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형, 착한 소비는 없다
스타벅스에서 시즌별로 출시하는 텀블러를 사모으고, 다양한 브랜드에서 나온 에코백을 산다. 전시회장, 콘서트 등 행사 사은품으로 받은 텀블러와 에코백도 상당하다. 분명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합시다'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챙깁시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으니, 내가 한 소비는 환경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몇 회나 써야 환경에 더 이득일까?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을 몇 번이나 들어야 이 소비가 정당화될까?
최원형 작가의 <착한 소비는 없다>는 그 어떤 소비도 착하지 않다고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이미 너무나 많은 물건들을 소유하고 있고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계속 더 많이 사라고 부추긴다. 새로운 자동차, 새로운 옷, 새로운 핸드폰 등 계속해서 더 좋은 게 나왔으니 써보라고 한다.
습관처럼 2년마다 바꾸는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광물이 채취되는지 알게 되었다. 분명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렇게 캐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
티셔츠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2700L의 물이 필요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티셔츠만 해도 수 십(과장해서 수백) 벌인데, 나는 몇 리터의 물을 써온 것일까?
소, 돼지, 닭 등 내가 먹는 고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동물과 자원이 희생돼 온 것일까?
기업은 계속해서 필요를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만들어 내는 필요에 따라 소비하는 동안 이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물건 무덤이 생겨날까요? 얼마나 많은 생태계가 파헤쳐질까요? (182)
이 책은 결국은 생산을 조절해야 한다고, 소비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주 1회라도 채식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에서 누군가는 물건을 만들고 누군가는 산다. 즉 시장에서 돈이 돌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더 갖고 싶어 지게 안달 나게 한다. 그런 마음이 들 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내가 사는 것 하나하나 꼭 필요한지 이유를 생각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순 없을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물건을 소비하기 이전에 꼭 필요한지 여부를 적어도 세 번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말 필요한 건지 내가 소비한 이후에 이 물건은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떻게 될 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굳이' 사야 할 이유가 정말 있는지 따지는 습관은 우리 삶을 지속 가능한 영역으로 한층 가깝게 데려갈 것입니다. (192)
우리 모두가 '안 되겠다, 나라도 실천해야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한 사람 두 사람 실천한다면 분명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