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노동절을 맞은 미국은 며칠 전부터 축제 분위기이다. 노동자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의 권익과 복지를 향상하기 위해 제정된 날로, 매년 9월 첫 번째 월요일이 미국의 노동절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근로자의 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노동절이 되면 불꽃 축제나 퍼레이드 같은 것도 많이 해서 구경거리가 많은데, 신랑과 나를 포함한 시댁 식구들은 그런 번잡한 곳에 가는 것보다 시어머니 댁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시어머니는 매해 노동절이 되면 폰툰 보트(Pontoon Boat)를 강에 띄워 놓고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과 주류를 준비해 우리를 초대하는데,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보트에서 노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여유롭고 재미있다.
애석하게도 올해는 신랑이 일을 해야 해서 시어머니 댁에 가지 못했다. 대신에 우리끼리라도 연휴 기분을 내보자 싶어서 지난 금요일 저녁, 둘이서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종종 찾는 레스토랑에서 평소에는 비싸서 시키지 못했던 랍스터와 해산물 튀김을 시키고, 내가 좋아하는 올드 패션도 두 잔이나 마셨다. 스테이크를 시킨 신랑도 음식이 맛있다며 만족해서, 둘 다 기분 좋게 식사를 했다.
한참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가게를 나오는데, 가게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여자 세 명이 눈에 들어왔다. 딱 봐도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 세 명은 예쁜 드레스에 어마어마한 높이의 하이힐을 신고 화장까지 멋들어지게 하고 있었다. 여자인 나도 눈이 돌아갈 정도로 예쁘고 날씬했다.
저런 드레스를 마지막으로 입었던 게 언제였지? 하이힐은 마지막으로 언제 신었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예전에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옷이나 신발이 나한테 잘 어울리면 그냥 샀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실용성을 따지게 되고, 예뻐도 불편하겠다 싶으면 아예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집에 있는 옷이라고는 펑퍼짐한 바지나 긴 치마뿐이고, 신발도 대부분 굽이 낮은 샌들이나 운동화 따위이다.
세 명의 예쁜 여자들과 멀어지는데 갑자기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주류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어 서러웠다.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냥 내 기분이 그랬다. 올드 패션 두 잔으로 술이 취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워서 랍스터 칼로리를 찾았다. 200 칼로리? 나쁘지 않은데? 근데 튀겼으니까 칼로리는 더 많겠지? 거기에 새우도 있었고, 뭐 이것저것 많았었는데... 올드 패션 칼로리를 찾았다. 145 칼로리. 엉? 왜 이렇게 높아? 술 한 잔에 145 칼로리? 두 잔을 마셨으니까 290 칼로리?
기겁한 얼굴로 미친 듯이 검색을 하는 나에게 신랑이 잘 밤에 뭘 그렇게 열심히 휴대폰을 하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