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장수 트럭 소리가 들렸다. 하도 시골이라 한 여름이 되면 거의 매해 뱀 장수가 우리 동네를 찾았다. 어쩌면 흑인들의 피부색이 저렇게 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에 덥수룩하게 머리를 기른 젊은 사내는 내 나이 또래의 아들과 함께 뱀을 잡으러 다녔었다.
파란 트럭에서 뛰어내린 소년이 나를 보더니 삐딱한 미소를 지었다. 저도 나를 기억하는 듯했다. 작년보다 더 새까매진 소년은 꼭 닭살이 인 것처럼 피부가 온통 우둘투둘했다.
집 앞의 커다란 정자나무 앞에 앉아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놀던 내게 그 아이는 재미있는 걸 보여주겠다며 트럭 뒤쪽으로 이끌었다. 트럭 뒤엔 뱀이 든 그물 망이 가득했다. 소년은 꿈틀거리는 뱀이 든 커다란 망 하나를 손으로 들더니 내 눈앞으로 가져왔다. 겁이 난 내가 뒤로 한걸음 물러서자 소년은 무섭지 않다며 만져봐도 된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괜찮다고 했다.
남자는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소년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빨리 차에 타라고 했다. 소년은 들고 있던 망을 트럭 뒤에 아무렇게나 던져 버리곤 곧장 차에 올랐다. 그들은 깊은 숲속으로 더 들어가는 듯했다.
그날 저녁 소여물을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개울가 옆의 편평한 바위 위에서 뒷집에 사는 아저씨가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게 보였다.
동네 사람들은 아저씨를 '복식이'라고 불렀고, 나를 포함해 몇 안 되던 아이들은 모두 '복식이 아저씨'라고 불렀다. 아저씨는 젊었을 때 앓았던 열병의 후유증으로 말을 못 하게 되었다고 했다. 늘 "어... 어... 어... 어..." 하던 아저씨는 명확하게 발음할 수 있는 단어가 몇 개 있었는데 내 이름이 그중에 하나였다. 나를 볼 때면 항상 "소희 왔소?"라고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했다. 아저씨의 집이 우리 집 뒷밭, 낮은 담장 바로 뒤쪽이라 할머니가 자주 음식을 나누어 주었는데 그 심부름을 거의 내가 했기에 나를 볼 때마다 반가워했는지도 모르겠다.
고기 굽는 냄새에 이끌려 한달음에 복식이 아저씨를 향해 뛰어갔다. 아저씨는 어김없이 "소희 왔소?"라며 활짝 웃더니 뜨거운 석쇠에서 작은 고기 조각을 하나 꺼내 주었다. 날름 받아먹었는데 너무 뜨거워 맛이 어떤지 식감이 어떤지 그런 걸 느낄 겨를도 없었다.
하나 더 받아먹어 볼까 하며 앉아 있는데 개울 위쪽에서 할머니가 요란스럽게 나를 불렀다. 바로 뛰어 올라가니 할머니는 내 등을 찰싹 때리며 아무거나 주는 걸 받아먹으면 어떡하냐고 혼을 냈다. 그리곤 복식이 아저씨를 향해 "아한테 뭐 한다꼬 그런 걸 주노!!"라며 화를 내더니 내 손을 잡아끌었다.
할머니는 내가 먹은 게 뱀 고기라며 토할 수 있으면 토하라고 했다. 저녁 내내 어떻게 하면 토를 할 수 있을까 헛구역질도 해보았지만 토 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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