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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 Perich Sep 21. 2023

신랑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신랑이 한껏 기가 죽어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학교에서 약물 시험을 쳤는데 완전히 망친 것 같다며 자신의 무식함을 탓했다. 집에 오자마자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신랑을 남겨두고 혼자 Target으로 갔다. 작은 꽃다발을 하나 샀다. 신랑에게 꽃을 선물했다. 꽃을 받은 신랑이 피식 웃는다. 늘 주기만 던 꽃다발을 받아서 그런지 어색하단다. 그래도 내 마음이 고맙다며 웃는다. 약물은 원래 복잡하고 어려운 거라고 다독여 주었다. 당신이 무식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쳤는데 자신만 못 친 것 같다며 또 자책을 한다. 아직 성적이 나오지 않았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교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가르쳐 주는 스타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며 불평을 했다. 가만히 들어주었다. 한참을 푸념을 하던 신랑이 꽃병을 찾는다. 깨끗한 물을 붓고 꽃줄기를 손질해 꽃병 안에 예쁘게 꽂았다. 꽃잎을 만지작거리던 신랑이 웃는다. 시험이 어려울 때도, 쉬울 때도 있고 시험을 잘 칠 때도, 못 칠 때도 있으니 괜찮다고 말하며 신랑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나를 꼭 안아준 신랑이 금요일에 또 시험이 있다며 오후 내내 공부를 하겠다고 한다. 열심히 하는 당신이 멋있다고 말해주었다. 신랑이 고맙다고, 나 덕분에 힘이 난다고 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한다.
한 뼘 더 우리의 사랑도 자란다.

사랑해, 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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