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림, 김승희 <일놀놀일>
첫 직장을 구할 당시엔,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했던 요소는 '정시퇴근이 가능한가'였다.
잔업과 주말출근이 없고, 일과 삶이 완벽하게 분리된 삶을 사는게 진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5년 이상 일하다 보니 돈벌이로써의 직업이 아닌 일을 즐기며 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하루 하루 언제 주말이 오나, 언제 일이 끝나나만 기다렸는데
그들은 평일에도 즐거움을 찾고, 놀면서도 일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부러웠다.
그래서 찾기 시작했다. 자기 일을 재미있게 해나가는 사람들.
문구인 김규림, 기록자 김승희가 그들 중 하나였다. 본업과 부업을 적절히 분배해나가며 알차게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틈틈이 기록하고 그려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책을 읽고, SNS 이웃을 맺다가 우연히 알게 된 신간 소식에 읽어 보았다.
김규림과 김승희는 각자가 자신있는 방식으로 일과 관련된 생각들을 이 책에 풀어놓았다.
김규림은 평소 하던 생각을 디벨롭시켜 그림일기로, 김승희는 평소 읽고 들은 이야기를 글로 썼다.
아침에 책 읽고 차 마시며 일 시작에 앞서 몸의 스위치를 켜기
기성세대의 이야기를 '잔소리'가 아닌 경험이 나보다 더 많은 사람의 '조언'으로 듣기
성공, 실패 모든 일을 나의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삼기
멀리 가기 위해서 함께 가기
자기만의 규칙을 만들어 주 1회 글을쓰고,
새로 생긴 카페나 전시는 꼭 챙겨다니면서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느껴보는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일을 더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쯤은 일에 미쳐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권위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온 말이나 행동이 아니었는데도 단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꼰대로 치부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나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꼰대의 말'로 일반화해버리면서 꼭 필요한 조언이나 도움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떤 질문은 익숙함 속에 답이 있다. 기성세대의 이야기를 마냥 잔소리로 치부하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찾다가 더 작은 사고방식 안에 갇히게 될지도 모른다. (32)
늘 쓰는 근육만 쓰면 아플 일이 없는 것처럼, 익숙한 일만 하면 피곤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건드리지 않는 몸과 마음의 근육을 자꾸 써보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재미(혹은 모험)가 아닐까? 물론 아직까지 안 써본 근육이 많은 나이기에 매일같이 근육통에 시달리지만, 이 통증의 끝엔 분명 튼튼한 근육들이 자리 잡을 거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힘듦'을 스스로 자처해본다. (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