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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 Perich Jul 27. 2023

삼성이 한국 거라고? 현대랑 기아도?

나PD님! Duluth, MN로 오세요!


요즘, 흔히 한류라고 불리는 K-pop, K-drama, K-food, K-beauty 같은 것들이 미국에서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가끔 한국 가수를 좋아한다는 미국 사람을 만나거나 한국 여행을 최고의 버킷 리스트로 두고 있는 외국인을 만날 때면 알 수 없는 희열감과 함께 애국심이 들끓어 오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가 사는 Duluth는 대도시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런 열성적인 사람들을 만나기가 정말로 힘들다.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니 대부분의 환자들이 60대 이상인데, 그 사람들에겐 아직도 대한민국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한국전쟁과 북한이다. 북한이 전쟁을 다시 일으키면 어쩌냐, 불안해서 한국에 어떻게 사냐라는 질문은 기본이고,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 한 명은 아직도 서울 외곽에 도시를 보호할 성이 쌓여 있냐? 아직도 하늘에서 전단지 같은 걸 뿌리냐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도시를 보호할 성, 혹은 벽 같은 게 무엇이었는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고, 하늘에서 뿌리는 전단지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삐라'를 뜻하는 듯했다.

그만큼 한국전쟁과 북한이 미국인들의 뇌리에 크게 남아있는 탓일 수도 있고, 미국의 뉴스에서 매일같이 떠들어 대는 북한에 대한 소식 때문일 수도 있다.(미국의 뉴스를 가만히 보다 보면 정말로 북한의 정세에 관심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동료들도 IV 팀의 특성상 경력이 있는 간호사들이 많다 보니 대부분 50대 60대의 간호사들인데,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대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삼성 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삼성이 한국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많고, 자신이 과거에 현대 산타페를 몰았었는데 그 차가 너무 좋았다고 말하면서도 현대가 한국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다.


딱 이렇게 묻는다.
"쌤성이 한국 거라고? 현다이랑 키아도 한국 거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바로 아시아, 즉 동양에 있는 나라에 대한 선입견이다. 필라테스를 좋아해서 이곳에서도 일주일에 2-3번은 운동을 다니는데, 강사는 발레리나 출신의 50대 후반의 여성이다. 한날은 강사가 한국은 어떤 차를 자주 마시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인들이 어떤 차를 가장 많이 마시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지인들과 가족들은 차보다는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말했다. 강사는 크게 놀라며 한국에서도 커피가 있냐고 되물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지함에 짜증이 났지만 최대한 예의 바르게 그렇다고 대답했다. 서울의 번화가에는 거의 한 블록마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이 있다고 말하자 강사는 한국에도 스타벅스가 있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후 한국에도 서양 의술이 있냐는 질문에 이르자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말자는 심정으로 입을 닿아 버렸고, 옆에서 함께 필라테스를 하던 젊은 대학생이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강사의 무지함에 같은 미국인으로서 자신이 미안함을 느낀 것이다.(그녀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줄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약간 짜증이 난 상태였기에 더 말을 했다간 내가 실수를 할 것만 같아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있는 반면, 나보다 한국에 대해 잘 아는 사람도 있다. 한국의 근대사를 꿰뚫고 있으며 현재 대통령의 정치 성향과 그것이 국제 정세에 미치는 영향, 삼성이 한국 경제와 정치에 미치는 영향 같은 심도한 이야기를 나와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바로 IV 팀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제이슨이다. 너무 똑똑하다, 진심으로), 전자제품은 모두 삼성과 LG로 도배를 하고 현대차를 끌고 다니며 한국 제품이 제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 전에 병원 휴게실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TV를 보는데 어느 게임 쇼에서(미국 사람들은 정말로 게임쇼나 퀴즈쇼를 좋아한다.) BTS 멤버가 총 몇 명인가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나는 자신 있게 "5명!"이라고 외쳤고, 옆에 있던 50대 후반의 직장 동료가 "무슨 소리야! 7명이지! 너는 한국인이면서 왜 그것도 몰라?!"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었다. 자신의 딸이 BTS 팬이라 자기는 멤버 수와 멤버들의 이름까지도 다 안다며 의기양양하던 게 생각난다. (한국에 있을 때도 나는 아이돌 그룹이나 그들의 노래를 잘 몰랐으니 이해해 주시길. 취향이 조금 올드 한 편이다.)


여전히 한국에도 햄버거나 스테이크 같은 '서양 음식'을 먹냐고 묻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표정 관리가 안 되긴 하지만, 진짜로 몰라서 물어보는 경우엔 최대한 친절하게, 사진까지 찾아서 보여주며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한다.(인종차별의 목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얼마 전에는 직장 동료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주기도 했었는데 금방 배운 것을 자신이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들 흥분하기도 했었다.(한글의 위대함이란!!!)

결론은... 미국에 거주하면서 한국 식당을 차리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이곳, Duluth로 왔으면 좋겠다. 한국 음식점이 전무한 이곳에서 한국 식당을 차린다면 진짜로 대박이 날 것이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도 정말 큰 몫을 할 것이다. 아니면, 나 PD 님이 오셔서 이곳에서 '서진이네'를 한다면 또 얼마나 대박이 날까?!


미국의 소도시에서는 한국을 잘 모릅니다 그러니, 나 PD님! 여기로 오세요!

결론에 사심이 200%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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