자니 오히려 머리가 맑은 기분이다. 집에 있으면 유혹에 빠지기 쉬우니 억지로라도 바깥에 나가보기로 결심했다. 한 주 한 주 디톡스 노하우가 쌓인다.
도파민 자극에서 나를 구원해주고 있는 것들.
동네 서점 가기, 달리기, 새로운 길 가보기, 요리하기, 식물 기르기, 필사하기, 도서관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